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초저금리가 초래한 미친 집값

차학봉 산업1부장 2016. 8. 2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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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일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역대 '최고 호황기'라는 2006~2007년 수준을 넘어섰고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100%가 넘는 주택 보급률, 높은 청년 실업률을 감안하면 현재의 집값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도 고령화 때문에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이른바 '부동산 붕괴론'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만 집값이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주요 도시치고 "집값이 미쳤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2008년 '리먼 쇼크'를 전후해서 미국과 유럽에서 부동산 가격 폭락과 금융 위기가 발생하고 빈집이 속출할 때만 해도 집값 회복은 요원해 보였다. 그런데 어느새 '신(新) 자산 버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주택 가격 폭락으로 금융 시스템이 망가지며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아일랜드는 수도 더블린의 집값이 전(前) 고점인 2006년 가격을 이미 회복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에만 16% 뛰면서 영국 런던 수준에 버금간다. 가격 폭락으로 주택이 담보 능력을 상실하면서 1400만명이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미국조차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는 빚을 내서 주택을 사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50만 가구까지 줄었던 연간 착공 주택은 120만 가구까지 치솟았다. 중국인들의 주택 투자 붐으로 1년 사이에 집값이 30% 오른 캐나다 밴쿠버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외국인의 주택 구입에 취득세 15%를 중과하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경기가 회복돼 소득이 늘어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금의 글로벌 집값 과열은 경기 불황을 막기 위한 저금리 정책의 '파생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등 세계 각국은 불황을 막기 위해 현금을 살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시장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소비와 투자가 아닌 자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새로운 거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우 지수 등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금리의 힘이다. 미친 집값은 '미친 저금리'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얼마나 거품을 더 키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거품이 무한정 커질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부풀어 오른 거품은 어느 순간 터지면서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다. 도쿄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거품이 커졌던 일본 부동산 시장은 30년 장기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 리먼 쇼크에도 집값이 급등했던 싱가포르와 홍콩이 최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도 냉각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도 일부 지역이지만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정책 당국의 주의 깊고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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