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필리핀의 한국인 탁구 감독 권미숙 "농구의 신동파처럼"

권혁진 2016. 8. 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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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권혁진 기자 = 필리핀 탁구대표팀 권미숙(왼쪽) 감독과 얀얀
【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권혁진 기자 = 필리핀 탁구대표팀 권미숙 감독.

【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권혁진 기자 = 1980년대 후반 탁구 국가대표로 명성을 떨쳤던 권미숙(46)은 지도자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다.

2일(한국시간) 탁구 훈련장인 리우센트로 파빌리온3에서 만난 그의 유니폼에는 태극기가 아닌 필리핀 국기가 달려 있었다.

권미숙은 1989년 도르트문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은메달 멤버다. 현정화, 홍차옥 등 언니들과 함께 영광을 일궈냈다.

탄탄대로가 예상됐던 선수 생활은 5년도 못 가 막을 내렸다. 1992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권미숙은 이를 반납한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라켓을 일찍 내려 놓은 아쉬움을 지도자로서 풀고 싶었지만 이 역시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생활체육에 몸 담다가 한 고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2년 만에 팀이 해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야심차게 도전한 일본과 중동 생활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순간, 필리핀이 손을 내밀었다. 권미숙의 진가를 알아본 필리핀은 그에게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제의했다.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권미숙은 곧장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라리바 란(22)이라는 여자 탁구 선수를 올림픽에 내보낸 것이다. 필리핀 탁구의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미숙은 "후원을 받지 못해 자비를 털어 홍콩에서 열리는 예선전에 나섰다. 선수가 잘해줘 필리핀 탁구 사상 최초로 올림픽 무대까지 나오게 됐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한 경기라도 이기면 좋겠지만 공부하고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임할 생각이다. 올림픽에 나왔다는 자체 만으로도 얀얀(라리바 란의 별명)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라리바 란의 올림픽행으로 필리핀 탁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로지 농구만 바라봤던 기업들도 조금씩 탁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10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두 테이블에서 모든 운동을 해야하는 등 여전히 환경이 열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미숙은 분명 나아질 것으로 확신했다.

권미숙은 "올림픽이 끝나면 후원자가 많아질 것 같다. 필리핀은 농구를 위주로 후원을 하는 편인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16세 남자 선수가 있는데 우리 중학교 2학년 수준은 된다. 가능성이 있다. 4년 뒤 올림픽에서는 뭔가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 과거 필리핀에서 신동파라고 하면 알아줬듯이 권미숙이라는 이름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선후배들이 이끌고 있는 한국 탁구 대표팀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권미숙은 강문수 총감독을 선생님으로, 안재형 남자팀 감독을 오빠라고 칭했다. 자신보다 두 살 적은 이철승 남자팀 코치는 '철승이'라고 불렀다.

권미숙은 "예전에 비해 조금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꼭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밖에 나와 있으면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에 큰 힘을 얻는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선전을 기원했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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