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또..거제 '콜레라 미스터리'
[경향신문] ㆍ첫 환자는 식당서 회, 두번째 환자는 잡아온 삼치 먹고 발병
ㆍ같은 지역 어패류 섭취 말곤 두 환자 간의 ‘공통분모’ 없어
ㆍ첫번째 균, 국내 없던 유형…해외 유입·유전자 변이 가능성
15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 두 번째 콜레라 환자가 나왔다. 두 환자 모두 경남 거제지역에서 수산물을 섭취해 콜레라가 지역 사회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긴급상황실을 확대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같은 지역이라는 점만 빼면 두 환자의 이동 경로에는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감염 경로는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환자 모두 거제에서 수산물 섭취
질병관리본부는 지역 병원의 신고를 받고 거제에 사는 ㄴ씨(73·여)를 검사한 결과 ㄴ씨에게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고 25일 밝혔다. 거제 지역의 음식점에서 회를 먹었던 ㄱ씨(59)가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밝혀진 지 불과 이틀 만이다.
ㄴ씨는 ㄱ씨와 마찬가지로 거제지역에서 수산물을 먹었다. 같은 교회 신도가 지난 13일 거제 앞바다에서 잡아온 삼치였다. ㄴ씨는 먹고 남은 삼치를 냉동시켜놨다가 다음날 해동해 먹었다. 그리고 15일부터 설사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7일 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은 후 현재는 증상이 호전돼 퇴원한 상태다.
ㄴ씨와 같은 삼치를 먹었던 교회 신도 11명은 현재까지 설사를 하지 않았다. 앞서 ㄱ씨도 함께 회를 먹었던 가족들은 아무런 증세가 없는데 본인만 콜레라에 걸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오염된 부위를 특히 많이 먹었거나, 똑같이 먹었더라도 사람의 면역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스터리
두 환자는 거제지역에서 수산물을 먹었다는 점을 빼면 이동 경로에 겹치는 부분이 없다. ㄱ씨는 전남 광주 시민으로 여행하다 횟집에서 식사를 했다. ㄴ씨는 현지 주민으로 직접 잡은 생선을 먹었다. 행동반경과 수산물의 유통 과정에 공통분모가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로서는 개별적인 감염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유전자 검사 결과 두 환자의 콜레라균 유전형이 동일하게 나오면 집단감염일 수도 있다. ㄴ씨의 유전자 검사 결과는 26일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왜 하필 거제에서 두 명의 환자가 발생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특히 ㄱ씨에게서 검출된 콜레라균은 국내에서 한번도 보고된 적 없는 유전형이다. 이 때문에 해외 콜레라균이 거제 연안으로 유입돼 물고기를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3월 과학저널인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는 엘니뇨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남아메리카 지역의 콜레라균이 수천마일 떨어진 아시아 지역까지 해양을 통해 이동할 수도 있다는 미·영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싣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새로운 콜레라균이 해외에서 유입됐거나 국내 콜레라균의 유전자가 변이됐을 가능성 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현재 바다 오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주 간격으로 해수 검사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깨끗해서 음식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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