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유치원버스 사고, 총체적 부실관리가 원인
광주시교육청이 폭염 속 통학버스에 갇혀 있다가 원아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안전수칙 매뉴얼 이행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통학버스 갇힘 등의 안전사고가 올 들어 3차례나 반복됐다는 점에서 지도감독 기관과 유치원 시설 등의 부실관리에서 비롯된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예견된 사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30일 광주시 광산구 A 유치원의 원아가 통학버스에서 8시간 정도 갇혀 있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판단하고 서부교육지원청에 상황실을 설치해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부교육지원청은 교육장을 사고수습 위원장으로 하고 교육지원국장을 사고수습 총괄조정관으로 하는 사고수습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고에 대처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2월 중순 광주지역 일선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에 보낸 통학버스 운영 매뉴얼을 통해 "운행 종료 뒤 차 안 뒷좌석까지 반드시 확인, 어린이 혼자 통학버스에 남아있지 않도록 한다"는 운전원 안전수칙 준수를 지시한바 있다.
그러나 사고버스 기사와 교사는 유치원에 버스가 도착했을 때 승·하차 인원이 맞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유치원도 수업을 마칠 때까지 출석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서 사고로 이어졌다.
사건 당일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도를 기록해 뜨거운 햇볕아래 밀폐된 버스의 내부온도는 45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온도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시간이나 지나 유치원생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서야 차량 운행을 준비하던 운전원이 차안에서 의식을 잃은 A군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교육청은 통학버스 운전자가 2년마다 한 번씩 도로교통공단에서 받아야 하는 교육을 이수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으나 사후약방문격의 뒷북조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이번 사건에서 보듯 통학버스 안전수칙 준수여부는 인력부족 등으로 현장 점검을 일일이 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유치원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유치원 시설 관계자들에 대한 관련법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6월 초에도 광주시 북구 우산동의 한 어린이집에 주차된 통학차량에서 원생 B(5·여)양이 오전 9시 40분부터 2시간이나 방치된 사고가 있었다.
또 4월 초에도 광주시 북구 오룡동의 한 특수학교에 도착한 통학버스에서 근육발달과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박모(7)군이 심정지 상태로 보조 교사에게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박군은 치료 68일 만인 지난 6월 12일 숨졌다.
박 군의 가족은 "통학버스 실무사의 안전 보조업무 소홀로 심정지에 이르는 중상해를 입혔다"며 실무사와 교장을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처럼 올 들어서만 유치원과 어린이집, 특수학교 어린이 등이 통학버스에 갇히거나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했으나 효율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면서 관계기관들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광주CBS 박준일 기자] 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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