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는 흙수저끼리 만나라?..'계급사회' 부추기는 결혼정보업체

이태희 2016. 7.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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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결혼전문업체 부모재력·직업 중시 '상류층' 앞세워 마케팅일반 결혼정보업체까지 두배 넘는 가입비 내면 소위 '엘리트 회원' 소개"위화감 조성" 지적 잇따라

노블레스 결혼전문업체 부모재력·직업 중시 '상류층' 앞세워 마케팅
일반 결혼정보업체까지 두배 넘는 가입비 내면 소위 '엘리트 회원' 소개
"위화감 조성" 지적 잇따라

모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에서는 홈페이지에서 상류층과의 결혼 가능성을 테스트 할 수 있다. 부모의 재력을 묻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온다.

"엘리트 회원만을 위한 결혼정보를 제공해드립니다.", "상대와 '급'이 맞지 않을 경우 트러블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칭 상류층 전문이라고 내세우는 한 결혼정보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홍보 문구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결혼정보업체들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일각에서는 계급사회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류층'만을 위한 만남 주선

결혼중개업법 12조에 따르면 결혼중개업자는 국가, 인종, 성별, 연령, 직업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부 결혼정보회사들은 '상류층'이라는 단어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노블레스(귀족) 결혼'을 전문으로 하는 결혼정보회사들도 있다. 이들은 가입기준을 직접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홈페이지 광고를 통해 검사나 변호사, 교수, 고시합격자 등과의 만남을 주선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 홈페이지 내 테스트는 첫 번째 질문부터 부모님의 재력을 묻고 있다. 10억~100억 이상까지 구분시켜 놓은 기준에 웬만한 중산층은 지레 가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는 등급을 4단계로 나누고 있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을 원하는 등급부터 엘리트 집안의 자제들만 모아 놓은 등급도 있다.

결혼정보 이용자를 '상.하류층'으로 나눠 관리하는 이들의 사업방식이 지나친 계급사회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문식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캠페이너는 "학교나 직업으로 신분을 나눠 차별하는 행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며 "이런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결혼정보업체도 '노블레스(귀족) 서비스'

상류층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일반 결혼정보회사들은 그간 회원들을 등급화하는 시스템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들 역시 엘리트를 주선하는 노블레스 서비스를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일반 가입자의 약 두 배 이상의 가입비를 내면 엘리트 회원을 만날 수 있는 해당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결혼적령기 직장인 손모씨(34)는 결혼정보회사의 노블레스 서비스를 보고 불쾌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귀족들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따로 있는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전문직, 명문대가 아닌 사람은 결혼할 때도 차별받는다는 것을 가입 전부터 알게됐다"고 털어놨다.

결혼정보회사는 해당 서비스가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계급을 나누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상대방을 원하는 경우 누구나 노블레스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며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까다로운 조건의 상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노블레스 회원들 역시 서로의 호감도를 바탕으로 연결시켜주는 취지지 스펙이 모자란다고 가입을 제한시키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내놨다.

한편, 계급을 따져 상대방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존재했다. 한 소개팅앱은 외모나 학벌, 직장 등을 기준으로 이용자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낮은 등급의 이용자는 높은 등급의 이용자와 만날 수 있는 길이 차단된다. 끼리끼리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계급만남'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 해당 소개팅앱 담당자는 "프로필을 성실히 작성하기만 해도 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남을 성사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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