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계 뒤흔든 '섹스 스캔들' 15년 만에 원점으로

손병호 기자 2016. 7. 3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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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새 증거 확보".. 레비 살해 혐의 복역중이던 남성 석방
2001년 발생한 ‘찬드라 레비 살해사건’ 수사가 15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 검찰은 당시 유죄판결 근거와 배치되는 새로운 증거가 나와 레비 살인범으로 지목돼 수감돼온 용의자를 석방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2002년 5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머데스토 중앙플라자에서 열린 레비의 추모식 모습. AP뉴시스
잉그마르 관디케

2001년 미국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은 섹스 스캔들 사건인 ‘찬드라 레비 살해사건’이 사건 발생 15년 만에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미 검찰이 28일(현지시간) 대학생 인턴이던 레비(당시 24세)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잉그마르 관디케(사진)라는 남성을 “증거가 폐기됐다”면서 석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이달 초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출연했던 여배우 뱁스 프롤러는 메릴랜드주에서 아르만도 모랄레스라는 한 남성을 알게 됐다. 모랄레스가 자신의 애완견을 친절히 대해준 것을 계기로 둘은 친구가 됐다. 그런데 며칠 뒤 프롤러는 모랄레스가 갱단 출신이며 마약거래 등으로 전과 5범인 것을 알게 되면서 위협을 느끼게 됐다. 모랄레스는 프롤러의 전 남편에 해를 끼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 뒤부터 프롤러는 모랄레스와 만날 때 그의 말을 몰래 녹음했다. 그런데 그 녹음파일 중 ‘찬드라 레비 살해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검찰이 관디케를 석방하기로 한 이유로 “최근 뜻밖의 ‘새로운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 새 증거가 바로 모랄레스의 녹음파일이라고 보도했다.

연방교정국 인턴이던 레비는 2001년 5월 1일 워싱턴의 한 체육관에서 보인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돼 1년 뒤 워싱턴 록 크릭 공원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실종사건 수사과정에서 레비는 연방 하원의원이던 게리 콘디트 민주당 의원과 내연관계인 게 드러나 충격을 줬다. 콘디트는 기혼자였고 레비보다 30년 연상이었기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학생 인턴 간의 불륜 사건에 빗대 ‘제2의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으로 불렸다.

사건 뒤 콘디트가 살해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증거가 없어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은 레비가 실종된 날 록 크릭 공원에서 조깅하던 여성 2명을 폭행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관디케를 살해범으로 지목해 2009년 기소했고, 관디케는 이듬해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관디케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모랄레스가 증인으로 나와 “관디케가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다가 ‘레비를 살해했지만 강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게 유죄 판결이 나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여배우가 녹음한 파일 속에 모랄레스가 “내가 레비 살해사건 재판 때 법정에서 거짓진술을 했다”고 털어놓은 대목이 있었다. 프롤러는 이 파일을 검찰에 넘겼고 결국 검찰은 관디케를 석방하게 됐다. 검찰이 관디케를 기소할 당시에도 법의학적 증거나 목격자 진술이 없었고, 오직 모랄레스의 증언에만 의지해 재판이 이뤄져 논란이 적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검찰의 이번 결정에 콘디트 전 의원의 변호인은 “콘디트는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을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비의 유가족들은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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