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가 아프리카를 말라리아에서 구원?

김덕훈 2016. 7. 2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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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카(Zika)'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감염되면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소두증'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서, 임신부들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질병이다.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탓에 스스로 조심하는 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이 지카 바이러스의 본산이어서 사람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10월 이후 브라질에서 소두증 확진 판정을 받은 신생아 수는 1,749명이다.

그런데 모기가 전염시키는 가장 끔찍한 질병은 사실 말라리아다. 2013년 한 해만 말라리아에 걸려 숨진 사람이 전 세계에서 최대 66만 명에 이른다. 말라리아는 국내에서도 휴전선 주변 지역에서 유행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퍼져 있지만, 사망자 가운데 90%는 유독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몰려있다.

[다운받기] World malaria report 2015, WHO

아프리카 말라리아가 유독 독한 걸까?


말라리아 기생충은 사람 뇌까지 침범해 오한과 빈혈, 구토 등 증상을 일으킨다. 100년이 넘도록 수많은 연구자가 시도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백신은 개발되지 못했다. 예방·치료 약을 복용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내에도 다양한 약이 출시돼 있어, 특별히 몸이 약한 노약자가 아니라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흔치 않다.

반대로 약을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망률은 자연히 급증하게 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약 살 형편이 안 되거나, 말라리아 증상인지 몰라 병을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이지리아나 콩고민주공화국 같은 창궐 지역은 말라리아 예산이 GDP 대비 1.3%에 불과해, 방역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파소 비누(Faso Soup)’…모기 퇴치 어떻게?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개발된 ‘파소 비누’ (사진: CNN)


여기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수년째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목타 뎀벨레(Moctar Dembélé)와 부룬디 출신의 헤라르드 니욘디코(Gérard Niyondiko)가 그 주인공이다.

두 연구원은 지난 2013년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UC Berkeley)가 주최하는 국제 사회적 벤처기업 대회(Global Social Venture Competition)에서 '파소 비누(Faso Soup)'를 출품해 우승을 차지했다.

파소 비누는 견과류 추출 지방 성분, 레몬그라스, 천수국 등을 이용해 만든 일종의 '방충제 비누'다.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만들어 내, 말라리아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원리다.

파소 비누를 목욕할 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말라리아 방지 효과를 낸다는 게 개발자들 설명이다. 몸을 물로 헹구면 비누 성분이 바로 씻겨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몸을 닦은 뒤에도 파소 비누의 마이크로 입자가 피부를 덮어 6~8시간 동안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도 목욕을 하려면 어차피 비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로 돈을 들여 구입해야 하는 일반 모기 기피제와 비교해서도 경제적이다.

비누가 아프리카를 말라리아에서 구원할 수 있을까?

파소 비누 공동 개발자 헤라르드 니욘디코(Gérard Niyondiko) (사진: CNN)


두 개발자는 파소 비누를 곧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등 다른 대륙 대신, 자신들이 나고 자란 아프리카를 첫 시장으로 정했다.

누구나 사서 쓸 수 있을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약만큼 비싸다면 사망률 개선에 전혀 이바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은 서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하는 대형 비누 제조회사, 국경없는의사회 등 NGO 단체와 협력해 파소 비누 보급에 나설 방침이다. 2018년까지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를 10만 명 줄이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김덕훈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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