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67% 음주운전 사고에도 '무죄'..이유는?

이준석 입력 2016. 8. 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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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알코올농도 0.061%…상승기에 해당한다면 무죄

【수원=뉴시스】이준석 기자 = 박모(34)씨는 지난해 3월13일 오후 10시3분께 인천 중구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100m가량 운전하다 경찰에 단속됐다.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51%로 측정됐다. 박씨는 14분 뒤 경찰에 채혈을 요구했고, 측정 결과 호흡측정보다 0.01% 높은 0.061%로 검출됐다. 박씨는 이날 오후 8시47분까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모(25)씨는 2014년 10월13일 0시33분께 경기 안산시 한 도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돼 정차요구를 받았으나 그대로 도주, 앞서가던 쏘나타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추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7%로 측정됐으며 그는 전날 자정께까지 술을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피고인에 대한 호흡측정, 혈액채취는 모두 음주 후 90분 이내에 이뤄진 것으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 단속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와 측정 농도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이 음주운전을 했을 당시 2개의 공통점이 있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의 최소 기준치인 0.05%를 넘었고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시점으로부터 음주 측정 시점까지 90분을 넘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후 30분부터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그 후로는 시간당 약 0.008~0.03%씩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상승기라고 한다.

재판부는 이들의 최종 음주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시점의 시간 간격이 66분, 33분에 이르는 점을 주목했다.

음주 측정 결과가 면허 정지의 최소 기준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넘었다 하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까지 이르는 상승기를 고려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현장에서 음주 단속 활동을 펼치는 일선 경찰은 이 같은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경찰관은 "실제 음주 단속 상황에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를 고려하면서 음주 측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리적 해석으로만 음주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면 오히려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음주 당사자의 체질, 음주 속도 등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비율이 다르다"며 "엄격한 잣대를 놓고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는 형사재판에서 이처럼 획일화되지 않는 기준을 고려해 판결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l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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