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야만 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파리/최연진 특파원 입력 2016. 8. 25. 03:06 수정 2016. 8. 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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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 싸우는 프랑스.. 위기마다 활약한 숨겨진 영웅들] 니스 트럭 테러 광란의 질주 때 오토바이로 추격해 싸운 40대.. 퇴근했다가 응급실로 달려가 어린이 30명 수술한 女의사.. 성당 테러범이 인질극 벌일 때 위험 무릅쓰고 신고한 수녀..

"막아야만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테러의 집중 타깃이 됐지만 테러 때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범인들과 맞서고 부상당한 시민들을 구한 숨겨진 영웅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프랑크(48)씨는 지난 7월 프랑스 남부 휴양지 니스에서 84명이 사망하는 '트럭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오토바이 영웅'으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니스 공항에서 일하는 그는 테러 당시 가족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갔다가 트럭이 사람들을 향해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것을 보고 오토바이를 탄 채 트럭을 쫓았다. 테러범 모하메드 라후에유 부렐은 트럭을 두드리는 그를 총으로 쏘려고 시도했으나 프랑크씨는 도망치지 않고 트럭 운전석 쪽으로 기어올라 창문을 사이에 두고 부렐과 격투를 벌였다. 그는 부렐의 총기에 머리를 맞고 땅으로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목과 등을 크게 다쳤다. 그는 프랑스 매체 인터뷰에서 "부렐이 나와 싸우느라고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해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했다.

니스시(市)는 테러 직후엔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를 찾아 지난달 25일 감사 메달을 전달했다. 이 밖에 자전거를 탄 채 트럭을 추격했던 알렉상데르 미구에씨, 작은 주머니칼 하나를 들고 트럭으로 뛰어들었던 배달원 그웨나엘 레리시(26)씨도 니스의 숨겨진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다른 테러 사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용감한 시민들이 있었다. 작년 1월 9일 파리 동부의 한 식료품점에서 테러범 아메디 쿨리발리가 인질극을 벌이고 있을 당시, 말리계 무슬림인 라나사 바틸리는 쇼핑객들을 식료품점 지하에 숨겨 피해를 막았다. 지난달 프랑스 북서부 소도시 생테티엔 뒤 루브래에서 벌어진 '성당 테러' 당시에는 다니엘 델라포스 수녀가 테러리스트들이 성당으로 진입했을 때 용감하게 성당 밖으로 뛰어나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사람을 찾아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건으로 자크 아멜(84) 신부가 살해당했지만, 델라포스 수녀가 빨리 신고한 덕분에 더 큰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의 손길을 내민 이들도 있었다. 니스 트럭 테러 현장 인근의 유명 클럽 사장인 질 데브네씨는 테러 당시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클럽 문을 열었던 인물이다. 도망친 사람뿐 아니라 심하게 다친 사람들도 그의 클럽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데브네는 NYT에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문을 열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누구나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니스 해변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랑발 재단 어린이병원의 의사 버지니에 랭팔씨는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려다가 테러 소식을 듣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환자의 상당수가 어린 환자인 처참한 상황에서 랭팔은 끊임없이 수술을 반복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그녀가 수술한 30명의 어린아이 중 28명이 목숨을 건졌다. NYT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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