'잠 못드는 밤' 맥주로 세계여행 할까?..'맥주덕후'가 뽑은 ' 맥주 베스트5'

글 이진주·사진 정지윤 기자 2016. 8. 2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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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땀방울 날려주는 시원한 한모금 ‘캬~’
ㆍ세계 맥주로 빠져보는 맥주의 세계

수입맥주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다. 지난 7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 2분기 맥주 수입량은 5만1938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5%나 늘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종류만 400종이 넘는다. 삿포로, 칭다오 등 편의점 수입맥주로 광활한 맥주의 세계를 경험한 이들에게 속속 업데이트되는 세계 맥주의 등장은 희소식이다. 다채로운 라벨 디자인만큼이나 맛도 개성이 넘친다. ‘야맥’(야외에서 마시는 맥주) 하기 좋은 늦여름 밤의 파트너, 수입맥주의 세계를 주유(酒遊)했다.

■ 라거를 마실까, 에일을 마실까

수입맥주 진열대 앞에 서면 어떤 맥주를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수입맥주 초심자라도 ‘라거’ 맥주와 ‘에일’ 맥주의 차이만 알면 선택이 한결 수월해진다.

라거(Lager)는 탄산이 많이 함유돼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느껴지는 청량감이 강하다. 하이트, 카스 등 국내 맥주는 페일 라거에 해당하며 필스너(버드와이저·하이네켄·칭다오), 앰버 라거(사무엘 아담스·브루클린 라거), 다크 라거 순으로 색이 짙고 대체로 알코올 도수도 높아진다.

펍에서 한번쯤 들어봤음 직한 에일(Ale)은 라거보다 진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쓴맛이 강하고 향긋한 과일맛이 특징이다. 페일 에일,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IPA), 앰버 에일, 브라운 에일, 다크 에일, 스타우트·포터 순으로 색과 맛이 짙어진다.

맥주 라벨을 읽을 줄 알면 고르기가 더 쉽다. 라벨에는 양조장과 맥주 이름, 맥주 종류, 용량, 알코올 도수, 제조국가, 병입날짜가 기재돼 있다. 양조장의 역사나 맥주의 개성을 담은 라벨 디자인은 세계 맥주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IPA로 잘 알려진 밸러스트 포인트 양조장의 물고기 그림은 낚시와 바다를 사랑하는 창립자와 직원들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 맥주 맛, 골든타임과 온도를 지켜라

채소나 생선의 신선도를 체크하듯 맥주도 병입날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입날짜는 라벨이나 병뚜껑 등에 표기돼 있다. 맥주 유통기한은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인데 맥주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페일 에일, IPA처럼 홉이 많이 들어가 향이 강조된 맥주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반면 스트롱 에일과 같이 도수가 높거나 오랜 시간 숙성시킨 맥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져 5~15년 이상 숙성시켜 마시기도 한다.

맥주의 온도도 중요하다. 맥주전문 잡지 ‘비어포스트’ 발행인 강기문씨는 “맥주 종류에 따라 맛있는 온도가 따로 있다”며 “라거류는 4~6도로 시원하게 마셔야 갈증 해소가 되고, 향이 진한 에일이나 도수가 높은 맥주는 상온에서 5~10분 정도 뒀다 마셔야 본연의 향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맥주 거품도 신경 쓰자. 거품은 맥주 향을 지키고 탄산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다. 거품이 별로 없는 라거 타입 맥주는 거품이 완전히 사라진 뒤부터는 탄산이 급격하게 약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맥주의 풍미를 만끽하려면 잔에 따라 마시라고 말한다. 라거는 잔의 구애를 덜 받지만 에일은 궁합 맞는 잔이 따로 있다. 맥주 수입업체 비티알커머스의 노진호 이사는 “각 브랜드에서 나오는 전용 잔은 브루어리에서 자사 맥주의 특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만큼 적극 사용하라”고 권했다. 와인잔을 닮은 고블릿잔은 통통한 보디가 거품을 잘 유지해 향이 달아나는 걸 막아준다. 좁고 길쭉하며 끝이 좁아지는 필스너잔은 기포를 감상하기 좋아 탄산이 풍부한 맥주와 어울린다. 잔 끝부분이 살짝 말려 있는 바이젠잔은 밀맥주 특유의 향을 유지하는 데 제격이다. 튤립잔은 두꺼운 거품을 잘 유지해주고 향을 오래도록 잡아준다.

