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수주산업 감사 "회계사 증원, 현장실사 2배증가"

황국상 기자 입력 2016. 7. 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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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회계부정 관련 소송리스크 증가탓, 핵심감사제 등 제도강화도 이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the L]회계부정 관련 소송리스크 증가탓, 핵심감사제 등 제도강화도 이유]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나르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2012~2014년 기간 매출원가 과소계상, 자기자본 과다계상 등을 통해 5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제공=뉴스1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로 인한 여파가 여타 수주산업에까지 미치고 있다. 수주산업의 '회계절벽'을 막기 위해 올해 반기검토보고서 시즌부터 처음 도입되는 핵심감사제로 해당기업과 회계법인은 한층 분주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감사실패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면서 회계법인 스스로도 몸사리기 차원에서 보다 깐깐한 감사를 진행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같은 일련의 변화는 기업과 회계법인이 직면한 소송리스크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2013년 대규모 어닝쇼크 사실을 시장에 내놨던 GS건설에 대해 지난 6월 대법원이 집단소송 대상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회계처리의 잘못이 자칫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무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과거년도 이익·자산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 의혹으로 잇따른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해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 역시 대우조선해양 주주들이 163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 대형건설사 중 한 곳인 A사 관계자는 "보다 꼼꼼한 감사를 위해 투입된 회계사의 인원이 6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며 "현장실사 횟수도 종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나 실사대상 사업장도 그만큼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인 B사의 관계자 역시 "8월 반기검토보고서 제출을 위한 감사인(회계법인)과의 미팅이 5월부터 개시돼 핵심감사이슈 선정 등을 논의했다"며 "핵심감사이슈가 얼마나 잘 반영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업장 샘플선정에 대한 논의도 올해 처음으로 개시하는 등 분위기가 많이 엄격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핵심감사제는 진행기준 수익인식이나 미청구공사 변동액, 공사예정원가 민감도, 공사변경 회계처리 적정성 등 수주산업의 '추정의 합리성'을 검증할 수 있는 리스트를 사전에 정해 이에 대한 내용을 투자자에게 전달토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조선, 건설이나 대규모 장치·설비 등의 수주산업은 최초 수주단계에서부터 제품·서비스 납품 후 비용인식까지 기간이 최단 수개월에서 최장 수년에 이르는 장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단일 회계년도 내에 원자재 조달에서 제품생산, 판매, 수익인식까지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끝나는 여타 산업에 비해 회계처리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최초 공사착수 시점에 전체 수주금액에서 예정원가를 뺀 금액이 수주산업의 수익으로 잡으면 되지만 이 수익과 비용을 전체 공사기간에 어떻게 합리적으로 배분할지가 관건이다. K-IFRS(한국형 국제회계기준)는 예정원가를 사전에 추정해 공사기간 원가가 반영된 비율만큼을 수익으로 인식하는 투입원가율 방식(투입법) 외에도 수행한 공사의 측량, 물리적 완성비율 등을 통해 수익·비용을 인식하는 방식 등을 허용한다.

하지만 편의성 등을 이유로 대다수 기업이 투입법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예정원가에 대한 최초 추정이 과도하게 적을 경우 공사기간 이전 회계년도의 수익과 자산이 과도하게 계상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수년에 걸친 공사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이벤트의 발생 등으로 공사변경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같은 개개의 이벤트는 최초 예정원가 추정의 변경을 초래해 수익·비용인식의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기도 한다. 발주처에 미처 대금청구를 하지 못한 미청구공사의 회수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여부도 공사기간 만료 후 기업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주산업의 수익·비용 인식과정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수주산업의 회계절벽 현상을 초래한 원인이기도 했다. 회계절벽이란 과거 장부상 이익으로 잡혀 있던 부분이 한꺼번에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2013년 GS건설의 대규모 어닝쇼크에서 비롯된 건설사의 연이은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인식)이나 2014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어닝쇼크도 모두 수주산업의 수익·비용 인식과정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회계절벽 현상의 사례들이다.

하지만 이같은 회계절벽으로 인한 책임은 비단 기업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회계법인에까지 미치고 있다. 2011~13년 기간 동양 CP(기업어음)의 피해자들이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올해 1월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엔론, 월드콤 등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을 겪은 미국이 2002년에 회계부정을 강력히 엄단하기 위한 사베인-옥슬리법을 제정했듯 한국판 사베인-옥슬리법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의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도 감사업무에 최선을 다해왔지만 최근 회계품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며 회계법인에서도 더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기업감사를 깐깐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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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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