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소희 부모 간절한 응원에 외국인들도 "킴, 킴, 킴"
우승 확정에 어머니는 눈물 펑펑 흘리며 연신 "감사합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아버지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어머니는 태극기를 잡은 두 손이 덜덜 떨렸다.
어머니는 태극기에 딸의 운명이라도 달린 것처럼 두 손으로 태극기를 단단히 부여잡고 힘껏 펄럭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고 또 외쳤다. "소희, 화이팅! 소희 화이팅!"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에서 경기를 펼친 것은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뿐만이 아니었다.
딸의 경기를 직접 응원하기 위해 바다 건너 브라질까지 날아온 김소희의 부모님 김병호(52)·박현숙(52) 씨도 딸과 함께 힘껏 뛰었다.
박현숙 씨는 딸이 1라운드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에게 선취점을 따내며 앞서나가자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2-1로 앞선 2라운드 중반 딸이 상대의 헤드기어 뒷부분을 때리고 석 점을 보태자 어머니의 입에서는 "그래 소희야 잘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 간절함이 전파된 덕분인지 김소희 부모님 주변에 앉은 관중들도 하나같이 "킴, 킴, 킴, 킴"을 크게 연호했다.
김소희를 챔피언으로 만들어주려는 모두의 마음이 통했을까. 김소희는 비디오 리플레이 위기를 딛고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슴 졸이며 결과를 지켜보던 부모님은 그때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박현숙 씨는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르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김병호 씨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눈물을 훔쳤다. 브라질 관중들의 축하 박수에 연신 고개를 숙이던 두 사람은 힘껏 부둥켜안았다.
김소희의 부모님은 충북 제천에서 큰 갈빗집을 운영했다. 그런데 김소희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큰불이 났다. 졸지에 빚더미를 안게 됐다.
부모님은 새벽부터 밤까지 힘들게 일하며 딸을 뒷바라지했고, 딸은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간절함을 배웠다.
김소희는 그 간절함으로 8강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4강에서도 1-0, 1점 차 승리를 일궈냈다. 그리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안겼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고생시켰다는 생각에 미안했던 부모님이다. 김소희는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아팠다.
일가족은 화재로 날아간 행복을 이날 되찾았다. 행복은 그때보다 훨씬 커졌을지도 모른다.
이날 아버지는 딸의 한국체대 친구들이 마련해준 응원 펼침막을 준비해와 자랑스레 흔들었다. 어머니는 태극기로 눈물을 닦았다.
두 사람은 한 기업의 후원으로 딸의 금메달 경기를 직접 보는 행운을 누렸다. 이 기업 관계자는 "소희 어머니가 매일 오전 2시에 잠에서 깨어 한숨도 자지 못할 만큼 긴장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딸이 지금까지 노력한 것을 다 쏟아붓겠다고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뒤 "고맙고, 고맙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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