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죽어가는 死海.. 주변 싱크홀 5500여개

엔 게디(이스라엘)/노석조 특파원 입력 2016. 7. 25. 03:08 수정 2016. 7. 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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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 水量 줄며 해수면 낮아져 지하 염분 녹아 땅 꺼지고 있어 "관광객, 깨진 유리 위 걷는 꼴"

지난 21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중동부 엔 게디 지역의 사해(死海) 연안. 피서객들이 튜브도 없이 물 위에 둥둥 뜬 채 책을 보고 있었다. 사해는 염분 함량이 바다(3.5%)의 약 6배인 20%로 사람 몸을 띄울 정도로 부력이 센 소금 호수다. 사해는 해수면 높이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해발 -429m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 흘러들어 간 물이 다른 데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염분 등 광물질만 남기고 증발해 세계에서 가장 짠물이 됐다.

사해는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에 손꼽히는 관광 명소이지만 갈수록 물이 줄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엔 게디 휴양 시설에서 북쪽으로 5㎞가량 가자 바싹 말라 갈라진 사해 연안이 길게 이어졌다. 해수면이 줄면서 계단식 지형이 형성된 곳도 있었다. 지역 주민 쉴로모 아얄(42)씨는 "10년 전 집 근처였던 사해 해안선이 어느새 2㎞ 넘게 멀리 떨어졌다"면서 "사해가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사해의 해수면 높이는 지난 50여 년간 40m 이상 줄었으며, 최근에는 1년에 1m씩 낮아지고 있다. 사해의 최대 수심은 304m이다.

사해가 말라가는 주된 요인으로는 요르단강에서 유입되는 수량(水量)의 감소가 꼽힌다. 건조 기후대에 속하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농·산업 용수와 생활용수를 요르단강에서 끌어다 쓰면서 사해로 들어오는 물이 줄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나마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 요르단강 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요르단은 대형 공장 등을 건설하면서 요르단강 물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또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면서 강물의 절대량 자체도 줄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과거 연간 13억㎥에 달하던 요르단강의 사해 유입 수량이 지금은 4억㎥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사해 수위가 떨어지면서 바깥으로 드러난 땅이 꺼지는 '싱크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빗물이 스며들어가 땅속 염분을 녹이면서 땅이 가라앉아 버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도로 옆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연안의 피서객이 구멍에 빠지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사해 주변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싱크홀은 모두 55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개월 사이에도 약 700개가 새로 생겼다. 이스라엘 지형 전문가 기디 바에르 박사는 "깨진 유리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위험한 상황이 사해 인근 지역에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사해를 공유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은 최근 공동으로 사해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길이 225㎞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홍해 물을 사해로 흘려보내 수위를 올리겠다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홍해 물을 섞으면 염분 함량이 달라져 사해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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