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지도 반출 결정 또 연기.. 일부 "美 눈치 보나"

김봉기 기자 2016. 8. 2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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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8개 부처, 不許가 우세했지만 "11월 23일까지 결정하기로" - 부처간 국익 관점 달라 협의 실패 군사 시설 노출 등 안보 문제와 위치·지리산업 육성 주장 대립 - 미국과 통상 마찰 우려했나 정부 "딱 잘라서 불허하는 대신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이 도움 돼" - 구글의 조세 회피 논란 여전 해외 서버 둬 법인세 거의 안내.. 애플·바이두는 한국서 서버 운영

정부가 24일 미국 구글의 상세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대한 허용 여부 결정을 미루고 심의 기간을 60일(공휴일 제외) 더 연장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8개 부처는 이날 지도 국외(國外) 반출 협의체 회의를 가진 뒤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위치 정보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추가 협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오는 11월 23일까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기간에 구글 측과도 만나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안보 문제에 대한 보완책 등을 마련하도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각 부처의 불허 입장이 우세한데도 미국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미룬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8개 부처 간 합의 안 돼 연기

정부 협의체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30분에 걸쳐 경기도 수원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당초 지난 12일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날로 연기했었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지난 6월 1일 제출했던 만큼 60일 이내(8월 25일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법령에 따라 이날은 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는 좀 더 논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문제와 위치·지리 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에선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정보 자산인 상세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날 회의 당일 새벽 동해안으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것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실었다.

현재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 데이터는 5000대1 수준의 상세 지도로 도심 지역 골목길까지 자세히 표시된다. 이 지도에 국가 중요 안보 시설은 삭제돼 있지만, 구글의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와 결합하면 삭제된 정보를 손쉽게 복구할 수 있다. 세계 어디서나 구글 지도에 접속만 하면 한국의 중요 군사·안보 시설을 한눈에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군사·안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삭제해놓고 지도 서비스를 한다.

하지만 산업부 등 일부 부처는 이날 지도 데이터 반출을 불허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최병남 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각 부처의 입장이 나뉘면서 오늘 합의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 문제뿐 아니라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위치·정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번에 딱 잘라서 불허 결정을 내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금 내지 않는 구글도 쟁점

정부는 심의 기간을 연장하면서 구글과 따로 협의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가 가장 우려되는 안보 문제에 대해 구글이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측도 이날 공식적으로 "앞으로 지도 반출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성심껏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보 문제에 절충점을 찾더라도 구글의 '조세 회피' 논란이 풀리지 않고선 부정적 국민 여론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국내 시장에서 동영상(유튜브)·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구글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과세 근거가 되는 데이터센터를 싱가포르·아일랜드 등 조세 피난처에 분산해 뒀기 때문이다. 애플과 중국 바이두가 한국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로 인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구글에 상세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 기업에 대한 역(逆)차별"이란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의 작년 법인세액은 약 1900억원에 달했고, 구글보다 한국 매출이 더 적은 카카오는 법인세액이 307억원(연결 기준)이었다.

세계 각국에서는 '구글세(稅)'라는 이름으로 세금 징수에 나선 상태다. 영국 정부는 올해 1월 구글로부터 1억3000만파운드(약 1932억원)의 세금을 징수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각각 16억유로(약 2조원), 3억유로(약 3790억원) 규모의 세금 징수를 추진 중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주요 20개국)은 구글 같은 초(超)국적 기업의 탈세 행위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구글처럼 특정 국가 내 매출이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국가별 사업 보고서를 제출받아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법인세법 개정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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