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명품 아파트 부럽지 않은 집이에요"

매거진 2016. 8. 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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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영으로 지은 주택

전원주택에 꿈을 품고 여러 집을 거친 지 11년. 건축주 가족의 생각과 손으로 만든 집이 드디어 가족을 맞았다.


건축주 가족의 모습. 계단과 연결된 벤치는 계단의 경사를 완만하게 하는 동시에 수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요소다.


새 책을 많이 사주지 못했지만 미루는 알아주는 문학소녀다. 원어민 교사를 붙여준 것도 아니지만 아린이의 취미는 영어와 중국어다. 그 흔한 명품가방 하나 없지만 아내는 자타가 공인하는 패셔니스타다. 도심의 브랜드 아파트가 아니지만 아내와 일년을 설계하여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담아 집을 지었다. 못 하나, 철근 두께부터 마감재까지 전부 우리의 뜻대로.


부부의 취미는 전원주택 구경하기

“우리의 신혼집은 서울 근방의 다세대 주택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좁고 덥고 추워서, 출퇴근 시간을 좀 더 쓰더라도 외곽으로 가면 쾌적한 집이 있을까 찾아다녔어요.”

경제적인 문제와 삶의 질 사이의 균형을 찾던 정영훈, 박은정 씨 부부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원주택에서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주택의 매력에 푹 빠졌고, 팔당과 덕소를 거쳐 양평에 이르기까지 11년간 ‘가족만의 전원주택’의 꿈을 키워나갔다.

“사전준비만 대략 2년이 걸렸어요. 택지 준비에 1년, 집에 대한 고민과 설계로 1년이 걸렸죠. 하지만 전원주택에서 지내온 모든 기간이 다 준비기간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부는 자신들의 취미를 ‘전원주택 구경하기’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 잡지를 보고 공부를 했고, 또 살아보면서 전원주택의 장단점을 직접 체득해 나갔다. 그 동안 부부는 전원주택에 대한 환상을 빼고 실질적으로 준비해야할 부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따져 보았다.


박공지붕과 조적벽은 단순해보이지만, 줄눈의 색상 조차도 모두 건축주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주택 주위로는 가족이 직접 가꾸는 허브와 채소 밭, 화단이 펼쳐있다.


“전원주택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게 먼저에요. 선택과 집중, 가성비를 생각한 집짓기가 우선이었어요.”


식당겸 주방의 모습. 주방 싱크대 상판은 은정 씨가 직접 스페인에서 주문제작한 제품이다.
도로에서 바라본 주택의 전경

Zoom in / 단차를 활용한 지하주차장

경사가 급했던 택지 자리에 지하주차장과 창고 역할을 할 공간을 만들었다. 그 위는 흙 대신 파고라를 올려 방수 문제를 피했다. 입구에 설치한 칠판은 가족끼리 메모를 전하거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쏠쏠하게 이용한다.


단열, 그리고 가성비를 고려한 집짓기

주택의 외형은 간결하다.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외형이 복잡해질수록 단열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열재 공사에는 영훈 씨도 참여해 구조가 꺾이는 부분이나 창호, 문 주변, 헤더의 빈틈에 직접 우레탄폼을 쏴 열교를 꼼꼼히 막았다.

부부는 창호에 있어서는 소위 ‘가성비’를 추구했다. 1등급 하위 제품과 2등급 상위 제품의 열관류율 차이는 크지 않은 반면 가격 차이는 상당했던 것. 이 부분에서 2등급 상위 제품을 선택해 건축비를 적지 않게 절약할 수 있었다. 또한 기밀성 있는 시스템도어 중문을 설치해 기밀과 단열을 보강하고 냉난방의 효율을 높였다.

이런 단열에 대한 노력으로 겨울 내내 난방유 2드럼을 사용하는데 그쳤다. 가격으로 치면 월 10만원선이다. 큰 딸 미루는 “겨울에 집이 너무 너무 더웠어요!”라며 꼼꼼한 단열의 효과를 유쾌하게 증언했다.


오골계들이 머무르는 닭장도 영훈 씨가 직접 만들었다. 

Hot place / 아이들을 위한 자연학습장

5년째 기르고 있는 오골계와 놀고 있는 미루와 아린. 정원과 닭장은 실제로 몸으로 체감하는 학습공간이다. 아빠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닭장 안에는 풍성한 잎의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오골계는 나무에게 퇴비를, 나무는 오골계에서 그늘을 준다.


living room - 가족은 종종 식탁에 모여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곤 한다.  /  kids room -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한 아이들 방 
bathroom - 욕실의 모습. 바닥 타일은 건축주가 직접 시공했다.  /  master bedroom - 강렬한 벽 컬러가 인상적인 안방. 욕실로 바로 이어지는 문은 하나의 욕실을 두 개처럼 쓸 수 있게 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 대지면적 : 538.0㎡(163.03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106.24㎡(32.19평)

