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들인 자기부상열차, 11년前 낡은 기술.. 시장에서 외면

박건형 기자 2016. 7. 2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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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제2부] 성과 부실한 정부 R&D 사례들 - 자기부상열차 시속 80km.. 10년새 판매 '제로', 현재 日서 시속 500km 열차 나와 - 온라인 전기차 수억弗 창출한다고 전망했지만 놀이공원 관람차 신세로 전락 - 캡슐형 내시경 인체 들어가는 배터리 개발 난항.. 시장에서 거의 성과 못내고 있어

인천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과 용유 관광단지 사이 6.1㎞를 잇는 인천공항자기부상열차 '에코비(ECOBEE)'. 1989년부터 27년간 나랏돈 5000억원을 투자한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2006년 '건설 교통 R&D(연구·개발) 혁신 로드맵' 1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돼 파격적인 자금을 지원받았다.

/박상훈 기자·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자기부상열차 '에코비' 미래 '흐림'

상용화된 에코비의 기술력은 2005년 일본이 아이치(愛知)현에서 개통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리니모(リニモ)'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두 열차는 핵심 기술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선로에서 떠오르는 높이(8㎜)나 운행 속도(시속 80㎞) 등이 같다"고 말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에코비의 미래는 별로 밝지 않다. 우리가 11년 전 기술을 따라잡는 동안 일본은 리니모와는 다른 기술 방식의 시속 500㎞의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를 선보이며 앞서 나갔다. 철도 업계 관계자는 "최신형 전철(電鐵)과 비교해 생산비가 비싸고 에너지 효율도 20~30% 떨어져 국내외 판로를 뚫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일본의 리니모도 같은 문제로 지난 10년새 전혀 보급되지 못했다.

놀이공원 관람차 된 온라인 전기차

에코비의 사례는 우리나라 R&D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확실한 경제성이 있거나 세상에 없는 기술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연구 과제가 정권에 따라, 시류에 따라 졸속으로 결정되다 보니 미래를 위한 기술 축적은 엄두를 못 낸다.

지난 201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온라인 전기차(OLEV)라는 기술을 발표했다. 길 아래 묻혀 있는 전선을 통해 운행 중인 차 안의 배터리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이다. 전기차의 고질적 문제인 충전 문제를 해결했다며 당시 '녹색 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큰 관심을 받았다. 정부가 7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했고, 수년 내 수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창출하리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에 OLEV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는 단 14대뿐이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 6대, 세종시에 2대, 구미에 4대, KAIST에 2대다. 상용 전기차라기보다 기술 체험용에 가깝다.

서울대공원 측은 "6대 중 일부는 기술적 문제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OLEV 연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KAIST(한국과학기술원) 관계자는 "'녹색 성장'이라는 정부 정책에 맞춰 너무 서둘렀던 감이 있다"고 실토했다.

졸속 개발한 캡슐형 내시경

'대단한 성공'으로 포장된 정부 R&D 프로젝트 중엔 알고 보면 부실투성이인 것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06년 발표된 '캡슐형 내시경'도 그런 사례다. 이 기술은 정부가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1999년 개발에 착수, 7년간 4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에 착수한 지 1년 만인 2000년 이스라엘에서 '필캠(PillCam)'이라는 캡슐형 내시경이 나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이미 시장을 선점해버렸다. 게다가 '개발에 성공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인체에 들어가도 안전한 초소형 배터리 개발은 난항을 거듭했다.

사업단장이었던 김태송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시장이 선점당한 데다 기술 개발마저 늦어지면서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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