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막보다 물 찾기 어렵다..살기위해 섬 떠나는 주민들

입력 2016. 8. 25. 13:16 수정 2016. 8.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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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째 끊긴 비소식..생명수인 급수船만 기다리기도 설거지할 물 없어..가뭄에 지친 전남 진도 내병도
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내병도 선착장에 급수선 707호가 접안하고 있다.

두달째 끊긴 비소식…생명수인 급수船만 기다리기도

설거지할 물 없어…가뭄에 지친 전남 진도 내병도

(내병도(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팽목항에서 뱃길로 25㎞ 떨어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내병도.

14가구 28명이 사는 아담한 규모의 이 섬에 25일 오전 경쾌한 트로트 음악이 울려 퍼졌다.

보름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음악 소리는 30t급 전남 진도군 급수선 707호가 선박 스피커로 섬 주민에게 물이 왔다고 알리는 신호다.

여객선을 기다리느라 선착장에 모여있던 노인들은 때마침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생명수(水)가 왔다"며 손뼉을 치고 반겼다.

25일 오전 진도 내병도 주민들이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생활이 불편해지자 육지에서 남은 여름을 보내려고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노인들이 지고 맨 가방과 보따리에는 빨지 않은 옷가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들은 가뭄이 이어지는 섬 생활이 고달파서 목포, 진도 등 뭍에 사는 자식들 집에서 지내려고 짐을 챙겨 나섰다.

내병도 주민 박재심(72·여)씨는 "우물 한 번 들여다 보씨요. 지금 섬에 물이 없어라"라는 말을 남기고 꾸부정한 몸을 일으켜 가방을 둘러맸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장마가 한창이던 6월 20일 무렵 이후로 섬에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뭄이 이어지던 7월 중순께는 마을 샘물이 전부 바닥났다.

상추, 고추, 무, 배추, 고사리, 깨, 등 텃밭에서 기르던 채소도 이때부터 말라죽었다.

가뭄으로 다른 채소는 다 말라죽었지만, 참외 만큼만 자라 홀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내병도 텃밭 수박.

봄에 파종한 수박은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참외 크기만큼 밖에 자라지 않은 한 통만 살아남아 너른 밭을 홀로 지켰다.

물 30t을 싣고 오는 급수선이 없다면 내병도는 사막보다 물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급수선이 마지막으로 찾아온 날은 지난 8일. 그 사이에도 폭염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맹위를 떨쳤다.

제아무리 물 귀한 섬이라지만, 올해 여름의 극심한 가뭄은 내병도 주민 생활상까지 바꿔놨다.

밭작물이 모두 말라죽어 급수선이 가져다준 물은 모두 생활용수로만 사용했다.

마시는 물은 2ℓ들이 생수 묶음으로 뭍에서 사다가 마셨다.

25일 오전 진도 내병도 주민이 육지 세탁소에 맡길 옷가지를 싸고 있다.

설거지할 물도 아까워 그릇은 일회용기로 바꿨고, 플라스틱 숟가락과 나무젓가락으로 밥과 국을 떠 넣었다.

이불처럼 큰 빨래는 물론이요, 매일 갈아입는 속옷과 양말을 제외한 옷가지는 육지 세탁소에 맡겼다.

기르는 개들이 아무 곳에나 싸대는 분변을 씻어내지 못해 골목 어귀에는 고약한 냄새가 가득했다.

사람들도 수세식 화장실 대신 재래식 변소를 이용하고 있다.

가뭄에 지친 주민들이 하나둘씩 여름을 나기 위해 떠나면서 지금은 5가구 10명만이 섬을 지키고 있다.

내병도 이장 박일임(57·여)씨는 최근 휴가차 섬을 찾은 딸 부부와 손자들이 안쓰러워 하룻밤만 재우고 뭍으로 돌려보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진도 내병도 마을 우물.

박씨는 "목포에서 내병도로 시집온 1986년 이후 이런 가뭄은 처음 만났다"며 "물 한 번 펑펑 써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다른 섬도 사정이 마찬가지라 급수선을 자주 보내달라고 애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도군 도서지역 물 공급을 담당하는 급수선 707호는 22개의 섬을 차례대로 돌아다니느라 어느 때보다 바쁜 여름을 보냈다.

707호 기관장 문재광(56)씨는 "우리가 가지 않으면 섬 주민이 살아남을 수 없는 지경이다"며 "가뭄이 극심하다고 하는데 섬 지역 물 사정은 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전한 얼음 생수 7병을 받아든 내병도 이장 박씨는 배가 선착장을 떠날 때까지 고맙다는 말을 멈추지 못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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