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 숲 이야기 | 홍릉수목원] 칠엽수 꽃 슬프게 떨어지는 명성황후의 묘가 있던 숲

글·월간산 신준범 기자 2016. 7. 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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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귀한 숲과 스타급 나무들 있어

숲의 시대다. 미세먼지, 황사에 대한 대안임은 물론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낸다. 숲의 가치가 인류의 어떤 시대보다 높아진 지금은 숲의 시대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가는 등산 인구가 1,500만 명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숲을 잘 아는 등산인은 드물다.

[월간산]

매주 산으로 가지만 매번 보는 나무 이름을 모르고, 꽃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숲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유지되는지는 더욱 더 모른다. 등산 경력 10년이 넘고 100명산을 다 올랐고,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얘기하기가 부끄러운 면이 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산을 좋아한다고 자처하는 이가 산의 본질인 생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생각해 볼 일이다. 월간<山>은 숲의 시대에 발 맞춰 현직 숲해설사들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를 연재로 소개코자 한다. <편집자 주>

[월간산]풍성하게 만개한 공조팝꽃.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57에 자리한 국립산림과학원을 사람들은 보통 ‘홍릉수목원’이라 부른다. ‘홍릉(洪陵)’이라는 이름은 일본인 자객들에 의해 시해 당했던 명성황후가 2년 만에 위호를 회복하고 묻힌 것에서 유래됐다. 홍릉이 1919년 고종이 사망한 후 경기도 남양주로 옮겨 가면서 비어 있던 터에 임업시험장이 생기고,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 만들어졌다. 산림을 연구하는 시험림이기에 평일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다만 유치원생과 학생들의 생태학습 교육을 위한 방문은 예약한 단체에 한해 가능하며, 주말에는 일반인에게도 개방된다.

홍릉수목원을 안내해 줄 이는 김순길 숲해설사다. 그녀는 10년 이상, 2,000시간 이상 숲에서 자연봉사 활동을 해 온 베테랑이다. 또한 홍릉수목원에서만 6년 동안 숲해설을 맡아 온 홍릉숲에 정통한 숲해설사다. 본 기사는 김순길씨의 숲해설을 기자가 기사화했음을 일러 둔다.

홍릉숲에는 다섯 개의 숲길이 있다. 명성황후 무덤 터로 가는 황후의 길,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된 문배나무가 있는 문배나무길, 오랜 연륜의 나무들이 있는 천년의 숲길, 일반인들의 산책로인 숲속 여행길, 천장산 정상으로 이어진 천장마루길 등이다.

홍릉숲에도 연예인급 스타 나무들이 있다. 황후의 길을 걸으며 이런 스타급 나무를 구경하는 코스를 둘러보기로 했다. 황후의 길이지만 정작 명성황후는 오지 않았다. 다만 고종황제가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적인 이름을 붙인다면 ‘고종황제의 길’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죽은 황후에 대한 그리움, 일제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삭이며 걸었을 것이다.

한국 토종 풍산가문비나무

[월간산]남한에 한 그루밖에 없던 풍산가문비나무의 그루터기. 지난 2010년 동사했다.

처음 만날 나무는, 죽은 나무다. 1m 정도의 나무 밑단만 남아 있다. 안내판에는 ‘풍산가문비나무’라 적혀 있다. 보통 독일가문비나무는 잘 알고 있지만 토종 가문비나무는 모르는데, 북한 풍산 땅에 토종 가문비나무가 있다. 과거 임업시험장 시절 북한 풍산 땅에서 자생하는 토종 가문비나무를 옮겨와 심었는데 반 백 년 이상 살았던 이 나무가 그만  2010년 죽고 말았다.

풍산에서 이주해 온 가문비나무는 모진 삶을 살았다. 6·25 때 총알을 여러 발 맞아 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시름시름 앓았다. 다시 회복하여 건강해진 듯했으나 2010년 동사하고 말았다. 남한보다 더 추운 북한 풍산 땅에서 자생하는 나무가 동사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아마 남한 땅의 따뜻한 기후에 적응했기에 동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제 아무리 뛰어난 산림병해충 박사들이라 해도 기후 변화에 의해 일어나는 나무의 생과 사는 어찌할 수 없었으리라.

그렇다고 산림과학원 박사들이 풍산가문비나무의 죽음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가지를 잘라 유전자를 추출해 인공 수정해 후계목(後繼木) 4그루를 인공 식재했다. 아직은 아기 같은 나무들이지만 그중 한 그루가 죽은 부모를 똑같이 닮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곧은 심지와 균형감 있게 뻗은 가지, 가문비나무 특유의 정갈함과 고급스러움이 배어 있다.

