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죽이 '우르릉'..伊지진 생존자들 "종말 온 줄 알았다"
땅밑 4㎞에서 지진 강타한 아찔한 순간 구사일생 증언
"밖으로 나온 순간 집 무너져…폭풍우 지나는 배 안에 있는듯"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24일(현지시간) 새벽 움부리아 주 노르차에서 발생한 규모 6.2의 지진은 진원이 4㎞로 얕아 더 강력했다.
이탈리아 중부 지역 대부분은 물론 100㎞ 넘게 떨어진 로마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영국 BBC방송,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진앙 근처에서 놀라 잠에서 깬 주민과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끔찍했다", "종말이 온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피해 지역인 라치오 주 리에티 현의 아마트리체 주민 마우로 마시밀리아노(49)는 "정말, 정말 끔찍했고 너무 무서웠다"며 "그 소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진 당시의 공포를 전했다.
그는 "나는 가까스로 집에서 빠져나왔지만 내 약국은 완전히 파괴됐다"며 "내가 아는 많은 사람은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슬리퍼에 잠옷 차림으로 여전히 멍한 표정인 한 여성은 돌무더기와 먼지 사이에서 처참하게 파괴된 마을을 바라보며 "전쟁터 같다"고 말했고, 다른 한 여성은 "종말이 찾아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녀원에서 여름 피정을 하는 노인들을 돌보던 마리아나(35) 수녀는 "잠을 자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며 "일어나 보니 모든 것이 파괴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마에 깊은 상처를 입은 마리아나 수녀는 동네 청년에게 구조됐고, 잔해에 깔렸던 다른 수녀 2명의 비명에 산악 구조대원들이 달려갔다고 마리아나 수녀는 전했다.
경찰의 허락을 받고 집 안을 살펴보고 온 중년 여성은 "완전히 무너졌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며 흐느껴 울었다.
리에티현의 몬텔레오네사비노에서 왔다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스테파노 스브룰리는 새벽에 잠이 깬 뒤 2시간을 달려 아마트리체에 도착해 극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마을은 완전히 파괴됐고, 전기도 전화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마트리체 인근 마을에 사는 시모네 친나이(22)는 "새벽에 진동을 느꼈다. 정말 끔찍했다"며 "광장으로 달려나가 진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리에티현 레오네사에 사는 잔니 팔로타도 강력한 진동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아쿠몰리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소식을 듣고 도울 일이 있을까 차를 몰고 달려와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했다.
그는 "집은 다 무너지고 거리에는 시신이 널려있고, 다친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며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남편과 아이들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르차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움브리아 주 페루자 현의 작은 마을인 캄펠로 술 클리툰노에 사는 로렌초 메우스부르제르는 첫 지진이 시작된 새벽 3시 30분 이후 최소 1시간 이상 땅이 계속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무너질 것 같아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거친 파도나 폭풍우를 지나는 배 안에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많은 물건이 부서졌다고 그는 전했다.
지진이 발생한 노르차 북부의 야영장에서 어린 자녀, 남편과 머무르던 빅토리아 루터는 오두막 안에서 진동을 느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땅이 마구 흔들리고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 잠에서 깨는 것은 정말 혼란스럽고 무서웠다"며 "우리가 산비탈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파올로 오웬스는 레마르케 주 페르모현 아만돌라에서 지진이 발생한 새벽 3시 30분께 TV를 보다가 진동을 느꼈다.
처음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곧 TV가 벽에서 떨어지고 찬장 문이 열리고 천장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여동생이 있는 방으로 달려가 여동생을 안아 들고 어머니를 깨워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부엌의 벽과 여동생의 방바닥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오웬스 가족은 차를 타고 벗어나려 했지만 무너진 집들에 길이 막혀 결국 집 근처 들판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는 다음날 영국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이날 바로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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