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가이드의 눈물②] 등에 빨대 꽂힌 관광통역사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한 해 중국인 입국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섰지만 중국인 관광객 브로커 모객, 가이드 쇼핑 목표 할당, 주차비·통행료 대납 요구 등 여행 업계의 불법적인 관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근본적인 문제는 우선 저가 여행 상품 구조에 있다. 관광객 입국 수와 매출에만 관심을 두는 정부와 국내 여행사들이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으로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면서 구매력이 없는 중국인들까지 국내로 입국시켜 손해 나는 비용을 중국어 관광 통역사(관통사)들에게 물린다는 것이다.
관광객 모집에서부터 구조적인 문제는 시작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행 상품은 중국 현지에 있는 여행사에서 모객을 한 다음 국내 여행사로 이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국행 저가 여행 상품의 경우 4박5일이나 5박6일 일정이 대부분 35만원 정도로 짜여 애초에 정상적인 비용이 아니라는 게 관통사들의 설명이다.
여행사가 일부 손해를 보면서까지 저가 여행에 매달리는 것은 'VIP 관광 상품'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가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중국 여행사들은 VIP 상품을 받으려면 저가 여행 상품을 옵션으로 가져가라고 요구한다. 중국 여행사들은 '인두세'라고 해서 저가 여행 상품 고객 1인당 일정 비용을 국내 여행사들로부터 받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은 사실상 중국 현지 여행사의 '대행사'라는 여행 업계의 항변이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여행사들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가 상품으로 온 관광객들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일부 불법 관행도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국어 관통사도 사실상 포화 상태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중국어 관광 통역 안내사 자격증 소지자는 1만명 수준으로 2010년(184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영어와 일본어 관광 통역의 신규 자격증 획득자는 각각 344명, 137명이었지만 중국어는 1963명에 달했다. 관통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제대로 체계 없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가 여행 상품의 경우 신고포상제를 통해 최대 퇴출까지 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행 상품 가격에 개입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관통사 근로 조건의 경우 특수고용 비정규직 형태로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을 알지만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것도 힘들다고 설명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여행사가 없으면 통역 안내사가 존재할 수 없는데 안내사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비용을 견뎌낼 수 있는 여행사가 없다"며 "근로 형태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어 왔지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체부는 포화 상태인 중국어 관통사 문제 해결을 위해 자격증 시험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줄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불법적인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부터 접점을 찾으면서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관통사 스스로 질적인 성장도 요구되고 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약이 불법이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처럼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처럼 퇴직금은 안 주더라도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식의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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