■ 마트로 갈까, 보틀숍 갈까

서래마을에 있는 보틀숍 크래프트브로스

직장인 최성준씨(47)는 주말이면 대형마트 주류코너로 향한다. 그는 “수십년간 라거 스타일에 입맛이 길들여졌는데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수입맥주를 알게 되면서 맥주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새로 나온 맥주는 반드시 맛본다는 이민영씨(28)는 ‘보틀숍(Bottle Shop)’ 애호가다. 그는 “자주 가는 보틀숍 SNS에 희귀한 맥주나 한정판 소식이 올라오면 바로 달려가 구매한다”고 말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보틀숍 크래프트브로스

대형마트 수입맥주 코너는 가격 부담이 적어 입문자들에게 유용하다. 홈플러스 김홍석 바이어는 “고객의 기호를 고려해 약 150종을 취급하고 있다”며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맥주들을 경험하고 싶다면 전문점 ‘보틀숍’을 찾아보자. 보틀숍의 매력은 유럽 수도사들이 오랜 기간 전해 내려온 레시피로 만든 트라피스트 맥주부터 신진 양조장의 개성 넘치는 맥주까지 세계의 다채로운 맥주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을 갖춘 매장 점원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SNS에서 입소문을 타는 유명 보틀숍으로는 서울 양재동 비어랩협동조합, 부산 광안리 아울앤푸시캣과 서면 바틀울프, 경남 창원 킬러웨일 등이 있다. 서울 서래마을의 크래프트브로스는 200여종의 맥주를 3000~6만원대에 판다. 크래프트브로스 차건희 매니저는 “최근 세계 맥주 트렌드는 와인 배럴(오크통)과 위스키 배럴에서 숙성시킨 맥주와 쿰쿰한 향과 신맛이 강한 맥주”라며 “맥덕이라면 한번쯤 마셔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서울 망원동의 위트위트는 초보자용 맥주 테이스팅 노트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태원의 우리슈퍼와 천호동의 유미마트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마켓과 정육점이지만 맥덕들 사이에서는 맥주 성지로 불린다. 업소용 냉장고에 보틀숍 못지않은 맥주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슈퍼는 컵 가격 100원, 유미마트는 병당 1000원을 추가 지불하면 가게 안이나 슈퍼 뒤쪽의 테이블에 앉아 ‘가맥’(가게에서 마시는 맥주)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꼭 마셔보세요”

>>‘맥덕’ 5인이 추천하는 맥주

왼쪽부터 로슈포트 10, 슈나이더 바이스 탭 5, 세종 듀퐁, 이네딧 담, 브루클린 라거.

△국제공인 맥주전문가(Certified Cicerone) 석진영

로슈포트 10 : 벨기에 성레미 수도원에서 만든 에일. 11도의 높은 알코올 도수에 초콜릿, 커피, 계피, 과일 향과 적당한 단맛, 쌉싸름함의 밸런스가 환상적이다. 마치 한잔의 요리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빅토리 프리마 필스 : 향긋한 풀 향과 너무 무겁지 않은 바디감으로 앉은 자리에서 10잔은 마실 수 있는 맥주다. 피서지는 물론 에어컨 켜놓고 방콕하는 나만의 휴가에도 잘 어울린다.

와일드비어 모더스 오퍼란디 : 브라운에일을 피노누아 와인배럴과 버번위스키배럴에서 3-14개월 숙성 후 블렌딩해 만들었다. 맥주에서 와인과 위스키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비어소믈리에 류강하

슈나이더 바이스 탭 5 : 독일 슈나이더 양조장이 미국 브루클린 양조장과 협업해 바이젠(밀맥주)과 IPA 맥주를 결합해 탄생시킨 하이브리드 맥주. 탄산이 적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평소 밀맥주와 IPA를 즐겼다면 꼭 한번 마셔볼 만하다.

듀벨 트리플 홉: 벨기에식 스트롱 에일 맥주의 대표격으로 매년 다른 홉을 사용해 새로운 맛의 맥주를 선보인다. 매년 새로 나온 맥주를 여러병 구입해 두었다가 지난간 해의 맥주들과 비교 시음하는 재미가 크다.

△헤드 브루어(맥주 양조업자)&크래프트 비어펍 ‘히든트랙’ 대표 정인용

세종 듀퐁 : 벨기에 농부들이 농주로 즐겨 마시던 맥주에서 유래. 잔에 따랐을 때 오렌지빛이 감돌며 잘 익은 사과와 배, 꽃, 허브 등의 향을 느낄 수 있다. 뜨거운 여름철 시원하고 가볍게 즐기기 딱이다.

두체스 : 국내에서 마실수 있는 플랜더스 레드 에일(젖산균을 사용해 붉은 색을 띄는 벨기에 맥주) 중 가장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색은 물론 복잡한 맛과 향이 와인과 비슷한 독특한 맥주로 골방에서 숨어 조금씩 아껴먹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만화가·<한잔의 맛> 저자 김양수

이네딧 담 : 스페인의 유명 맥주 양조장 담(Damm)사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엘 불리와 함께 개발한 맥주다. 와인을 연상케 하는 병 디자인과 산뜻한 뒷맛이 일품이다.

밸러스트 포인트 스컬핀 IPA : 낚시광인 양조장 창업주의 취향이 담긴 생선 그림의 맥주 라벨로 유명한 밸러스트 포인트 맥주 중 하나로 시트러스 향이 강하다. 라거의 상쾌함은 좋지만 밍밍한 맛이 싫거나, 에일의 강렬함이 좋지만 무거운 맛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제격이다.

△맥주전문 잡지 ‘비어포스트’ 발행인 강기문

브루클린 라거 : 붉은빛의 앰버 라거 스타일로 일반적인 라거보다 몰트의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달콤하고 상큼한 향으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글 이진주·사진 정지윤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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