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차도 빼간 영업소에 남은 폭스바겐 딜러 '한숨만'

김보경 입력 2016. 7. 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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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청문회 후 행정처분 강행 시사재인증 수개월 걸릴 것 예상"딜러 지원책은 언제 나오나.."
요하네스 타머(오른쪽)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25일 오전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열린 인증 조작관련 환경부 청문회에 참석해 정재균 부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경 신정은 기자] “판매중지 처분 대상인 전시차량도 다 회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실 영업 직원입니다. 팔 수 있는 차가 없어지는데 무슨 수로 돈을 법니까.”

2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폭스바겐 전시장에서 영업사원은 “수천명의 영업사원들이 생계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하며 무거운 손길로 전시차를 이동하기 위해 전시장 내부 정리를 시작했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배출가스·소음 인증 문제 차량에 대해 이날부터 자체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면서 딜러(판매)사들이 전시장에 있는 해당 차량을 회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 사장과 정재균 부사장은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본부에서 열린 환경부의 청문회장으로 들어갔다. 취재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청문회에서는 인증 조작에 대해서는 시인하지 않고 “서류상의 단순한 실수”라고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조작을 인정하지만 법률상 조작(임의설정)은 안했다”는 뻔뻔한 논리를 펼쳐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리콜이 반려된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청문회 직후 행정처분 강행 의지를 확고히했다. 재인증 기간에 대해서도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재인증까지 원칙적으로는 2주가 걸리지만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작업이니만큼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인증취소 강행 전망에 영업사원들 동요

인증취소 행정처분이 강행될 것 같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폭스바겐 영업사원들은 낙담했다. A씨는 “이미 우리 전시장에서만 2명의 영업사원이 회사를 떠났다”며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측에서 지난 22일 갑자기 판매중단하라고 공문을 보낸후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지 공지가 없으니 다른 동료들도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폭스바겐 매장에는 약 1시간 동안 찾아온 손님이 단 1명 뿐이었다. 이 손님 마저도 차량 가격을 물어보고는 곧바로 매장을 나섰다.

영업사원들은 대부분 100만원대의 기본급을 받고, 차량을 팔때마다 일정한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팔 수 있는 차종이 제한되면 그만큼 판매대수에 영향을 미치고, 월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한 아우디 전시장 직원은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얘기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고객들은 AS문제를 걱정한다지만 우린 직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진짜 피해자는 영업직원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우디·폭스바겐은 국내 3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클라쎄오토, 마이스터모터스 등 폭스바겐 8개 딜러와 고진모터스, 태안모터스 등 아우디 8개 딜러 5000여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들 딜러들은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측의 지원책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딜러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9일 환경부의 행정처분이 결정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현재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3·4위 판매중단으로 수입차 시장 위축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수입차 시장 판매량 3·4위 업체다. 인증 취소 결정이 나면 폭스바겐은 판매 중인 차량의 대부분을 아우디는 80% 가량을 팔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의 영업정지다. 상반기에 이미 판매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폭스바겐은 1만2463대, 아우디는 1만3056대를 판매했다. 하반기에는 두 회사를 합쳐 판매량이 90% 가까이 줄어든다면 수입차 시장은 7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상반기 성적에서 더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중단은 수입차 시장의 판도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증 취소 차량에 속한 아우디의 A6, 폭스바겐의 티구안과 골프는 수입차 중에서도 베스트셀링 5위 안에드는 차다.

우선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의 수요는 벤츠와 BMW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형 세단인 A6는 그동안에도 BMW의 5시리즈, 벤츠의 E클래스와 경쟁을 해왔다. 폭스바겐은 프리미엄 보다는 대중차다. 티구안은 수입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성장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들은 티구안의 성공을 계기로 SUV 상품성을 높여왔다. 현대자동차의 투싼,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모하비, 르노삼성이 출시 예정인 QM6 등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디젤스캔들 이후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일본차와 미국차, 영국차 등 비독일계 수입차들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수입차 고객들이 일부 국산차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고객들이 수입차 범주 내에서 대체 브랜드를 고민할 것”이라며 “비독일계 브랜드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폭스바겐 전시장 모습. 사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김보경 (bk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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