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일간의 세계여행] 122. 모로코 '쓸쓸한 바다'..미로같은 작은 어촌마을

2016. 8.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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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사람들이 사하라 사막에 가려고 찾아오는 마라케시인데, 나는 사막에 가지 않고 에싸위라(Essaouira)라는 해안 도시로 가기로 했다. 거기서 대서양과 마주한 후부터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는 여정이다. 그런데 막상 에싸위라에 도착하고 보니 이곳에 대해 정보가 너무 없다. 모로코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바다를 엄청 좋아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버스시간에 맞춰 대기하던 택시 기사들이 호객을 한다. 잠시 흥정을 해 보지만 또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른다. 난감하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싫어서 흥정하는 여행자들에게서 비껴나 뒤에 서있는데 어떤 남자가 말을 건다.
내가 가려하는 숙소를 안다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리야드(Riad) 묵을 예정인데 그곳이 좁은 메디나의 골목안이라 택시가 진입할 수 없다. 미로같다는 메디나에서 리야드를 잘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중이어서 선뜻 그를 따라 가기로 한다. 


모로코에서는 누군가 도움을 주면 10디람이나 1유로 정도의 수고비를 지불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그는 정확히 내가 가고 싶었던 리야드에 나를 데려다 놓는다. 10디람을 꺼내서 주고받는 그와 나를 바라보는 리야드 주인도 당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오늘 묵을 곳은 모로코의 전통적인 숙소인 리야드(Riad)다. 리야드는 겉으로 보면 높은 벽과 문만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건물은 “ㅁ”자 형태로 중앙은 지붕이 없이 하늘이 그대로 보인다. 그 햇빛 아래에는 오렌지 나무나 분수가 있는 안뜰이 있고 그를 중심으로 층층마다 객실이 있는 구조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봐도 위에서 내려다봐도 독특하고 예쁜 숙소다. 예전에 있던 건물을 개조한 경우와 호텔 분위기로 신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오늘 묵는 리야드는 에싸위라의 메디나 골목에 있는 것이라 오래된 리야드를 개조한 곳이다.
작은 어촌마을의 메디나는 더 좁고 더 미로 같다. 메디나 안의 높은 벽은 바닷가의 바람과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미로 같은 좁은 골목들을 걷는 이방인은 이국적인 풍경에 취하기도 전에 먼저 마음이 불안해진다. 마라케시의 수크처럼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메디나 안에서 길을 잃을까봐 신경이 곤두선다.


고요한 오후, 아직은 그다지 덥지 않은 에싸위라의 날씨는 포근한 정도다. 골목마다 갖가지 물건들을 팔기는 하지만 마라케시의 수크와 제마 엘 프나를 보고 와서인지 메디나에 대한 감흥은 덜하다.
메디나의 성벽을 빠져나가면 바다가 바로 거기에 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맞던 것과 다른 바람이 분다. 그 풍경 때문인지, 에싸위라의 바닷바람은 전에 없이 마음을 흔든다. 


작은 배를 대는 항구에 성채가 있는 풍경은 이질적이지만 아름답다. 슬슬 비린내가 나기 시작하나 싶더니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고기잡이 어선을 대는 진짜 항구에 온 것이다. 한쪽에서는 막 잡아들인 생선을 그물에서 꺼내고 있고 그 자리에서 손질하는 사람들도 있다. 갈매기들은 배 위를 날다가 물고기 내장이라도 먹으려고 그 틈새에 내려앉는다. 대량의 생선들을 경매하기도 하고 적은 양의 생선을 즉석에서 팔고 있는 어부도 있다.
항구에서 어부들의 사진을 찍는데, 어떤 노인이 아랍어로 심하게 화를 낸다. 무척 민망해져서 카메라를 내려놓게 된다. 전통적으로 모로코 사람들이 카메라를 싫어한다는 말이 이런 것이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내가 먼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라 할 말은 없다. 


마라케시의 모로코인들은 이미 관광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었지만, 여행자 따위와는 상관없는 어부는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모로코 전통을 믿는 사람인 것이다. 진짜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는다면 그보다 더 심하게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지인들이 복닥거리는 항구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온다. 물고기들이 팔딱거리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항구에 생선을 잡아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고 한편에서는 일 없이 놀러 나온 청년들이 무리 지어 잡담을 한다. 여행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없는 이곳은 그저 삶의 현장일 뿐이다.


항구에서 나와 해변 쪽으로 걸음을 옮겨 본다. 바람은 세지만, 바다를 따라 기분 좋게 걷도록 길이 이어진다.
조금만 더 더운 계절이라면 붐볐을 해변이지만 지금은 인적이 드물다. 뜨거운 계절에 방문한 여행자들과는 참 다르게 기억될 장소다.
사막 근처에서 사막을 포기하고 바다로 왔다. 사하라 모래사막의 로망도 꺾어놓을 만큼 긴 여행길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찌릿하던 사막의 밤, 헤아릴 수 없는 별의 향연을 이미 경험하고 온 나는 사하라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오게 된 바다라서 그런지 이 바다는 왠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항구에서 해변으로 왔기 때문에 메디나에서 나왔던 곳과는 반대 방향에 와 있다. 메디나로 들어가는 가까운 문을 찾는다. 메디나 안의 수크는 저녁 장을 보는 인파로 가득하다. 빵을 파는 작은 가게에는 홉즈가 산처럼 쌓여있고 각종 야채며, 과일 파는 노점에 모로코인들이 몰려 있다. 장보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작은 물고기들을 튀겨서 파는 가게는 손님이 꼭 차있다.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생선 튀김을 주문한다. 어느 모녀가 싸가지고 가는 것을 가리키며 그대로 달라고 한다. 생선 튀김은 고소하지만 비린 맛이 남아있어 노점의 딸기를 사서 먹고 다닌다. 


배가 부르니 정처 없는 발걸음은 계속된다. 어디선가 귓가를 울리는 빵빵한 스피커에서 현대식 노래가 울려 퍼진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특별 공연이 있는 것인지 공연 무대가 설치되고 사람들은 그쪽으로 몰려가는 중이다. 바다로 해가 넘어가는 시각의 구름 낀 하늘은, 마이크에서 나오는 수려한 노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백열등 불빛 아래 아기자기한 그릇이나 수제품, 기념품 가게가 있는 메디나 골목으로 들어온다. 마라케시에서 버스를 타고 에싸위라에 도착해서 메디나를 걷고 항구와 해변을 오가고 수크를 돌아다니다 메디나로 다시 들어왔다. 가만히 있기 싫어서 일부러 많이 움직인 하루인데도 다른 날과는 달리 쓸쓸함을 감출 수 없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나에겐 다소 럭셔리한 숙소인 리야드에서의 밤, 대체 손님이 있기나 한 것인지 고요하기만 한 숙소에서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일기를 쓴다. 여행자로서의 내 하루도 멀어져 간다. 여행을 시작했을 때 무엇을 봐도 놀랍고 신기하던 마음은 다소 잔잔해졌다. 익숙해진다는 것, 여행조차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떠나왔건만, 오늘처럼 일상이 그리운 날이 있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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