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도 정훈 감독, "한국식 힘든 훈련에 선수 30명 도망가기도"

2016. 8. 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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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런던올림픽 한국 감독서, 리우올림픽 중국 감독으로
중국에 ‘남자유도 첫 올림픽 출전+첫 메달’ 안겨
2년 전 건너가 세계 130위 밖 선수들 환골탈태시켜
“한국식 힘든 훈련에 대표 30명 야반도주하기도”
제일 많이 도망갔던 청쉰자오 동메달 획득

2016 리우올림픽에서 중국에 남자유도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긴 청쉰자오(왼쪽)와 정훈 감독.
2012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90㎏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과 맞절로 화제가 됐던 정훈 감독.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4년 전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90㎏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현 남자대표팀 코치)은 당시 정훈 대표팀 감독한테 큰절을 했다. 정훈 감독은 4년 뒤 리우올림픽 남자유도 90㎏에서 또 한번 큰절을 받았다. 이번에는 동메달을 딴 중국 선수 청쉰자오한테서다.

런던올림픽 한국 유도 국가대표 수장이었던 정훈 감독이 리우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 감독으로 출전해, 중국 남자유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청쉰자오(세계 25위)가 11일(한국시각)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유도 90㎏에서 한국의 곽동한(세계 1위)과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청쉰자오는 시상식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을 응시하는 등 가슴 벅찬 기분을 만끽했다.

지켜보던 정훈 감독이 더 감격해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국제통화에서 “모두가 안 된다는 걸 해냈다”며 “청쉰자오가 큰절을 하더라”고 기뻐했다. 사실, 청쉰자오의 동메달은 중국에서는 사건이다. 중국은 여자유도는 강하지만, 남자는 올림픽에 나간 역사가 없다. 역대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따냈지만 모두 여자 선수들이 거둔 성과였다. 남자유도 국가대표팀을 없애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를 2014년 4월 중국에 스카우트되어 간 정훈 감독이 환골탈태시켰다. “2년 전만 해도 선수들이 모두 세계 순위 130위권 밖이었어요. 실력이 중·고등학교밖에 안 됐죠.” 한마디로 오합지졸이었다. 훈련 시간에 공을 차거나, 메치기를 몇 번 하고 들어가는 식이었다고 한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들에게 정훈 감독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한국식 유도 훈련을 도입했다. “오전에 운동장 40바퀴를 돌고, 웨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유도 매트 훈련에, 고무줄 당기기를 1000개 하는 등 하루 4번씩 2년 동안 매일 8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고 한다. 낙법부터 굳히기까지 다 다시 가르쳤단다. 그랬더니? “다들 도망가버리더라고요. 30명 모두가 야금야금 야반도주를 했어요. 동메달을 딴 청쉰자오가 가장 많이 도망간 선수입니다.(웃음)” 도망가면 찾아가서 ‘나를 믿어보라’ 설득하기를 반복한 끝에 믿고 따라 준 이들 중 3명(66㎏, 73㎏, 90㎏)이 중국 남자유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6개월간 설득했고, 1년 뒤부터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더니 세계 25~26위까지 올랐다.

“중국에서는 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환호한다”는데, 성적까지 냈으니 정훈 감독은 “중국의 히딩크가 됐다”며 쑥스러워했다. 중국 대표팀 수장으로 “한국과 일본만 피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며 한국이 동지에서 경쟁상대가 됐지만, 한국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는 “안바울의 경기도 관중석에 앉아서 한국 관계자들과 함께 박수 치며 응원했다”며 “남은 경기, 한국 유도팀이 선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승에서 한국과 중국이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리우올림픽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훈 감독 제공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중국의 청쉰자오.
리우올림픽 남자 유도 90㎏ 동메달리스트 중국의 청쉰자오(왼쪽)와 한국의 곽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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