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어느 해 여름의 특별했던 미역국

2016. 8. 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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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덥다’라고 봐주기에는 올여름 더위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말복이 되면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야 한낮의 더위도 희망을 가지고 참아볼만 한데 때를 가리지 않고 폭염이 계속되니 전기세 폭탄이라는 엄청난 공포에도 에어컨 바람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8월의 더위는 늘 그랬을 것인데 더위를 참아내는 나의 인내력이 점점 약해는 건 아닐까!

8월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하나 있다. 삼복더위에 맛있게 먹었던 특별한 보양식이 아닌 미역국이다. 8월에 딸아이를 출산하면서 삼시세끼 그리고 끼니 사이의 간식으로 하루 다섯 번 씩 펄펄 끓는 미역국을 먹었다. 평생 먹어야 하는 미역국을 그해 여름에 다 먹었다. 냉면 대접만 한 그릇에 담긴 미역국을 한 그릇씩 비워야 했으니 그해 여름의 미역국 먹기는 나에게 노동이었다.

쇠고기미역국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 법인데 매일 먹는 미역국은 오죽했을까! 그때는 미역국을 먹는 내가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와 생각하면 참으로 철없는 딸이었다. 산모인 딸이 미역국을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도록 친정엄마는 쇠고기 미역국, 전복 미역국, 조개 미역국, 가자미 미역국, 북어 미역국으로 다양한 미역국 끓이기 신공을 펼쳤다.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여 가만있어도 지치는 여름날, 불앞에 서서 다양한 미역국을 끓여 상에 올려주셨던 친정엄마의 그해 여름은 어떠셨을까? 산모에게 찬바람은 좋지 않다고 에어컨도 틀지 못하게 옆에서 지켜보는 친정엄마의 감시 아닌 감시 아래 펄펄 끓는 미역국을 먹어야 했던 나. 요즘 더위가 짜증스럽다가도 미역국을 먹고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생선미역국

미역국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음식이다. 생일날 아침에 먹는 음식으로 “미역국 먹었어?”로 생일축하 인사를 전한다. 또 아이를 출산하면 미역국과 흰쌀밥으로 ‘첫국밥’을 먹는다. 그러나 미역의 미끌미끌한 특성 때문에 시험을 보는 날 아침에 미역국을 먹으면 낙방한다는 속설이 돈다.

미역은 평소 우리에게 결핍되기 쉬운 철분과 요오드뿐만 아니라 칼슘, 나트륨,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특히 미역에 함유된 요오드와 미네랄은 자궁의 수축을 돕고 피를 맑게 한다. 또 요오드는 갑상선을 만드는데 필요성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역의 풍부한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역은 주로 늦가을에 수확을 시작해 봄에 수확을 끝내니 생미역은 겨울이 제철이고 여름에는 건조 미역을 활용하게 된다. 입맛 없는 여름철에는 마른 미역을 불려서 오이와 함께 무친 미역초무침이나 얼음을 동동 띄운 미역냉국이 제격이다. 날씨가 서늘해지면 미역을 기름에 튀긴 미역튀각이나 미역죽으로 먹으면 입맛을 돋운다.

여름 더위, 시간이 해결해 줄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없을 듯하다. 미역국으로 이열치열을 즐기기에는 너무 더우니 오늘 한 끼는 미역국 대신 미역냉국으로 시원하게 해결하련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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