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부산행 천만? 될까요?".. 로코퀸의 일탈 [인터뷰]

권남영 기자 2016. 7.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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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가 이런 영화에 나오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어요. 자연스럽게 흘러온 거지만 신기한 것 같아요.(웃음)”

배우 정유미(33)에게 영화 ‘부산행’ 출연 소감을 물었더니 대뜸 돌아온 대답. 치명적인 솔직함에 덩달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러하지 않은가.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찍던 ‘현실 멜로’ 전문 배우가 대형 블록버스터, 더구나 좀비물을 택하다니 말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유미는 “첫 상업영화 ‘사랑니’(2005)를 찍었을 때만 해도 제가 10년 넘게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며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얼떨결에 시작을 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단편 데뷔작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을 계기로 여러 영화 오디션을 봤어요. 그렇게 사랑니라는 훌륭한 영화를 만났고, 관계자들이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셨죠. 전 대중으로부터 출발한 배우가 아니잖아요. 이제 대중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죠.”

정유미는 차근차근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와 주변 어딘가에 꼭 있을법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데 있어서 그를 따를 자가 없다. 홍상수 감독 영화 네 편에 출연하며 그의 페르소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tvN ‘로맨스가 필요해’(2012)와 KBS 2TV ‘연애의 발견’(2014)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마저 접수했다.

부산행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여러 지점에서 차별화되는 작품이다. 일단 무거운 몸으로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좁은 열차 안에서 좀비에게 쫒기는 임산부를 연기하기란 만만치 않았을 테다. 무더운 여름날, 무게가 나가는 복대를 차고 달리기가 어디 쉬웠겠나.

그런데 정유미는 “하나도 안 힘들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게 왜 힘들겠어요. 제가 그거 하려고 갔는데 힘들다고 하면 안 되죠. 여름이라 땀이 차긴 했지만요(웃음).”

그리고는 좀비 분장을 한 단역배우들 이야기를 꺼냈다. 정유미는 “조심했는데도 다들 많이 다쳤다. 오죽하면 아무것도 안한 저 역시 여기저기 멍이 들어있더라”며 “좀비 분장 하신 분들은 더 많이 힘들었을 거다. 서로 부딪힘도 많고, 알게 모르게 아팠던 분들 많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정유미는 사실 언론 인터뷰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본인이 100% 만족하지 못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말을 아낀다. 그런 그가 부산행 홍보에 적극 나서기로 한 건 “이 영화에 대해 뭔가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촬영하는 동안 정말 좋았던 기억밖에 없어요. 저는 매번 (분위기가) 좋은 현장에 있었지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또 다시 이런 경험을 하게 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정유미가 부산행에서 연기한 성경은 극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생명을 귀히 여기는 용감한 여성이다. 전작 ‘도가니’(2011)에서도 비슷했다. 정의감에 넘치는 인권센터 간사 유진 역을 맡았었다.

“그런 역할들 때문에 (실제) 제가 작아지는 순간이 많아요. 캐릭터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얼마만큼 나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들만큼 훌륭하지는 않거든요.”

정유미는 “부산행을 찍으면서 ‘난 어떤 사람인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겼다”며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저에게는 사람의 도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저는 원래 내가 부족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남들에게 안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부산행을 찍은 뒤) ‘이러나저러나 나인데 어쩌겠나, 받아들여야지’ 싶더라고요. 그렇다면 ‘좀 더 똑바로 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어떤 도리를 지키며 살고 있나’ 고민이 됐어요. 하지만 모두에게 이런 걸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시원하게 치고 박는 영화여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생각들까지 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도 고마운 일일 것 같아요.”

천만 스코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역시나 조심스러워했다. “그거 될까요? 안 될 거 같은데…. 마동석 선배님이 그랬어요. 야구장 다 차면 5만~6만 되는데 100만~200만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거냐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우릴 아는 거잖아요. 전 그걸로 만족해요.”

정유미의 예상은 빗나갈 듯하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는 5일 만에 530만명을 불러 모았다. 천만 돌파는 시간문제인 상황.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던 정유미는 지금쯤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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