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려도 청소일 안놓으셨는데"..흉기난동 참변 할머니

입력 2016. 8.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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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쓸고 닦은 상가 건물에서 '화풀이 범행'에 무참히 희생
연합뉴스 자료사진

15년 쓸고 닦은 상가 건물에서 '화풀이 범행'에 무참히 희생

(안양=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상가에 애착을 갖고 15년 동안이나 청소해왔는데 정말 허망합니다."

하루아침에 괴한의 손에 노모를 떠나보낸 아들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25일 저녁 경기 안양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75·여)씨의 빈소를 지키는 가족들은 창백한 얼굴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A씨를 모시고 살았다는 아들 B씨는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 저녁 어머니와 함께 한 외식이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A씨는 15년 곳곳을 쓸고 닦으며 깨끗이 청소해온 상가 건물 이날 아침 만취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생을 마감했다.

경찰서로 들어서는 피의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랫동안 같은 건물에서 청소일을 도맡아 한 탓에 해당 상가에선 푸근하고 친근한 할머니로 통했던 고인은 건물 공용 공간 청소뿐 아니라 개별 가게에서 요청하면 따로 청소를 해주곤 했다.

이날도 2층 한 주점 업주의 요청을 받아 아침부터 청소하던 차에 변을 당했다.

오전 8시께 만취한 이모(33)씨가 갑자기 흉기를 들고 주점으로 들어와 청소 중이던 A씨와 동료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동료 할머니는 다행히 수술을 받고 의식을 되찾았지만, 가슴 등을 30여 차례 찔린 A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이씨는 전날 밤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여성 등 3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 여성들이 먼저 귀가하자 이들을 찾으러 유흥가 곳곳을 다니다가 업주에게 쫓겨나고서 건물 경비원과도 몸싸움을 벌이다 '화풀이'로 A씨 등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된다.

체포 후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9%의 만취 상태였다.

이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어 주점 안에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쌓인 분노를 노쇠한 A씨에게 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 아들은 "어머니는 매일 오전 6시 전에 일어나 다른 가족들이 깨어나기 전 부지런히 출근하셨다"며 "연로하셔서 일을 그만하시라고 했지만 '일을 안 하면 오히려 병이 날 것 같다'면서 청소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나이가 많으신데도, 아마 다른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계속해 청소일을 했던 것 같다"며 "평소 마음이 따뜻한 집안 어른이셨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내일께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더 조사한 뒤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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