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스꽝스런 버스가 대안이 될까

2016. 7. 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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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길쭉한 다리가 달린 ‘터널형 버스’
중국 ‘교통체증 해결사’로 나설듯

베이징 국제하이테크엑스포에서 공개된 터널형 버스 축소모델. 유튜브 갈무리

“미래에 유용한 아이디어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법이다.” 앨빈 토플러와 함께 대안미래학의 길을 개척한 미래학자 짐 데이터가 말하는 ‘미래학의 제2법칙’이다.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는 그 당시의 눈으로 보면 엉뚱하고 비합리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는 이야기다. 그는 미래의 이머징 이슈를 판별하는 기준의 하나로 이 법칙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1969년 미국의 젊은 두 건축가, 크레이그 호지츠와 레스터 워커가 제안한 새로운 도시 운송수단은 이 미래학 제2법칙의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들은 당시 뉴욕의 교통정체를 해소할 방안을 궁리한 끝에 기발한 착상을 했다. 도로 양쪽 끝에 레일을 깔고, 그 위에 5미터 길이의 다리를 단 열차를 달리게 하자는 것이다. 열차가 지상에서 높이 떨어져서 다니니 교통정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열차 아래로는 버스와 승용차들이 지나다닌다. ‘랜드라이너’라는 이 교통수단은 버스와 같은 속도로 달리다 큰 갈고리를 내려 버스를 들어올린 뒤, 목적지에 도착하면 버스를 다시 내려준다. 랜드라이너 내부엔 극장, 체육시설, 음식점, 회의실, 전망대 등이 갖춰져 있다. 일단 버스가 랜드라이너 안으로 들어오면,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이 시설들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당시로선 너무나 엉뚱한 발상이었던 탓일까, 이 아이디어는 결국 아이디어로 그치고 말았다.

‘다리가 달린 운송수단’ 발상은 40여년이 지난 뒤 태평양 건너 중국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중국 선전의 한 버스 디자이너 쑹유저우가 랜드라이너와 흡사한 개념의 운송수단을 들고나온 것. ‘스트래들링 버스’(다리를 벌리고 달리는 버스라는 뜻)로 불린 이 운송수단 역시 길쭉한 양다리로 선로 위를 달린다. 멀리서 보면 터널이 움직이는 듯하다 해서 터널버스라고도 불렸다. 이번엔 반응이 달랐다. 베이징 당국은 곧바로 시험트랙을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해 이 운송수단을 ‘올해의 50대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1969년 미국의 두 건축가가 제안한 랜드라이너 상상도. 구글북스

그가 터널버스를 구상하게 된 건 베이징의 악명 높은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한 해 2천만대가 넘는 새 자동차가 쏟아져 나온다. 소득이 늘면서 자가용의 꿈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탓이다. 2020년께는 한 해 3천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행렬도 교통체증을 악화시킨다. 2015년 56%인 중국의 도시화율은 2020년 60%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 예상대로 2030년 도시화율이 70%까지 치솟게 되면 도시 인구는 2억명이 더 늘어난다.

터널버스는 그러나 당시 시험트랙 건설이 취소된 이후 한동안 뉴스에서 멀어졌다가 지난 5월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터널버스의 축소판 모델이 직접 시연됐다. 길이가 약 60미터인 터널버스는 2개 차로 위를 지상 2.2미터 높이에서 달린다. 높이가 2미터 이내인 승용차는 터널버스 아래를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다. 위층은 승객들이 앉는 공간이고, 양쪽 다리 역할을 하는 아래층은 승하차 공간이다.

탑승 인원은 1200명. 일반 버스 40대와 맞먹는 수송 능력이다. 개발업체인 티이비(TEB)는 베이징 간선도로에 터널버스를 투입할 경우, 매일 40만명을 실어날라 교통체증을 3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터널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수송능력은 지하철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건설비용은 지하철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이다. 제작비용과 건설기간이 각각 지하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도시 대기오염을 고려해 동력원도 가능한 한 전기를 활용할 계획이다. 터널버스 한 대가 기존 버스 40대를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864톤의 연료와 2640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업체 쪽은 주장한다.

베이징에는 현재 4가지 유형의 대중교통수단이 있다. 지하철, 경전철, 비아르티(BRT·전용차로로 달리는 급행버스), 버스다. 지하철은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지만 돈이 많이 들고 제작기간도 오래 걸린다. 비아르티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게 단점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교통정체를 해소해주는 경제적인 대중교통수단은 없을까? 이 버스는 이런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법이다. 티이비는 “터널버스는 비아르티와 지하철의 이점을 결합한 운송수단”이라고 설명한다.

티이비는 올여름 시범운행을 목표로 현재 장쑤성 창저우에서 실물 차량을 만들고 있다. 선양을 비롯한 5개 도시와 시범운행 계약도 맺었다. 첫 시범운행은 8월 중 허베이성의 친황다오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의 터널버스 소식을 들은 뉴욕의 건축가 호지츠는 “놀라운 전환”이라며 기뻐했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이 터널버스는 과연 교통체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도시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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