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학생들 국·영·수 주요과목 남한보다 공부 더 많이한다"

교육과정평가원 김진숙 박사 분석..중학교 수학, 北이 南보다 200시간 많아

수업하는 북한 학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평양 조선신보)]

교육과정평가원 김진숙 박사 분석…중학교 수학, 北이 南보다 200시간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북한 초·중등교육의 국어·영어·수학 등 핵심과목의 수업 시간이 한국보다 더 길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문·이과 융합을 강조한 것처럼 북한도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융합교육을 강조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운 쪽으로 교육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진숙 연구위원은 28일 북한법연구회에서 발표한 '북한의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에 따른 학제와 교육과정 개편 :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총 수업시수와 교과별 시수에서 남한보다 대체로 많은 편이며 국어·영어·수학·과학의 경우 중·고교 단계로 올라갈수록 남한보다 더 많이 배운다"고 밝혔다.

한국의 중학교 국어의 최소 이수시간은 442시간인데 비해 북한은 510시간으로 60시간가량 더 많았다. 수학은 한국(374시간)보다 북한(578시간)으로 200시간가량 더 많고, 영어 역시 남한이 340, 북한은 408시간으로 북한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도 주요과목들의 수업시수가 남한보다 북한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교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최소 이수시간은 한국이 모두 170시간씩이었으나 북한은 국어문학 215시간, 수학 368시간, 영어 243시간에 달했다.

<표> 북한의 이수시간이 남한보다 더 많은 교과목(중학교) ※북한 특수교과(김일성,김정숙,김정일,김정은 관련 4개교과) 시수는 제외함. [북한법연구회 제공]

과학도 남한은 204시간인데 비해, 북한은 물리(331), 화학(248), 생물(220) 등 총 799시간에 달했다.

다만, 고교의 경우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이 최소 이수 시수만 제시하는 데다 학교·학생별로 선택한 결과에 따라 과목별 이수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남북한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북한의 학제가 국제적인 기준에 더 가깝게 재편되고 남북한의 공통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북한은 2012년 학제를 기존 11년제 의무교육에서 12년제 의무교육으로 개편하고 이듬해 개정 교육강령을 통해 현행 교육과정을 체계화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초등교육의 연한 확대, 중고등학교 분리 및 일부 고교의 지역별 선택과목 도입을 통한 후기 중등교육 강화, 외국어 중 영어능력 신장, 과학기술교육의 강조가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포함돼 있어 변화된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교육정책이 지향점과 내용, 방법, 평가 등 여러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더 가까운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다.

북한에서 교육이 이념적 도구로 기능하는 한계는 있지만 다양한 새로운 교육적 실험이 시도되고 있으며 특히 통합과 융합을 강조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교과 통합, 문·이과 통합을 강조하는 것도 남한과 공통되는 흐름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여전히 북한 체제는 교육을 '철저한 교화를 통한 체제 안정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북한의 정치 체제와 정책의 국제적 이단성이 체제 홍보와 유지를 위하 교육에 투영되고 있다"며 "북한에서 주민들이 어릴 때 교육과정의 정치 도구화로 인해 잘못 배운 교육의 결과가 평생 그들의 의식과 삶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통일을 대비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의 새 교육과정이 실제로 초중등학생에게 어느 정도로 실행되는지, 12년제 의무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구현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북한 정부의 공식문서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조사의 한계성도 지적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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