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열풍] '너'로 정했다

박효선 기자 입력 2016. 7.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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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1999년 국내에 방영된 TV만화 <포켓몬스터>의 주제가. 당시 전세계 아이들은 포켓몬 만화를 보며 ‘포켓몬 세계관’을 익혔다. 옷이며 신발이며 가방과 공책표지까지 포켓몬스터가 출몰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카드나 딱지, 스티커, 장난감 등을 모으며 ‘나만의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는 자녀의 모습에 어른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요즘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인 ‘포켓몬 고(go)’가 다시 세계를 뒤흔든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포켓몬이 현실 세계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포켓몬 포획에 나섰다. 저마다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겠다며 포켓몬 출몰지역으로 쏟아져 나왔다. 아직 지도보안 문제로 게임 자체가 서비스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선 ‘속초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속초행 교통편이 매진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포켓몬 피카츄. /사진=머니투데이 DB

이처럼 사람들이 포켓몬 고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포켓몬이라는 캐릭터가 포켓몬 고 성공의 결정적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AR기술이 아닌 근 20년간 공고히 다져온 포켓몬스터 콘텐츠와 브랜드 파워가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포켓몬과 함께 성장한 그때 그 아이들

포켓몬 콘텐츠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어린이 문화를 지배했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 7월 SBS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방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박영하씨(25)는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포켓몬 만화가 방송될 시간이면 모두 손을 털고 집으로 돌아갔다”며 “용돈을 타면 포켓몬스터 스티커가 들어있는 빵을 사는 데 모두 쓰곤 했다”고 회상했다.

포켓몬스터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이렇다. 주인공인 지우·이슬·웅이 세 친구가 여행을 하며 포켓몬(주머니괴물)들을 잡아 포켓볼에 넣고 그들을 훈련시키며 키운다. 훈련시킨 자신의 포켓몬이 다른 포켓몬과 대결한 뒤 이기면 상대편 포켓몬을 얻게 된다. 주인공을 방해하는 ‘로켓단’은 포켓몬 중 하나인 피카츄를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과정에서 로켓단 일당은 때론 지우 일행과 협력하며 동행한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주인공인 지우 일행은 지구를 지키고 인류를 구한다는 식의 대의명분을 갖지 않았고 로켓단의 목표 역시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식의 야욕과 거리가 멀었다. 지우·이슬·웅이 셋의 관계도 끈끈한 우정이 아닌 뭉쳐 다니는 게 좀 더 유리하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었다. 포켓몬 역시 본래 착한 포켓몬, 나쁜 포켓몬이 아닌 자신의 주인에 따라 성격이 달라졌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상 선악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릉도 포켓몬 원정대. /사진=뉴스1 최창호 기자

◆닌텐도가 20년간 다져온 포켓몬 캐릭터

닌텐도는 지난 20년간 포켓몬 지식재산권(IP)을 단 한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현지 국가 감성에 맞게 캐릭터 이름을 바꾸고 애니메이션, 영화, 출판만화로 스토리를 끊임없이 변주하며 포켓몬 세계관을 강화했다.

포켓몬스터에는 피카츄를 비롯해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등 아기자기한 몬스터가 등장한다. 몬스터 수가 초기에는 150개였으나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서 현재는 721개로 늘었다.

이 만화에 열광했던 그때 그 아이들은 20~30대가 될 때까지 딱지놀이 카드, 게임 등 각종 채널에서 포켓몬을 수집했다. 오랜 기간 도처에서 주머니괴물을 마주치며 포켓몬스터와 함께 커온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고는 유저의 ‘향수’를 자극해 ‘충성심’을 끌어낸 게임”이라며 “그래서 특별히 대규모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우리나라도 이런 게임을 충분히 만들 기술력이 있다”며 “문제는 캐릭터인데 증강현실게임에 토종 캐릭터를 넣어야 한다면 솔직히 시장에 통할 만한 캐릭터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우산. /사진=뉴시스 DB

◆국내 캐릭터, 역사·스토리 부재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게임은 우리나라에도 5년 전에 나온 적이 있다. 2011년 통신사 KT가 증강현실기술을 접목한 ‘올레 캐치캐치’란 게임을 선보였다. 캐치캐치 게임은 카페나 거리에 숨어있는 몬스터를 잡아 쿠폰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게임으로 포켓몬 고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하고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강력한 캐릭터의 부재가 가장 큰 실패요인이었다. 생소한 올레몬을 잡느냐 기억 속의 포켓몬을 잡느냐에서 성패가 갈린 셈이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포켓몬 고는 포켓몬이라는 20년간 축적된 캐릭터가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파급력을 불러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도 포켓몬 고와 같은 게임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증강현실서비스기업인 소셜네트워크가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와 손잡고 ‘뽀로로 고’를 출시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뽀로로 외에도 ‘또봇’, ‘터닝메카드’,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의 국내 캐릭터도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캐릭터이거나 특정 브랜드 캐릭터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게 게임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단순히 캐릭터가 유명하다는 점만으로는 게임유저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며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추고 수십년의 역사를 이어갈 캐릭터 개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지원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한 캐릭터부터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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