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패자의 품격에 투혼까지..이대훈, 金보다 값진 銅

2016. 8.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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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대훈 '승자는 바로 너야'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68㎏급 8강전에서 패한 뒤 상대인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16.8.19 kane@yna.co.kr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비록 메달 색은 구릿빛이었지만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은 진정한 올림피언이었고, 종주국을 대표하는 태권전사다웠다.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은 19일(한국시간)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 8강에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8-11로 졌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세계랭킹 2위가 세계랭킹 40위인 무명의 복병에 일격을 당한 것이다.

물론 아부가우시는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이대훈이 경계대상으로 꼽았던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는 예상을 깨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요르단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을 만큼 만만찮은 선수였다.

이대훈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따면 4년 전 런던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을 털고 4대 태권도 메이저 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휩쓰는 그랜드슬램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8강 경기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그런데 패배도 의외였지만 패배를 받아들이는 이대훈이 자세도 뜻밖이었다.

이대훈은 환하게 웃으며 아부가우시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아부가우시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패배를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에 그가 패자라는 사실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훈은 이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어릴 때는 지고 나면 내가 슬퍼하기에 바빴다"면서 "런던 대회 때도 너무 아쉬워 상대가 기뻐하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지면 아쉬워서 속으로는 헤드기어를 집어 던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대훈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딴 뒤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 못 하면 승자도 기쁨이 덜하고, 패자가 인정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맥이 풀릴 법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회를 마무리하는 모습도 칭찬받을 만했다.

아부가우시가 결승까지 올라 패자부활전에 나설 수 있었던 이대훈은 고프란 아흐메드(이집트)를 14-6으로 꺾은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자우아드 아찹(벨기에)과 맞섰다.

이대훈과 아찹과 경기는 '태권도가 재미없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법한 명승부였다.

<올림픽> 넌 정말 최고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8강전에서 한국 이대훈이 요르단 아흐마드 아부가우시를 상대로 패하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8.19 pdj6635@yna.co.kr

물론 포기를 모르는 이대훈의 투혼이 밑바탕이 됐다.

1라운드에서 0-3으로 끌려간 이대훈은 2라운드에서 4-3으로 역전까지 시켰다가 4-4로 동점을 내주는 등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3라운드에서 다시 먼저 한 점을 내준 이대훈은 경기 종료 25초를 남겨놓고 아찹의 얼굴을 차 7-5로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왼쪽 무릎 쪽에 통증을 호소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대훈은 나중에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경기 당시에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워 보일 만큼 큰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남은 시간을 버티며 리드를 지킬 수도 있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서두르는 아찹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석 점짜리 얼굴 공격에 성공해 쐐기를 박았다.

이대훈은 절룩거리면서 믹스트존에 나타나 "다들 앞에 둔 발을 들고 차니 경기가 지루하다는 말이 나온다. 바닥에서 치고 나와야 박진감 넘친다"며 "그래서 그렇게 차다가 상대가 들고 있는 발에 자주 부딪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대훈은 그랜드슬램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값진 동메달을 수확해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대훈의 말처럼 어느 면으로 보나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이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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