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총기난사]여동생 살리고 죽은 오빠..안타까운 10대 희생자들
[경향신문] 지난 22일(현지시간) 일어난 독일 뮌헨 총격사건의 희생자 9명 중 7명은 10대였다. 맥도널드에 있던 19세 소년은 몸을 던져 누이를 살려내고 숨졌다. 친구 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희생자들과 함께 있던 가족, 친구들은 참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리스계인 후세인 데이칙(19)은 사건 당일 쌍둥이 여동생과 맥도널드 가게의 야외 탁자에 함께 있었다. 그는 범인 알리 다비트 존볼리(18)가 자신들 쪽으로 총격을 시작하자 몸을 던져 여동생을 밀쳐낸 뒤 두발의 총알을 맞고 사망했다. 그 사이 여동생은 가까스로 탈출, 경찰에 구조됐으나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매의 가족들은 건너편 올림피아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있어서 화를 면했다.
희생자들 중 칸 라일라(14), 셀주크 킬리치(15)는 터키계였고, 아르멜라 세가쉬와 사비나 술라이는 14살 동갑내기 코소보계 여학생들이었다. 친구 사이인 네 사람은 수업을 마친 뒤 금요일 저녁을 함께 보내기 위해 사건 현장에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세가쉬의 한 친구는 페이스북에 “금요일 하교하면서 월요일에 보자며 웃으며 헤어졌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고 적었다.
세가쉬의 오빠는 동생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자정쯤 페이스북에 “여동생이 오늘 사건현장으로 간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갈색머리에 갈색 티셔츠, 청바지를 입고 있으니 내 동생을 좀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다음날 새벽 6시쯤 경찰로부터 사망자 명단에 동생의 이름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 잠시 안도했으나 얼마 뒤 아버지에게 사망 연락이 왔다.
코소보계 희생자들은 모두 독일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였지만 가족들은 이들이 고국에 묻히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엄청난 경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세가쉬의 오빠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움을 호소했고, 하루만에 기부금이 쇄도했다. 그는 24일 “이제 기부를 중단해 달라”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과 용기”라는 글을 남겼다. 오빠는 프로필 사진에 검정 바탕에 흰 글씨로 여동생의 일생을 뜻하는 ‘16.05.2002 22.07.2016’이라는 숫자를 적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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