연면적 : 120.96㎡(36.65평) / 건폐율 : 19.75% / 용적률 : 22.48%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7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400㎜, 13㎜ 철근 35㎝ 간격 복배근),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외벽 2×6, 내벽 2×4 구조목, 지붕 - 2×8 구조목 / 지붕마감재 : 아연도금강판

단열재 : 바닥 – 비드법단열재 1종3호 80㎜, 외벽 - 오웬스코닝 R21, 천장 - R38, 헤더 - R19

외벽마감재 : 모노벽돌, 아라우코합판

창호재 : 엔썸 케멀링 시스템 창호(3중 유리, 2중 로이 코팅)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계획설계 및 시공 : 건축주 직영

실시설계 : 일정건축


HOUSE COST

대지 : 약 1억원 / 인허가 : 1천2백만원

토목 : 2천5백만원(주차장 포함) / 건축 : 1억3천만원(가구 포함)

조경 : 1천3백만원(파고라 포함)


INTERIOR

내벽 마감재 : 거실, 주방 - 합지벽지, 페인트, 방 - 규조토 / 바닥재 : 마모륨

욕실·주방 타일 및 수전 : 국내 오픈마켓 / 주방 가구 : 라미남상판, 우레탄무광도장(바이키친)

조명 : 국내 오픈마켓 및 해외직구 / 계단재 : 컬러 MDF

현관문 : 캐멀링 시스템도어 / 방문 : 기성제품

붙박이장 : 우레탄무광도장, 기성장 / 데크재 : 방부목


hall - 중문 바로 옆에 걸어놓은 그림은 집과 5년간 함께한 오골계들을 모티브로 건축주가 직접 그린 것이다.  /  거실의 큰 창은 마당이 이어져 실외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집을 함께 짓는 사람들

일부 실내 페인팅이나 가구제작, 타일공사, 조경 등의 작업은 부부가 직접 했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야 했다. “인부 관리도 직영공사 건축주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건축주는 그 과정에서 처세술을 강조했다. 적당히 간수하고 또 설득해야 일이 진행된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도 장비도 하루하루가 돈이에요. 작업이 늘어지면 건축비 상승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무리해 다그치면 작업 퀄리티가 나오지 않고 서로 신뢰도 틀어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지붕공사는 자주 교류하는 전원주택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들과 같이 진행했다. 간혹 힘든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과정에서 인부들과, 또 도와주러 온 지인들과 터놓고 지내며 수월하게 공사를 진행하여 부부는 즐겁게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니 부부는 집짓는 소질을 타고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표에는 없는 가격, 가족과 함께 커가는 집

“사실 건축비용 공개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가격만 보고 ‘싸게 지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요.”

집을 짓는데 들어간 비용에는 많은 발품을 팔아서 원하는 자재를 저렴하게 구해보려 애쓰고, 현장에서 직접 팔을 걷어붙여 일한 노력과 고생은 포함되지 않았기에 그 고민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저렴하게 집을 지을 생각으로만 직영공사를 생각한다면 무척 고된 일이 될 것’라는 부부의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집보다는 ‘살면서 손 보고 채워나가는 집’을 원했다는 부부.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즐거워 보였다. 아내 은정 씨는 도전해 볼 작물과 정원 계획을, 남편 영훈 씨도 더 손 보며 만들어보고 싶은 부분을, 아이들은 이웃집 친구와 무엇을 하며 놀지 설레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친구와 함께 산과 들을 뛰어다니느라 옷에 흙을 잔뜩 묻혀 돌아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던 은정 씨는 “매일 아이들 빨래를 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며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유쾌한 가족의 대화 속에서 전원생활의 숨겨지지 않는 행복감이 묻어나왔다. 


Brain storming / 집짓기 노하우와 아이디어 스케치 건축주 부부는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설계를 위한 노하우로 첫째도 고민, 둘째도 고민을 꼽았다. 답이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생각을 거듭하면 결국은 그 답에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 부부는 전원주택과 건설 현장을 견학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스케치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모았다.


| 건축주 정영훈 씨가 일러주는 직영공사 TIP |

“이것만큼은 꼭 현장에 가서 챙기세요”

집을 지을 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지만, 건축주는 골조, 단열, 방수 이 세 가지만큼은 휴가를 내서라도 직접 챙길 것을 권했다.

① 골조  / 집이 집 모양을 갖추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골조의 경우는 적합한 철물이 적재적소에 잘 설치되었는지, 목재 규격은 자재 주문과 동일하게 들어왔는지, 설계대로 골조가 배치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② 단열  / 설계도에 쓴 단열재 두깨와 스펙(제품 종류, 밀도 등)을 현장에서 꼭 살펴야 한다. 그리고 경계지고 끊어지는 부분의 단열에는 빈틈이 많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직접 눈으로 살펴가며 빈틈없이 메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③ 방수  / 난방과 하수 배관은 실수가 생기면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꼼꼼히 체크한다. 한편 지붕 물끊기는 쉽게 지나치는 부분이지만 건물 외부 오염과 미래의 방수 하자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신경써야 한다.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8월호 / Vo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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