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힐링에 목마른 그대..빨리, 발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발리. 이곳을 두고 많은 이들은 '신들의 섬'이라 부른다. 처음에 난 콧방귀를 뀌었다. 요새 '신의 경지' '신들린 연기' 등 아무 데나 신을 가져다 쓰니 더 시큰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발리란 섬에 '회의적'인 내가 발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것도 연일 수은주의 빨간 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여름의 어느 날 말이다. '한국보다 더우면 더웠지 덜 덥지는 않을 것'이란 상상은 더욱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7시간 남짓.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내렸다. 이때부터 나의 발리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지없이 깨지기 시작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마치 전 속력으로 달려와 안기는 듯한 시원한 바람이 격한 환영 인사를 했다. 무작정 동남아는 습하고 더울 것이란 생각부터가 틀렸던 것. 발리는 10월까지 건기이기 때문에 습한 기운이 없다.
택시에 올랐다. 소위 바가지를 당하지 않으려면 블루버드 택시가 좋다기에 여러 기사들의 흥정을 물리치고 하늘색 택시를 잡아탔다. 내 첫 목적지는 발리 서쪽의 쿠타 해변. 가는 내내 차창 너머로 보이는 코발트빛 바다가 연신 마음을 흔들었다.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편이 아닌데도 물속으로 풍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만큼 해안선이 아름다웠다. 특히 높은 파도 위를 날다시피 하는 다국적 서퍼들의 모습에서 가슴속 무언가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아마도 십수 년 전 간직했던 청춘이란 덩어리였을 것이다. 물에는 젬병인 난 결국 열정적인 서퍼들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한참을 거닐었다. 장시간 비행이라 힘들 법도 했지만 몸과 마음은 의외로 가벼웠다.
둘째 날 새벽녘 동이 트기 전에 눈을 떴다. 발리의 아침 해를 보기 위해서였다. 어느 곳을 가도 떠오르는 해는 똑같을 수 있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역시나 발리의 일출은 웅장했다. 인도양 전체가 검붉은 물감을 머금은 듯했고, 하늘마저도 아예 푸른색을 잃은 듯 붉은 기운이 번져나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침 해를 마주하기 위한 이들이 꽤 여럿 보였다. 두 손을 모은 이도 있고, 스마트폰에 풍광을 담는 이도 있었다. 나 역시 카메라를 꺼내들어 순간을 추억했다. 그리고 소원도 빌었다. 이제야 발리를 왜 '신들의 섬'이라 부르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의식적으로가 아닌 마음이 열리면서 발리의 신성한 기운이 몸에 스며들었다.
오전 내내 호텔에서 망중한을 누렸다. '힐링의 정석'이라 할 만큼 무념무상의 시간이었다. 호텔 프런트에서 발리에서 꼭 봐야 할 곳이 있다며 지도를 건넸다. 우리나라로 치면 해남이나 여수 정도의 위치에 있는 발리 서남쪽의 파당파당 비치였다.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그 전부터 독특한 풍경 덕에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곳이라고 긴 설명을 덧붙였다. 40여분 만에 도착한 파당파당 비치. 원래는 울루와투 사원을 보고 해변을 가는 코스지만 그 반대를 선택했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절벽을 지나자마자 비밀의 문을 열어젖힌 듯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졌다. 에메랄드빛이라기보다 쪽빛이란 말이 더 어울릴 바다색이 심장을 두드렸다. 해변 전경을 보기 위해 사원 쪽으로 올라갔다. 흡사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작게 만들어 옮겨놓은 듯 기암괴석 절벽이 이어졌다. 잠시 시선을 바다 멀리 뒀다. 그리고 다시 절벽을 바라봤다. 또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발리는 정말 '신들의 섬'이 맞았다.
※ 취재협조 = 더 물리아, 물리아 리조트 앤드 빌라
[장주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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