새 둥지 하나로 70만 원 혜택 얻어

[월간산]새를 연구하기 위해 나무 곳곳에 새집을 만들어 놓았다.

황후의 길은 귀품이 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울창한 숲. 10~20년 된 나무가 아닌 30~40년은 되어 보이는 큼직한 나무들이 짙은 숲 향을 뿜어내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새집, 나무뿌리에서 1.5m 정도 높이에 걸려 있다.
“박새는 7마리에서 12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데 어미가 새끼를 위해 하루에 250마리 정도의 벌레를 잡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새둥지 하나가 있으면 해충박멸이나 식물 번식에도 도움을 줘요. 이렇게 새둥지 하나로 사람들이 연중 얻는 혜택이 70만 원 정도 되는 걸로 밝혀져 있는데, 그런 세부 사항들을 이곳의 박사님들이 연구하고 있어요.”

어떤 나무는 이렇게 새집이 달려 있고 어떤 나무는 끈이 묶여 있다. 연구를 위해 관리되고 있는 나무란 표식인데, 일반인들 중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이 끈을 잘라 표식을 없애는 이들이 있다. 김순길 해설사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숲을 건드리는 일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죽나무의 계절 5월

[월간산]때죽나무 꽃향기를 맡는 김순길 숲해설사. 향이 달콤해 향수의 원료로도 쓰인다.

문득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섬세한 팝콘 같은 때죽나무 꽃이다. 5월은 ‘때죽나무의 계절’이라 해도 될 정도로 꽃이 만발하고 향이 달콤하다. 향수의 원료로도 쓰이는 이 꽃은 종 모양이라 하여 서양에서는 스노벨(Snowbell)이라 부른다. 때죽나무는 껍질이 시커멓고 우람하지 않아 꼬질꼬질해 보이기도 한다. 허나 나무속이 단단하고 잘랐을 때 단면의 무늬가 예뻐 공예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여름에 열매를 맺는데 독성이 있다. 열매를 다져 즙을 내어 물에 뿌리면 그 독성으로 인해 물고기의 아가미가 마비되어 살짝 닫힌다. 아가미가 닫혀 숨쉬기가 곤란해진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이때를 노려 고기를 잡기도 했다. 겨울 잎이나 꽃이 없을 때는 초라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쓰임새도 많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 때죽나무다.

우리 민족의 일상에서 도움을 준 오리나무

[월간산]선사시대 유적에도 생활 도구로 발굴되는 오리나무. 우리 민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생활 속의 나무였다.

30m가 넘어 보이는 키 큰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하다. 원래 오리나무가 이렇게 큰 것은 무척 드물다고 한다. 오리나무는 선사시대 유적에서 숟가락 같은 생활도구로 자주 발굴된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나라에 살았고 목재가 단단해 쓰임새가 많았다. 때문에 한반도 조상의 ‘얼이 담긴 나무’가 바뀌어 어리나무로 불리다 오리나무로 이름이 바뀌었다고도 이야기한다. 거리를 잴 때 사용했다 하여 오리나무로 불린다는 설도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 한다.

오리나무는 속이 붉은색이다. 안동 하회탈이 붉은 것도 오리나무를 재료로 썼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리나무는 예부터 우리 민족의 생활 깊숙이 스며든 이로운 나무였다. 오리나무는 물을 무척 좋아해 계곡 부근에 많이 자라는데 선조들은 이를 이용해 물길을 바꾸려 할 때 오리나무를 많이 심기도 했다.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오리 많은 강에 오리나무가 산다는 얘기도 있다. 물오리나무와 그냥 오리나무가 있는데 이름과 달리 물오리나무가 건조한 도심에 많고 오리나무는 강가에 많다.

슬픈 팡파르 터트리는 칠엽수

[월간산]1 명성황후의 무덤 터 앞에서 꽃을 폭설처럼 쏟아내는 칠엽수. 2 명성황후의 묘가 있던 자리를 칠엽수 꽃이 하얗게 뒤덮었다. 3 작고 섬세한 칠엽수 꽃.

