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입국하던 중국인 여권에 욕설 낙서..中 강력항의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베트남 방문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의 여권이 공항 입국 심사과정에서 욕설 낙서로 훼손된 사건이 발생, 중국 정부가 베트남 측에 공식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사는 여성 중(鐘)모씨는 23일 베트남 호찌민시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친 뒤 돌려받은 여권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여권 8쪽과 24쪽 등 2곳에 파란색 볼펜으로 쓴 영어로 된 '욕설'(Fuck You)이 적힌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쪽에는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이 인쇄돼 있다.
중국은 2012년부터 일부 페이지(8·24·46쪽)에 구단선을 지도 형태로 그려 넣은 새 일반 여권을 발급해 왔다.
자국민이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이 중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중국 외교당국은 강한 분노를 표시하며 공식적으로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호찌민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은 27일 호찌민시 외사판공실을 통해 공식 항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총영사관은 "중국 여권을 훼손한 행위는 중국의 국격과 중국인의 인격을 모독한 것으로 염치없고 비겁한 행위"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어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할 것을 베트남 측에 요구하면서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처리해 비슷한 사건이 또 나지 않도록 촉구했다.
베트남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을 계기로 베트남에서 일고 있는 반(反)중국 정서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필리핀처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베트남은 최근 중국 드라마의 방영을 중단하고 구단선이 인쇄된 중국 여권 소지자들에게 별도 입국신고서를 요구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조치들이 잇따라 취하고 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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