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 열풍 왜?..'뉴요커' 선망과 인증샷 심리 결합

고재석 기자 입력 2016. 7. 25. 15:11 수정 2016. 7. 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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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먹으려 뙤약볕에 3시간 줄서.."초기 반짝 현상 그칠 것" 전망 우세
지난 22일 쉐이크쉑 국내매장 공식 개장을 앞두고 강남점 앞에 장사진이 펼쳐져 있는 모습. SPC 측은 당일 오전 1500명 넘는 대기자들이 300m 넘게 줄을 서 있었다고 밝혔다. / 사진=뉴스1

 

쉐이크쉑이 화제의 한복판에 선 모양새다. 햄버거를 먹기 위해 뙤약볕에 3시간을 기다리는 진풍경도 나타났다. 온라인 공간에는 이에 대한 비판의견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그래도 열풍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화제였던 매그놀리아의 인기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음식문화현상과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공히 뉴요커로 대변되는 미국 소비문화에 대한 갈망과 SNS의 인증샷 문화가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풀이했다.

쉐이크쉑 국내 1호점인 강남점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공식 개장했다. 이날 쉐이크쉑 앞에는 전날 밤부터 줄을 선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장 전 이미 1500명이 넘는 대기자들이 줄을 300m 넘게 서 있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주말에도 이 같은 대기행렬은 이어졌다. 월요일 오전에도 벌써부터 대기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온라인 공간은 더 뜨겁다. 대부분 이 같은 현상을 비판하는 댓글들이다. 한 누리꾼은 관련 기사 댓글에 “‘패스트’푸드를 먹기 위해 몇 시간 줄을 선 사람들이 있다면서요?”라고 비꼬았다. 

노이즈 마케팅 효과일까? 매체 보도량은 되레 늘고 있는 추세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홍보가 되는 셈이다. 이 현상의 최대 수혜자가 쉐이크쉑 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트위터에 “(쉐이크쉑의 한국진출은) 쉐이크쉑이 IPO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며 “성장해야 하니까 해외진출을 했다”​고 썼다. 한국내  화제는 미국 시장에서도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SPC가 입는 수혜는 얼마나 될까. 아직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SPC 입장에서 쉐이크쉑은 당장의 캐시카우가 아니다. SPC 측은 올해 안에 1개 매장을 더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SPC는 이미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등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쉐이크쉑 인수를 총괄 지휘한 인물이 허희수 SPC 마케팅전략실장이라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허 실장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관련 보도량은 개장 하루 전인 21일에도 많았다. 이날 오전 SPC측이 쉐이크쉑 강남점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미디어 프리젠테이션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랜디 가루티(Randy Garutti)​ 쉐이크쉑 CEO 와 마크 로사티(Mark Rosatti)​ 컬리너리 디렉터도 모습을 드러냈다. 허 실장도 행사장에 직접 나타나 기자들 앞에 섰다.

기자는 이날 행사에서 쉐이크쉑의 거의 모든 메뉴를 시식했다. 시그니처 버거인 쉑버거와 스모크쉑, 슈룸버거, 핫도그, 프라이, 맥주, 와인 등 많은 메뉴가 시식용으로 제공됐다. 후식 아이스크림 격인 콘크리트도 맛봤다.
 

쉐이크쉑의 시그니처 버거인 쉑쉑버거. / 사진=고재석 기자

버거의 맛은 인상적이었다. 버거에 들어간 재료는 다른 패스트푸드점보다 단촐했다. 하지만 앵거스비프를 활용한 패티의 육즙이 도드라졌다. 치즈 풍미도 좋았다 . 맥주와 와인, 아이스크림도 훌륭한 편이었다. 

 

다만 기자는 맛있는 수제버거 브랜드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인산인해를 이룰 만큼의 음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서 굳이 맛을 품평하는 기사를 쓰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도 약하다고 봤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높은 단가라고 판단했다. 쉐이크쉑에는 세트메뉴가 없다. 세트 구성을 염두에 두고 쉑버거와 프라이, 쉐이크를 모두 주문하면 1만67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쉐이크쉑 메뉴의 책임자격인 마크 로사티 디렉터가 기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언급한 스모크쉑을 주문하면 이보다 2000원을 더 내야 한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 뉴욕의 고물가를 한국에 그대로 가져왔다는 반감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이유다.

이 때문에 주말의 과열 증상이 더 의아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공히 쉐이크쉑 과열증상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먹거리 담론과 음식문화 현상으로 박사논문을 쓴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에게 물었다. 강 연구원은 최근 학술지 ‘언론과 사회’에 논문 ‘건강먹거리 담론 수용에 관한 연구: 20~30대 여성들과의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매그놀리아와 이번 쉐이크쉑 열풍이 유사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1호점을 낸 매그놀리아는 컵케이크 열풍을 일으키며 4개월만에 매출 20억원을 넘어섰다. 한창 인기를 끌 당시 매그놀리아 매장은 길게 늘어선 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현대백화점은 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에 2호점을 열었다.

두 브랜드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매그놀리아 1호점은 1996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열렸다. 쉐이크쉑은 2004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공원 내에 첫 매장이 개설됐다.
 

평일인 25일 월요일 오전에도 개장을 앞둔 쉐이크쉑 강남점 앞에 긴 대기 행렬이 늘어서 있다. / 사진=뉴스1

두 브랜드 모두 미국 대중문화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는 점도 도드라진다. 매그놀리아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등장해 유명해졌다. 쉐이크쉑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매장을 찾아 버거를 맛보는 장면이 온라인 매체 등에 보도되면서 덕을 봤다.

이에 대해 강보라 연구원은 “열광층을 넓게 보아 10~40대라고 봤을 때 이들은 그 윗세대보다 미국문화에 익숙한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간접적으로는 미국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를 적극 수용한 세대이고 직접적으로는 유학, 여행 등으로 미국문화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 전문가 역시 미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문화와 미디어, 영상 등을 전공한 장민지 대중문화평론가(연세대 박사)는 “햄버거 자체가 가진 오리지널리티가 미국이다. 특히 뉴욕이라는 점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끈 것 같다”며 “뉴욕의 햄버거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먹고 인증을 남기고 싶다는 심리”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TV에 나온 음식점에 찾아가서 인증샷을 찍는 이른바 ‘음식순례’가 뉴요커 갈망과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증은 자연스레 SNS에 대한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실제 국내에서 쉐이크쉑이 알려지는 데는 지드래곤 등 연예인들의 이른바 SNS ‘먹방 인증샷’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심지어 최근 논란거리로 떠오른 배우 이진욱 씨 스캔들에서도 쉐이크쉑이 등장한다.
 

랜디 가루티 쉐이크쉑 CEO가 미디어 프리젠테이션 행사장에서 직원들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 / 사진=고재석 기자

왜 유독 국내 SNS에는 먹방 인증샷이 많이 올라올까. 강보라 연구원은 “젊은 세대는 SNS로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해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높다. 일상 속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특별함을 찾으려는 심리에 가장 부합하는 게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강 연구원은 “중요한 건 지금 즉각적으로 소비한다는 인증”이라며 “그래야 트렌드에 동승했다는 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쉐이크쉑 매장 인산인해가 계속 이어지리라 보는 시각은 드물다. 매그놀리아 열풍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사그라졌다. 외식업계에서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과연 그 돈을 내고 햄버거가게를 계속 찾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초기 반짝하는 현상으로 본다”며 “모스버거나 크라제버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SPC 관계자는 미디어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품질에 자신감이 있다”는 말로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었다.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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