계단길을 잠깐 올라서자 명성황후의 무덤 터였던 곳이다. 너른 터가 있고 나무들이 숙연히 자리를 메우고 있다. 황후의 능은 없지만 왠지 차분하다. 마침 거대한 칠엽수가 하얀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다. 흰 꽃이 폭설처럼 싸륵싸륵 슬로비디오로 떨어진다. 바닥은 온통 흰 꽃이다. 명성황후의 한이 담긴 꽃이 울컥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이토록 환상적인 슬픔의 나무를 본 적이 있던가.

이 하얀 꽃이 축포를 터뜨리듯 무수히 떨어진다 하여 ‘빵빠레(팡파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예쁘장한 칠엽수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다. 함께 있지만 근친상간은 거의 하지 않는다. 만약 자기 수술이 들어오면 스스로를 죽임으로 열매를 맺지 않는다. 근친상간을 하게 되면 열성유전자의 농도가 높아져 약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유전병에 걸릴 수도 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번식을 해야 할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가 번식을 하기도 한다.

홍릉 옮겨갔지만 여전히 ‘홍릉’이라 불려

[월간산]황후의 묘가 있던 옛 홍릉 터.

이곳이 명성황후의 릉이 있던, 홍릉이었던 시절은 22년밖에 안 된다. 이후 빈 무덤 터일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곳을 여전히 ‘홍릉’이라 부르고 있다. 민초들의 나라 잃은 슬픔과 한이 각인되어 그리되었을 거라 추측한다. 김순길 숲해설사는 “이곳에서 역사 얘기를 하면 이렇듯 사람들이 침울한 분위기가 되는데, 이 순간이 해설프로그램에서 명상도 하고 정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라 얘기한다. 보통은 아이들이 산만하게 떠들어 해설 중 명상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청랑한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꾀꼬리 소리다. 홍릉숲은 빌딩숲인 서울에서 새들의 중요한 기착지이기도 하다.

유해종이란 오해를 뒤집어 쓴 아카시나무

홍릉 터를 내려와 건물 쪽으로 내려선다. 핑크빛 포도송이 같은 탐스런 꽃이 걸음을 멈춰 세운다. 아카시나무 꽃이다. 원래 흰색인데 개량종이라 분홍색 꽃을 피웠다고 한다. 나무를 만졌는데 “아! 까시(가시)가 있네!”라고 하여 이름이 유래한다는 유명한 농담이 있다. 아카시아와 아카시나무는 다르다. 사람들이 아카시아라고 흔히 부르는 나무는 모두 아카시나무다. 국내에는 온실이나 수목원이 아니면 아카시아는 거의 없다.

[월간산]아카시나무 꽃. 개량종이라 분홍색이다.

아카시는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많이 심었다. 수명이 40~50년 정도인데 녹화사업 이후 40년가량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수명이 다 된 아카시나무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쓰러진다는 것이다. 최근 아카시가 많이 사라지면서 벌도 사라져 양봉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카시나무는 한 그루만 심으면 몇 년 사이에 빠르게 번식한다. 뿌리 번식을 하기에 흙을 잡아줘 산사태 방지에 도움이 된다. 허나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나무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묘지가 있으면 햇볕을 좋아하는 특성상 빠르게 무덤 쪽으로 침범을 하기에 미움을 사게 된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아카시는 생태에 도움을 주는 나무로 꿀을 내어 주고 산사태를 예방하는 것 외에도 땅을 비옥하게 해준다. 땅에 질소를 고정시켜 줌으로써 토양이 비옥해지며, 나무도 목공예로 사용한다. 아카시아가 아닌 아카시로 불러 주고, 도움이 안 되는 나무라는 오해도 거둬야 할 때다.

식물주권을 빼앗긴 사례, 미스김라일락

[월간산]한국 토종자생식물이었으나 미국인이 채집해 미국산으로 등록한 미스김라일락.

정원처럼 아기자기한 숲에 들자, 감미로운 향이 훅하고 안겨온다. 주인공은 분홍색 나팔처럼 독특한 모양의 꽃을 피운, 미스김라일락이다.

특이한 이름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1947년 한국에서 미군 군무원으로 근무하던 미국인이 북한산에서 식물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식물을 발견해 미국으로 가져갔고, 이를 개량해 식물 분류를 도운 한국인 직원의 이름을 붙여 ‘미스김라일락’이 생겨났다.

우리 이름은 ‘털개회나무’이며, 향이 좋아 향수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과거 한국에 왔던 외국 식물학자와 의사, 군인, 선교사들은 경제성이 있는 것들만 골라 많은 식물을 채취해 갔다고 한다. 어찌 보면 식물주권을 빼앗긴 안타까운 일화인데 구상나무도 마찬가지다.

