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터치 37] 17년간 1살짜리 아기 몸에 갇혀 산 소녀

최영경 기자 2016. 8. 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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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NER 캡처

17년간 아기의 몸으로 산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는 1998년 8월 싱가포르에서 태어났습니다. 

 최근 페이스북 미디어 '격'은 17세 소녀 페이 샨 타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페이 샨이 태어났을 때 의사들은 아이의 팔다리가 다른  아이에 비해 현저히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의사들은 여러가지 검사를 실시했지만 정확한 병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페이 샨의 진료 차트에는 '선천성 Ⅲ형 점액다당류증(Mucopolysaccharidosis Type III, 효소 부족으로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이 세포 내에 축적돼 발생하는 내분비 질환. 뼈와 장기, 중추신경계 등에 영향을 미침)'란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페이 샨은 1살짜리 몸에서 성장이 멈추었습니다.

페이 샨 타오 페이스북

 페이 샨의 부모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육아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고 최신 육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잡지 구독도 했습니다. 아기의 성장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준비도 마쳤습니다. 그러나 페이 샨은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성장을 멈췄습니다. 뿐만 아니라 페이 샨은 온갖 질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페이 샨 타오 페이스북

 페이 샨의 아버지 치 쾅 타오는  "우리는 하나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한숨을 돌리고 나면 그때마다 또 다른 문제에 부닥쳤습니다. 우리는 고통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격한 감정의 기복을 경험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페이 샨의 얼굴과 팔다리에는 통통한 젖살이 올라있습니다. 페이 샨은 여전히 기저귀를 사용하고, 폐활량이 적어 산소마스크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Florence Chew 페이스북

 페이 샨의 어머니 슈 첸 추는 아이를 하루종일 돌보기 위해 은행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택시운전을 하는 아버지 수입만으로는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버지는 "꿈꾸던 행복이 절망으로 변했습니다"라며 "잠들기 전, 다음날 깨어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습니다. 그편이 훨씬 나을 것 같았죠"고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바로 스스로를 다잡습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라고. 내 아내와 아이가는 둘만 남겨지게 되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페이 샨이 2009년 그린 아빠 모습. 페이 샨은 페이스북에 "아빠는 매일 열심히 일한다. 때로는 아빠가 피곤하다. 하나님 오늘밤 아빠를 많이 잘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썼다. 페이 샨 타오 페이스북

 페이 샨의 어머니는 항상 작은 소음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딸의 산소마스크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늘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딸의 기척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주위가 시끄럽더라도 말이죠."

 페이 샨이 두 살이 됐을 때 부모는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감염을 우려한 의사는 몇 달 후 중단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한번은, 아이의 산소 농도가 거의 0까지 떨어져서 청색증에 걸린 적도 있어요.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었죠." 아버지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Florence Chew 페이스북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페이 샨을 본 부모들은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 아이들을 멀리 떼어놓으려 잡아 당겼습니다.

2012년 페이 샨이 처음 캔버스에 그린 그림. Florence Chew 페이스북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소녀 페이 샨은 강인한 의지로 병마에 맞서 싸웠습니다. 취미로 그림그리기와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페이 샨은 평생의 소원을 성취했습니다. 한 자선 콘서트에서 훌륭히 피아노 연주까지 해낸 것입니다.

Florence Chew 페이스북

 아버지는 "가끔 페이 샨이 나는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겼냐고 물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우린 언제나 말해줍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라서 다른 거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불행하게도 페이 샨의 건강은 지난 7월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호흡 곤란으로 응급 처방용 모르핀 주사를 맞은 직후, 그는 병원에서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습니다.

NEWSNER 캡처

 페이 샨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장례식은 만화 캐릭터인 헬로 키티 테마로 밝게 치러졌습니다. 페이 샨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항상 낙관적이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용감한 소녀의 이야기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남기며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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