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했던 이정수의 '희비(喜悲)' 교차

손병하 2016. 8. 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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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했던 이정수의 '희비(喜悲)' 교차



(베스트 일레븐=수원)

이렇게 극명한 ‘희비(喜悲)’ 교차가 또 있을까?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음에도 전반 32분 0-0의 균형을 깨트리는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쁨(喜: 기쁠 희)을 맛봤지만, 후반 3분엔 1-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1 동점을 허용하는 실책성 플레이로 슬픔(悲: 슬플 비)을 느껴야 했다. 수원 삼성의 센터백 이정수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수는 엄청난 무더위에도 90분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수원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을 해냈다.

17일 저녁 7시 30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6라운드 수원-포항 스틸러스전이 열렸다. 승점 3점 차이로 나란히 9위(포항)와 10위(수원)에 있던 두 팀은 소위 ‘승점 6점짜리’ 경기의 승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는 한 골씩을 주고받는 1-1 무승부였다. 두 팀은 90분 내내 치열한 혈투를 보였지만,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더 큰 상처를 입지 않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 경기에서 이정수는 구자룡과 함께 센터백 라인을 구성해 선발 출장했다. 수비 리딩이 좋고 경험까지 풍부한 이정수의 활약은 수원이 포항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갈 수 있느냐를 가름할 키포인트였다. 중앙 수비수이긴 해도 골을 넣는 데 재능이 있고, 포항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두 가지 역을 하는 게 쉽진 않겠으나, 이정수라면 능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정수는 한 가지는 잘했고, 한 가지는 못했다. 골을 넣으며 리드를 잡았지만, 결정적 수비 실책을 범하며 동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먼저 이정수는 전반 32분 수원의 선제골을 넣었다. 포항 진영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염기훈이 찬 볼을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정수는 포항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틈을 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깔끔한 헤딩 슈팅을 성공시켰다.

전반 내내 포항의 외국인 공격수 라자르를 비롯한 상대 공격수들을 잘 막고 골까지 넣었으니 만점에 가까운 활약이었다. 그러나 후반 3분 이정수는 리드를 빼앗기는 결정적 실책을 범했다. 이정수는 라자르가 역습을 시도할 때 침착하게 볼을 커트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키핑이 조금 길어 수원 골문 방향으로 전진하던 라자르에 다시 뺏기고 말았다. 라자르는 이정수의 볼을 빼앗은 뒤 유유히 동점골을 기록했다.

이렇게 이정수는 90분 동안 희비를 극명하게 경험했다. 중앙 수비수이면서도 골을 넣은 기쁨을 비할 데 없었겠으나, 중앙 수비수로서 치명적 실수를 범해 동점골을 허용한 건 핑계가 쉽지 않은 상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수는 90분 동안 수원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해냈다. 더는 포항 공격에 골을 허락하지 않았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그 어떤 공격수들보다 적극적으로 임해 공격에 힘을 보탰다.

개인적으로 희비는 엇갈렸을 것이다. 어쩌면 전반 32분 넣은 선제골보다, 후반 3분 잃은 동점골에 대한 자책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정수는 분명 주어진 몫을 다했다. 그리고 그런 이정수의 활약에 힘입은 수원은 결코 쉽지 않은 승부에서 승점 1점이라도 딸 수 있었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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