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고기압'의 위력..지구촌 압도적 폭염

이정훈 입력 2016. 7. 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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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주일째 폭염이다. 서울은 나흘째 열대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폭염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 남부는 낮 기온이 40도를 웃돌면서 최고 단계 폭염 경보가 발령됐고, 중동은 50도가 넘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절절 끓고 있다. 미국은 '열돔 현상'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가운데 27개 주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지구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전세계 상반기 기온 '압도적 1위'

지구촌의 온도계는 이미 올 초부터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상반기(1~6월) 전세계 평균 기온이 지난해의 기록을 깨고,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올해 연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를 경신할 것도 확실시 되고 있다. 벌써 3년째 해마다 최고치를 갈아 치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880년대 이후 전세계 평균 기온 변화(1~6월)


위 그래프에서 보듯 올해 1~6월의 기온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1위'다. 산업화가 본격화된 19세기 후반에 비해 1.3℃ 높은 기록인데, 기존 최고였던 지난해보다 0.2℃가 더 높아졌다. 또 월간 기록으로 봤을 때는 14개월째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온난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엘니뇨의 영향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기상학자들은 지난해 슈퍼 엘니뇨의 여파가 공기 중에 남아 엘니뇨가 소멸된 현재까지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폭염의 원인은 '저지고기압(blocking high)'

이같은 추세에서 북반구가 본격 여름철에 접어들자 여기저기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과 한반도의 폭염은 '저지고기압(blocking high)'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저지고기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말 그대로 공기 흐름을 막는(blocking) 키 큰 고기압(high)을 뜻한다.

원래 한반도가 위치한 북반구 중위도에선 대기 상층에 서에서 동으로 부는 바람, 즉 편서풍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달 들어 한반도의 북동쪽 러시아 캄차카 반도쪽으로 저지고기압이 발달하며 기류 흐름이 뒤틀리고 있다. 고기압에 막힌 공기가 남북으로 요동치며 일부 지역에는 저온 현상이, 또 다른 지역에는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5km 상공 기류 흐름.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예년의 흐름과 달리 한반도 주변 곳곳에 기류가 정체되면서 원형의 소용돌이가 형성됐다.


더운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열도에서는 맥을 못추는 반면 한반도와 중국쪽으로 부풀어 오르듯 확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열도로는 북쪽의 선선한 공기가 예년보다 더 내려와 최근 도쿄의 기온은 서울보다 3~5도 가량 낮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반도는 중국 내륙까지 올라온 열대의 더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들어오며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 앞으로 보름은 더 간다

저지고기압이 공기 흐름을 막는 이른바 '블로킹(blocking)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예측도 쉽지 않다. 일단 기상청은 오는 27일(모레)쯤 장마전선이 일시적으로 남하하면서 중부 지방에 비를 뿌려 더위를 다소나마 식혀주겠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저지고기압이 세력을 다시 키우면 장마가 끝나고 더 극심한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상청은 올여름의 경우 연중 기온이 가장 높은 8월 초순 기온이 예년에 비해 더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예년의 기온이 8월 중순에 접어들어야 다소 낮아졌던 걸 감안하면 앞으로 보름 정도는 지금 수준의, 혹은 이보다 더한 폭염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온난화와 블로킹 현상에 아직 뚜렷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온난화의 추세에서 블로킹 현상이 잦아지는 것은 통계적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결국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가 힘든 여름 나기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정훈기자 (skycl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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