키가 작고 모양새가 예쁘고 품위 있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에 제격이라 여긴 미국인이 가져가서 ‘키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로 개량해 히트를 쳤다. 우리나라 특산종인데 미국에서 먼저 등록을 하여 식물주권을 가져간 셈이 되었다.

도인 같은 풍모의 소나무

[월간산]200년 수령의 반송. 잔디밭 가운데에 홀로 있어 눈의 띈다.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에 풍성한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산림과학원에서 귀하게 대접받는 소나무다. 수령 200년 된 홍릉숲에서 가장 어른이 되는 나무다. 소나무는 크게 반송과 금강송으로 나눠 부른다. 반송은 지면에서 1m 내에서 가지가 벌어지고, 금강송은 직선으로 자란다. 금강송은 붉은색을 띤다고 해서 적송이라고도 한다.

속리산 정이품송 후계목

[월간산]속리산 정이품송의 후계목.

산림과학원 본관 앞에도 귀한 소나무가 있다. 속리산 정이품송의 자식이 여기 있다. 정이품송 후계목인 것이다. 속리산 정이품송의 대를 잇기 위해 삼척의 중경묘 금강송군락지에서 가장 곧고 뒤틀림 없는 소나무를 뽑아 속리산 정이품송의 수꽃에 인공수정을 했다. 소나무는 본래 암수가 모두 깃든 양성이지만 수꽃의 성향이 더 많이 깃든다 하여 정이품송의 수꽃을 채취한 것이다.

이를 두고 보은에서는 “정이품송의 부인격인 서원리 정부인송이 있는데 왜 삼척에서 자식을 만들었느냐”고 반발해 두 나무를 수정한 후계목을 따로 만들었다. 이렇듯 소나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 이미지가 강한 국민 나무인데, 한반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적응을 못하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나무재선충병까지 더해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학계에 최초로 보고된 문배나무

다시 숲으로 들자,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된 문배나무가 있다. 한국이 원산지이며 향이 좋고 열매는 약재로 쓰인다. 벌어진 나무 사이를 시멘트로 발랐다. 나무 안에 쪽동백나무가 살았다고 한다.

[월간산]학계에 처음 보고된 원본격의 문배나무.

그래서 산림과학원 사람들은 이 문배나무를 젖 주는 나무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강수량이 적어 가물었던 해에 쪽동백나무가 죽어 치료 차원에서 시멘트로 발랐다. 107년 된 세월만큼 크지는 않은데, 높이 자라기보다는 옆으로 가지를 뻗치는 성향 때문이다. 문배나무는 열매가 아기주먹만 한데, 배만큼 과육이 많고 맛있지는 않다. 대신 향이 좋아 술을 담글 때 많이 쓰인다.

아카시 나뭇잎을 하나씩 뜯으며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를 주문처럼 외던 시절이 누구나 있었다. 알고 보면 아카시 나뭇잎은 홀수라 긍정으로 시작하면 긍정이 된다고 김순길 숲해설사는 말한다. 그 옛날처럼 숲에 들면 긍정으로 얘기해 보자. 숲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김순길 숲해설사

금장 수상한 국립산림과학원 베테랑 숲해설사

[월간산]

“원래 시골에서 자라서 자연을 좋아했어요. 도심에서 자녀들을 키우면서 안타까운 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숲으로 다니기 시작했고, 숲해설사가 되었어요.”

2004년부터 숲해설사로 활동한 김순길(55) 숲해설사는 서울시 숲해설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온 베테랑이다. 2,000시간 이상 숲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여 ‘금장’을 2013년에 받았다. 과거 서울시 시민환경교실 강사로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곳곳의 산과 들과 강을 누볐다. 그녀는 “숲해설사 특성상 아이들을 많이 상대하기에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이 하기 좋은 일”이라 추천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한 국립산림과학원은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숲이기에 숲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겨울은 숲해설이 없어 10개월 단위 계약직으로 해설사를 뽑는데 6년째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립산림과학원 숲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겨울 숲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얘기할 것들이 많은데, 아쉬움이 있다”며 그래서 숲해설사들도 겨울에는 겨울잠을 잔다고 농담으로 얘기한다.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3월부터 10월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며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에 예약 없이 숲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정문에서 50m 정도 걸어들어 와서 우회전하면 왕벚나무가 있는 벤치 아래에 숲해설사가 기다리고 있다. 평일에는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며 어린이와 학생 등의 단체를 대상으로 숲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의

 홍릉수목원 02-961-2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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