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빠진 ARF 의장성명.. 미·중 이해관계 절충

입력 2016. 7. 27. 21:57 수정 2016. 7. 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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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남중국해' 문구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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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의장국인 라오스는 회의 폐막 하루 만인 27일(이하 현지시간) 당초 우려와는 달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내용이 빠진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상단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하단 왼쪽부터)
◆사드 배제와 남중국해 문항 절충한 듯

미·중 패권 다툼 양상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이 남중국해 관련 내용 배제와 사드 관련 내용 반영을 시도해 문안 도출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고 “북한 등 일부 국가가 집요하게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문구를 포함하고자 시도했지만, 관련 양자 접촉과 문안 교섭을 통해서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는 한·미 간 공동결정이었기 때문에 한·미가 거의 한 대표단처럼 입장을 개진했고, 여타 우방국도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의장국 라오스가 이런 진통 속에서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ARF 의장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주장한 남중국해 조항과 중국이 강조한 사드 조항 문제가 절충점을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장성명 제9항의 남중국해 관련 조항에는 지난 12일 남중국해 중재재판판결에 대한 중국의 준수 의무를 직접 요구하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에 부응해 각국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할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이 (2002년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에서의 무력행사 금지 등 영유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규정한) 남중국해행동선언의 충실한 이행을 보장하도록 주목한다”는 일반론적인 표현으로 출구를 찾았다. 지난 25일 채택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도 중재재판판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중국 외교의 승리로 평가받은 바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가운데)이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포토세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 앞을 지나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윤 장관과 왕 부장은 24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사드 문제로 격돌했다.
비엔티안=EPA연합뉴스
이번 의장성명에서는 한반도 조항과 관련해 지난해 의장성명에 포함돼 양비론으로 해석됐던 “장관들은 긴장을 완화하고 그 어떠한 반생산적 행동도 자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는 표현이 빠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ARF 성명과 관련해 “북한의 구체적인 핵실험 시기, 미사일 발사 시기 등을 명기하고 북한의 행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지적했다”며 “미국, 일본, 호주 등과의 견고한 공조를 통해 만족스러운 문안을 도출했다”고 자평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본격화하나

ARF를 포함한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는 향후 한국 외교의 좌표 설정을 깊이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슈퍼파워로 불리지만 역내에서 중국의 막강한 영향력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를 고리로 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본격화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사드 배치 지지 입장을 밝힌 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주스위스 대사)는 “미·중이 주도하는 긴박한 아시아 정세는 연쇄적으로 큰 사건들을 몰고올 수 있다”며 “미·중 대립구도가 뒤바뀌지 않는 한 한국은 사드 못지않게 선택의 기로에 처할 수 있고, 그 선택에 따라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는 격동의 서곡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비엔티안(라오스)=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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