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중, 희망퇴직 거부한 3명 '저성과자'로 첫 해고

김지환 기자 2016. 7.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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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희망퇴직, 일부 사업부 분사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과장급 이상 사무직 3명을 “업무성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해고하기로 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이들은 지난해 초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직무역량 향상교육(PIP)을 받은 뒤 올해 현업에 복귀했다. 현대중공업이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일반직지회는 “직무역량 향상교육과 직무 재배치 등은 회사가 해고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24일 입수한 문서(사진)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직무 재배치 이후 업무성과 및 역량향상 개선 미흡”을 이유로 ㄱ씨를 해고하기로 의결했다. ㄴ씨도 지난 15일 “업무성과 저조 및 직무경고 3회 누적”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통보를 받은 3명은 지난해 직무역량 향상교육을 받고 올해 1월 현업에 복귀한 20여명에 포함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 1100명가량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50여명은 직무능력 개발 대상자(저성과자)로 선정돼 직무역량 향상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선 처음 도입된 이 교육의 내용을 보면 직무 재배치를 위한 내용도 있었지만 면접 바로 알기, 미술과 인문학, 카이로프락틱 등 재배치와 무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대상자들 사이에는 “재취업할 때의 면접 요령이 교육 내용에 포함된 것을 보면 진정으로 직무 재배치를 위해 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역량 향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간부 사원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올해 1월 고용노동부가 시행한 저성과자 해고 지침이 이번 해고 통보가 이뤄진 배경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 지침은 노동자에게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배치전환 등의 기회를 부여했지만 개선이 없으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직지회는 “희망퇴직을 거부해도 결국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줘 대리급 이하 사무·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27일까지 접수하는 희망퇴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업 복귀 뒤 업무에 부적응하고 성과가 낮게 나오다 보니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지 지난해 직무역량 향상교육 대상자였기 때문에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은 아니다”며 “직무역량 향상교육도 직무 재배치 등을 위한 것이지 해고 명분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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