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금메달 약속 지킨 태권도 김소희, 엄마는 울었다(영상 포함)
딸이 1점차로 쫓기자, 엄마는 그만 긴장했다. 딸이 약속한 금메달까지 남은 시간은 4초. 엄마는 “소희야 힘내!”라고 나지막하게 외쳤다.
그러나 엄마의 바람과 달리 딸은 기운이 빠졌다. 종료 직전 매트에 주저 앉으면서 비디오 판독이 시작됐다. 이미 경고 9장을 받은 터라 한 번 더 경고를 받는다면 대회 규정에 따라 감점패(실격패)가 된다. 상대인 세르비아쪽은 이미 이긴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금과 은이 결정되는 운명의 순간 심판은 다행히 딸의 손을 들어줬다. 엄마는 경기 내내 흔들던 태극기로 눈물을 훔쳤고, 딸은 관중석 어딘가에 있을 엄마를 찾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가 1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 3관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7-6으로 꺾었다. 유도와 레슬링 등 투기 종목의 부진에 끊기는 듯 했던 금맥을 다시 뚫은 금빛 발차기였다.
김소희의 금메달은 자신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준 엄마 박현숙씨(51)를 위해 준비한 달콤한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박씨는 “소희가 고1 때 식당 벽에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 해외여행을 시켜드리겠다’고 낙서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저 농담이라고 여겼던 낙서는 리우 올림픽에서 현실이 됐고, 현장에서 딸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바라봤다. 박씨는 “소희가 지금까지 쌓은 땀을 오늘 다 쏟아내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감격했다. 김소희도 “엄마가 먼 길을 오셨는데, 기쁜 마음으로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의 금메달은 시련이 빚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김소희는 15년 전 어느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소희는 충북 제천에서 큰 갈빗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식당에서 일어난 화재에 모든 것을 잃었다. 김소희는 “엄마 머리에 불이 붙었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빚더미에 오른 집안 형편에도 태권도를 하고 싶었던 딸은 엄마에게 “나 태권도 해도 돼?”라고 물었다. 엄마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길을 선택했다. 박씨는 “딸이 너무 운동만 하는 것 같아 치마를 입혀보고 피아노도 가르쳐 봤다. 그래도 소용이 없으니 태권도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딸도 엄마의 희생에 보답하려 이를 악물었다. 대회만 나가며 메달을 싹 쓸어올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워낙 독하게 훈련한 덕분에 체력도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그래서 별명도 축구선수 박지성과 같은 ‘산소통’이었다. 김소희는 구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종합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소희는 “한동안 대회만 되면 날 찾는 운동부를 피하는 게 일이었다”고 말했다.
승부 근성도 남달랐다. 2011년 세계선수권 16강에선 상대 선수의 공격을 막다가 왼손 엄지 손가락의 뼈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지만, 도핑 걱정에 진통제도 먹지 않은 채 금메달을 땄다. 김소희는 “지금도 손가락을 만지면 아프지만, 이 상처가 없었다면 지금 내가 달고 있는 태극마크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딸이었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이날도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다. 결승까지 가는 길부터 험난했다.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태국)와의 8강에선 종료 4초 전까지 2-4로 끌려가다 3점짜리 머리 공격이 극적으로 성공해 6-5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준결승에서는 야스미나 아지즈(프랑스)와 3라운드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골든 포인트제로 치러지는 연장전을 치렀다. 연장에서도 36초를 남겨놓고 몸통 공격에 성공해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결승에 올라와서도 막판 비디오 판독으로 가슴을 졸였지만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소희는 “지난해 한때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하늘이 무심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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