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승자가 다 가져가는 슈퍼매치

홍재민 2016. 8. 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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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

“이기는 팀이 다 가져간다.” 생애 첫 슈퍼매치에 임전하기 30분 전, FC서울의 수장이 저렇게 얘기했다. 그리스 작은 섬에서 메릴 스트립도 저렇게 노래했다. Winner Takes It All.

13일 토요일이다. 숫자를 뒤바꿔 영상 31도만 되도 좋으련만 인터넷을 보니 35도를 찍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 들어선 푸드트럭에서 뭔가를 굽느라 맛있는 연기가 피어난다. 상인들 이마에, 줄 선 손님들의 볼에, 경기 주변을 스케치하는 나의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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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기준으로 25라운드다. ‘K리그 베스트셀러’ 슈퍼매치다. 경기 전, 수원블루윙즈의 서정원 감독은 “폭염 경기에서는 모든 팀의 뛴 거리가 줄었다”라며 살인적 무더위를 원망했다. 물론 서 감독에게 제일 아쉬운 것은 권창훈이 브라질에 있다는 사실이리라.

반대편 감독실에 있는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걱정보다 긴장이 앞서 보였다. 생애 첫 슈퍼매치다. 선수단에서 그가 슈퍼매치 경험이 제일 부족하다. 말로만 듣던 그 경기를 이제 책임져야 한다. 황 감독은 “라커룸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각오를 묻자, 서두에 소개한 “이기는 팀 다 가져가는 경기”라는 대답이 나왔다. “내용보다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킥오프 직전, 수원 서포터즈는 커다란 걸개를 펼쳤다. 다이빙을 하는 곽희주의 그림 아래에 ‘HOLY DIVER’라고 적었다. 옛날 옛적 <디오(Dio)>의 강렬한 사운드가 기억났다.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의 근황을 뒤져보니 2010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야수 같은 그의 부르짖음을 들을 수 없다니 쓸쓸하다.

폭죽이 터지면서 슈퍼매치가 시작되었다. 더운 탓인지 다카하기 요지로가 없는 탓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의 빌드업은 지지부진했다. 서정원 감독의 “날씨가 변수” 걱정과 달리 수원 선수들은 경기를 잘 풀었다. 하지만 부드럽지 못했던 서울이 먼저 골을 넣었다. 아크에서 윤일록이 감아 찬 공이 골키퍼의 키를 넘어 오른쪽 톱코너에 꽂혔다. 맞다. 황선홍 감독은 “내용보다 결과”라고 이 경기를 설명했었다. 

하프타임이 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암전되었다. 스마트폰 플래시가 반짝였다. 가수 전인권 씨가 등장해 들국화의 <행진>을 불렀다. 크게 따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중석 4개 면 중 3개 면이 반짝거렸다. 1개 면은 깜깜했다. 센터서클로 이동한 전인권 씨가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렀다. 홈 팬들은 함께 불렀다. 깜깜한 쪽에서 아우성이 일었다. 반짝거리는 쪽에서 야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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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팬들의 응원은 후반 초반까지 이어졌다. 파란 팬들은 자기 자리에서 사력을 다했다. 하프타임 이벤트에 딴지까지 놓았다. 예의를 떠나 뭐든지 해보려는 모습이 필사적으로 보였다. 파란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다. 염기훈의 크로스, 산토스의 고군분투, 장호익의 패기 넘치는 공격 가담이 희망을 짜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그들의 2016시즌을 상징했다. 전반전에만 두 명이 다쳐 나갔다. 뒤진 상태에서 서정원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두 가지밖에 없었다. 장호익과 조원희의 자리를 맞바꾸고, 프로 데뷔생 김건희를 또 다른 데뷔생 김종민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려 해도 뭐가 없는, 그런 상태. 수원은 한 골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 번째 슈퍼매치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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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비교되었다. 앞선 상태를 더 크게 앞서게 하려고 황선홍 감독은 노력했다. 후반 10분, 아드리아노가 교체로 들어왔다. 수원에는 없는 두터운 스쿼드를 서울은 가졌다. 평범한 경기력으로 빅매치를 잡는 요령을 선보였다. 

황선홍 감독의 첫 슈퍼매치 승리와 리그 4연승. ‘아데박’ 트리오는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불안한 수비를 메우는 유상훈의 긴 다리도 있었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슈퍼매치는 책임감이 많이 무겁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책임감까지 장착했다. 서울 팬들은 이겨서 기쁘고, 근사한 이벤트로 즐거웠다. 서울은 모든 것을 챙겼다. 수원은 현실 자각이라는 쓸쓸함만 챙기고 떠났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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