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광어가 바꾼 '국민밥상'..뱀장어·참다랑어가 '호시탐탐'

조형국 기자 2016. 7. 2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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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국의 수산물 양식 현주소

가두리 양식장에서 크고 있는 몸무게 30㎏ 안팎의 참다랑어. 해양수산부 제공

시중 마트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어(넙치)는 이미 국민생선이 된 지 오래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광어 양식이 시작되면서 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양식 광어는 총 4만5759t으로, 압도적 세계 1위다. 한국보다 광어 양식을 먼저 시작한 일본도 자국 소비량의 25%를 한국에서 사들인다.

광어로 시작된 한국의 수산물 대량 양식은 이후 우럭(조피볼락), 전복, 굴 등을 거쳐 이제는 뱀장어와 참다랑어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뱀장어의 완전양식(인공수정으로 만든 장어가 다시 어미가 돼 새끼를 낳는 것)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참다랑어 완전양식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양식을 통한 대량생산은 수산물의 가격을 대폭 낮춰 국민들의 식성을 바꾸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영세 어가가 주도하던 양식산업의 대형화 길도 열어주고 있다.

■광어로 본격 시작된 양식, 국민 밥상을 바꿔놓다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 어획 생산량은 정체돼 있다. 어선은 커지고 장비·기술이 정교해졌을 뿐만 아니라 조업을 할 수 있는 바다도 늘었지만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남획, 서식지 파괴 등으로 잡을 수 있는 수산물의 개체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산물의 절반 이상은 양식에서 나온다. 세계은행·식량농업기구(FAO) 등이 발표한 ‘2030년의 어류: 어업과 양식’ 보고서를 보면 2030년 전 인류가 소비하는 어류의 62%가 양식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7위의 양식 국가인 한국도 양식산업 대형화·고도화와 다양한 수산물의 양식화에 힘을 쏟고 있다.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산물 양식은 우리의 밥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대량생산에 성공한 수산물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민들이 수산물을 접할 기회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생산량이나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산물의 특성상 짧은 기간 내에선 가격이 부지런히 오르내리는 모습이지만 1990~2000년대까지 범위를 늘리면 하락세는 뚜렷하다.

광어

1990년 생산단가가 1㎏당 1만9285원에 달하던 광어는 2000년 1만3456원, 2010년 1만1968원으로 꾸준히 떨어져 지난해 1만1018원까지 내려갔다. 생산량은 1990년 1037t, 2000년 1만4127t, 2010년 4만925t, 지난해 4만5759t으로 25년 새 44배 늘었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꼽히는 ‘바다의 보물’ 전복도 마찬가지다. 비싼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대량 양식이 본격화된 2003년 이후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1998년 9만8635원으로 정점을 찍은 1㎏당 전복 생산단가는 2003년 5만원대, 2006년 3만원대로 뚝뚝 떨어져 지난해 3만2805원까지 내려갔다. 생산량은 2003년 1065t에서 지난해 7114t으로 늘었다. 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급정책기획팀장은 “회 문화를 대중화한 광어에 이어 우럭, 전복, 굴 등이 양식을 통해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참다랑어, 뱀장어가 ‘제2의 광어’ 될까

현재 뱀장어 양식은 치어인 실뱀장어를 잡아 성어로 키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남획이나 해양환경 변화 등으로 개체수가 줄어 가격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최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에 국제 무역거래 제한 품목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실뱀장어 수급 전망은 밝지 않다.

참다랑어

지난달 21일 해양수산부는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한국이 뱀장어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식 뱀장어에서 수정란을 얻어 키워낸 인공 1세대 실뱀장어를 2015년 생산능력을 갖춘 어미로 키워냈고 이들로부터 인공 2세대 뱀장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뱀장어는 한반도에서 3000㎞ 떨어진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근처 300m 심해에서 태어나 한국의 강까지 와 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다. 심해에서의 생육과 성장 환경, 치어 이전 단계인 ‘렙토세팔루스’의 먹이 등 뱀장어의 생육과 관련한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어 그간 완전양식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내 연구진은 렙토세팔루스의 먹이(상어알), 렙토세팔루스에서 치어로 변태하는 조건, 수정·부화에 적합한 수조 환경을 찾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 8년 만에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참다랑어 완전양식도 눈앞에 와 있다. 지난해 8월 해수부는 참다랑어 양식산 어미로부터 수정란을 채집하는 데 성공해 완전양식의 기반을 다졌다. 정부는 수정란 대량 확보 기술이 마련될 경우 이르면 2018년부터 30㎏ 이상의 양식 참다랑어가 식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뱀장어

해수부 관계자는 “연어나 참다랑어, 뱀장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대량생산이 되지 않아 가격이 비싼 품목들이나, 양식을 통해 가격을 낮추면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식기술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대규모 민간 자본, 시스템을 갖춘 양식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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