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경준 봐줬길래"서 우병우 의혹 시작됐다

최재훈 기자 2016. 8.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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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의혹] - 현직 민정수석 檢수사받기까지 발단은 누가봐도 의심스러운 진경준의 넥슨 주식 대박 禹수석은 陳검사장 승진 검증할 때 문제삼지 않아.. 서초동서 "안팔리던 禹처가 땅, 넥슨이 사줬다" 말 퍼져 禹 "매매 관여 안했다" 했지만 개입 정황 속속 드러나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를 禹가 정권 차원의 문제로 키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24일 시작됐다.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인사 검증 부실(不實) 논란에서 시작됐다.

◇'진경준 검사장 승진'을 둘러싼 의혹

진경준씨가 차관급인 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2015년 2월이었다. 우 수석이 진씨에 대한 인사 검증 작업을 주도했다. 진씨는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검찰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됐다. 검찰 안팎에선 '파격 그 자체'라는 말이 나왔다. 한 전직 검사장은 "당시 장관(황교안 총리)과 검찰총장(김진태 전 총장)은 진경준을 잘 몰랐다"며 "진씨가 검사장에 승진하면서 법무부 기조실장이라는 핵심 보직(補職)에 발탁되는 인사 특혜를 받은 것은 우 수석의 영향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진태) 총장이 '진경준이 누구냐'고 나에게 직접 묻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진씨는 제대로 된 인사 검증만 이뤄졌다면 도저히 검사장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진씨는 지난 3월 25일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156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법조계 1위였다. 이 재산의 대부분은 그가 대학 친구(서울대 86학번)인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2005년에 받은 비상장 주식을 10년 뒤인 2015년 126억원에 팔아 생긴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비상장주식 보유는 인사 검증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핵심 사안이다. 실제 2015년 2월 진씨와 함께 검사장 승진에 필요한 인사 검증을 받은 사법연수원 21기 동기생 여러 명은 "당시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승진 대상자들을 나눠 맡아 검증을 철저히 했다", "오래전에 상속받은 땅의 취득 경위까지 시시콜콜하게 다 물어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담당했던 검찰 출신 인사들도 "거액의 비상장 주식 보유 문제는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안이고 취득 자금 출처 조사까지 당연히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 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은 진씨의 비상장 주식 보유 문제를 사실상 그냥 넘어갔다.

◇민정수석실의 무능 또는 봐주기?

진씨의 넥슨 주식 보유는 누가 봐도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본지가 재산공개 당일 진씨에게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진씨는 "지인의 소개로 투자 목적으로 샀다"고 했을 뿐 지인이 누구인지, 2005년 매입 가격이 얼마였는지 등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진씨는 "왜 조선일보만 이 문제를 계속 묻느냐"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 수석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우 수석이 진씨와 관련된 의혹 제기에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산 게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자 검찰 안팎에선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이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민정수석실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거나 아니면 알고도 봐준 것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특수부 검사 출신인 우 수석이 진경준의 넥슨 주식 보유의 심각성을 몰랐을 리 없다"며 "진씨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우 수석이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진씨를 봐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검증 논란이 강남역 땅 특혜 의혹으로

진씨는 지난달 17일 구속됐다. 검찰 수사를 통해 진씨가 넥슨의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공짜로 받았고 넥슨 측에 자신과 가족들의 여행 경비까지 내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진씨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내사(內査)를 종결해 주는 대가로 자신의 처남이 세운 청소 회사에 147억원어치 일감을 받아낸 혐의까지 드러났다. 68년 검찰 역사상 최악(最惡)의 비리이자, 최초의 현직 검사장 구속으로 기록됐다.

검찰 수사에서 진씨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우 수석 처가(妻家)의 땅을 넥슨이 사줬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우 수석이 진씨의 넥슨 주식 보유를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이런 소문이 돈 배경이다. 우 수석 처가는 기흥CC(골프장)를 소유한 수천억원대 자산가다. 이것은 웬만한 검찰 관계자나 검찰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이 될 때 423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전체 공직자 가운데 1위였다.

건설업자였던 우 수석의 장인 이상달씨가 2008년 6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우 수석과 그 처가는 밀린 상속세를 내기 위해 서울 강남 요지에 있는 땅을 내놓았다. 우 수석과 함께 근무했거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본지에 "우 수석은 강남역 땅이 잘 팔리지 않자 국세청에 내야 하는 거액의 상속세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며 "한때 이 땅을 세금으로 물납(物納)하는 방안까지 생각했는데 잘 안 됐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 수석이 땅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값을 후려치려고 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진경준이 땅을 파는 데 거들어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검찰의 한 현직 간부는 "원래 우 수석과 진경준은 거의 교류가 없었는데 몇 해 전부터 우 수석이 진경준을 끼고 돌았다"고 했다.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에 관한 본지의 지난 7월 18일 자 1면과 2면 보도는 이런 증언과 제보 등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의문투성이 강남역 땅 거래

넥슨은 2011년 3월 우 수석의 처가가 보유했던 강남역 인근 1020평의 부동산을 1326억원에 사들였다. 이 거래를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고, 우 수석 처가는 5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낼 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이 땅을 사실상 급매물로 내놓은 상태였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10년 2월 인터넷 카페에 '매매가는 1173억원, 관리는 사망한 땅주인의 사위인 검사가 한다'는 급매(急賣) 광고를 올린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강남역 땅을 넥슨은 급매 광고보다 153억원 더 주고 계약했고, 잔금을 치른 지 9개월 만에 다시 팔았다. 넥슨 입장에선 이득은커녕 사실상 손해를 본 거래였다.

우 수석은 본지의 첫 보도 당일 '입장문'을 내고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추적 보도를 통해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던 그가 계약서 작성 장소에 4시간 동안이나 머물며 계약서를 직접 검토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났다.

이처럼 우 수석 개인을 둘러싼 언론의 의혹 제기를 청와대는 '정권 흔들기'로 규정했고, 결국 현직 민정수석이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받은 데 이어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받게 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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