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드라마월드'가 패러디한 한국드라마의 고질병?

2016. 7. 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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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드에서는 개나 소나 키스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는 첫 키스가 생명이에요. 진실한 사랑의 증표거든요.” (‘드라마월드’ 대사 중)

실제로 ‘첫 키스’는 생명이다. 중국 언론 신장바오는 일찍이 한국드라마의 법칙 중 하나로 ‘키스신은 8회에 등장한다’는 이른바 ‘8회의 법칙’을 언급했다. 8회까지는 서로를 탐색하고, 우연이 반복되며 사랑에 빠져드는 시기, 8회의 키스신과 더불어 로맨스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공개하고 있는 ‘드라마월드’는 K드라마의 특성을 콕 집어 이렇게 설명했다. 


K드라마의 인기가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 4월 동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 비키를 통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를 통해 공개된 한중미 합작 드라마 ‘드라마월드’는 K드라마에 푹 빠진 ‘덕후’ 여주인공 클레어(리브 휴슨)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다. 비키를 통해 매주 일요일 에피소드가 공개되자 K드라마 팬들을 자처하는 네티즌들의 간증이 이어졌다. “내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현재 지난 1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마침내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주인공 클레어는 아버지로부터 “너 사람들과 대화는 하냐”는 걱정을 들을 정도로 K드라마에 푹 빠져 산다. 급기야 ‘폰 금지, 드라마 금지, 진짜 인생을 살자’는 규칙까지 따라야 하는 처지가 됐다. 클레어의 한 마디. “아빠! 한국 드라마 속에선 인생이 즐겁고, 누구나 예뻐질 수 있고, 누구라도 진정한 사랑에 빠질 수 있어.” 그게 ‘한드’를 즐겨보는 이유다. 


‘드라마월드’는 드라마 속 드라마라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한국드라마의 설정들을 패러디하고 풍자한다. 한국계 배우들이 얼굴을 비추지만 대사의 70% 이상은 영어다. 한지민, 최시원, 샘 해밍턴 등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즐겨보던 ‘사랑의 맛’이라는 드라마 안으로 빨려들어가 주연배우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큐피드 역할까지 한다. ‘사랑의 맛’의 주인공은 재벌2세 셰프다. 이 때문에 이선균 공효진 주연의 ‘파스타’를 모티프로 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셰프를 사랑하는 건 가난한 여주인공.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와 캔디’ 설정으로 드라마를 끌고 간다. 빠질 수 없는 고약한 재벌가 사모님도 등장한다. 


상투적인 설정뿐 아니라 철저하게 한국드라마의 법칙을 설명한 부분이 흥미롭다. ‘사랑의 맛’ 속으로 빨려들어간 클레어에게 정체불명의 사나이 세스 고(저스틴 전)는 K드라마의 공식을 설명한다.

첫 번째, 모든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로 끝난다. 두 번째, K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자신감, 외모, 약간의 오만함, 여자주인공을 배려하는 신사여야 한다. 세 번째, 남자주인공의 샤워 신이 반드시 등장한다. 네 번째, 훼방꾼과 장애물이 많을수록 진정한 사랑이 된다. 다섯 번째, 진정한 사랑이 이뤄지면 드라마가 초기화된다. 


이 법칙들을 토대로 ‘드라마월드’는 K드라마를 신나게 패러디한다. MBC 아침드라마에 등장했던 일명 ‘김치 싸대기’ 장면을 패러디하고, “간접광고 덕 좀 봤네”라는 대사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드라마를 침범하는 PPL을 꼬집는다. 실신하려는 여자주인공을 갑자기 등장해 받아주는 남자도 있다. 심지어 연출도 한국식이다. 매회 마지막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준다. 미드에선 없는 일이다.

‘드라마월드’가 보여주고 있는 K드라마의 특징은 사실 업계나 시청자 사이에서도 고질병으로 꼽히곤 했던 상투적인 설정들이다. ‘기승전멜로’로 향하기 위해 그간 숱하게 차용했던 ‘뻔한 장면’들의 나열이다. 뜬금없는 간접광고 역시 매번 도마에 오르내리며 수차례 징계 대상이 됐던 부분이다. 주연배우만 가장 트레디한 얼굴일 뿐 드라마의 스토리나 구성, 설정 등 수년째 반복해온 구태의연함을 벗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부분을 드라마월드는 절묘하게 포착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 방송사의 드라마국 PD는 “멜로 지상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K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며 “한국드라마를 철저히 분석해 패러디한다는 것이 K드라마의 위상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드라마월드’의 인기가 실로 대단하긴 하다. 비키에서 공개됐을 당시 1500여명의 네티즌들은 9.1점의 평점을 줬다. 비키는 80%의 접속자가 비아시아인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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