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골프..야구의 길 걷나 vs 테니스처럼 연착륙하나

2016. 7. 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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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퇴출설 무성..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이 관건
리우대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경기장.<AP=연합뉴스>
리우올림픽을 외면한 세계 골프 랭킹 1∼3위 제이슨 데이,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벌써 퇴출설 무성…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국제골프연맹(IGF) 피터 도슨 회장은 지난 11일 스코틀랜드 로열트룬 골프 링크스 클럽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60명씩 120명의 명단을 확정, 발표하는 행사였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마련된 이 자리에서 도슨 회장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골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2009년에만 해도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한 최고의 골프 스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투게 됐다고 발표하면서 커다란 박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 자리였다.

하지만 도슨은 세계랭킹 1위∼4위에 포진한 '빅4'를 포함해 세계랭킹 30위 이내 선수 가운데 20명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사실을 밝혀야 했다.

도슨 회장은 "많은 선수가 불참하는 바람에 올림픽에서 골프가 빛이 바랜 건 분명하다"고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가별 출전 선수 제한 규정 때문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상위 랭커도 있지만 '빅4'를 포함해 유명 스타 선수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사양했다

올림픽 출전 고사 이유는 대부분 지카 바이러스였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라도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에 노출되기가 겁난다는 호소였다.

도슨 회장은 "건강을 염려하는 선수들의 뜻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염려가 조금 도를 지나친 것 같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남자 선수 가운데 불참자가 너무 많은 건 실망스럽지만 여자 쪽은 최정상급 선수가 빠짐없이 다 나오는 건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카 바이러스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유독 남자 선수들만 겁을 내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돌려서 표현한 셈이다.

도슨 회장을 비롯한 골프계는 정상급 선수가 대부분 빠지면서 올림픽에서 '골프 퇴출론'이 힘을 얻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골프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지만 2024년 올림픽 정식 종목 존속 여부는 2017년 IOC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올림픽에서 골프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나온 지 꽤 됐다.

배리 마이스터(뉴질랜드) IOC 위원은 지난달 "최고의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올림픽에서 빠져야 한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IGF 앤서니 스캔랜 사무총장은 "IOC가 종목마다 TV 중계 시청률과 함께 미디어, SNS에서 얼마나 많이 다뤄졌나를 측정해 정식 종목 잔류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면서 퇴출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불참은 올림픽에서 골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건 맞다"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영국 권위지 더타임스는 "정상급 선수들의 불참으로 올림픽에서 골프의 미래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12일 보도했다.

올림픽에서 해당 종목 최고 선수가 출전하느냐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축구는 올림픽에 최고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라는 명목으로 팀당 23세 이상 선수 3명을 출전시킬 수 있을 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축구대회보다 올림픽이 더 주목받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상식이다.

올림픽에서 축구를 퇴출해도 FIFA는 아쉬울 게 없다. 반면 IOC는 대부분 회원국이 국민 스포츠로 여기는 축구를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야구는 최정상급 선수가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쫓겨났다. 올림픽 기간에도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계속한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올림픽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다. 돈과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쥔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올림픽에는 시큰둥했다. IOC 회원국 가운데 야구가 인기 스포츠인 나라도 그리 많지 않다.

올림픽과 골프의 관계는 축구보다 야구 쪽에 가깝다. 골프가 대중적인 국가가 많지 않고 IOC가 굳이 올림픽에서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치르고자 하는 의지가 큰 편은 아니다. 돈과 명예를 손에 쥔 정상급 선수들이 올림픽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다만 메이저리그와 달리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올림픽에 공을 들인다. 골프가 더 많은 나라에서 대중화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PGA투어는 IOC와 창구인 IGF에 타이 보토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파견했다.

PGA투어와 IGF 등 골프계는 골프가 올림픽에서 야구의 전철을 밟게 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1992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당했다. 최정상급 선수가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는 게 결정적인 퇴출 사유였다.

올림픽에서 골프의 앞날은 그러나 야구보다는 테니스와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테니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프로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최고의 선수가 올림픽에서 뛰어야 한다는데 프로 테니스계와 IOC가 뜻을 같이한 덕이었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은 서울올림픽을 외면했다. 올림픽이 아니라도 명예를 드높일 메이저대회라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게다가 올림픽은 상금도 없었다.

28년이 지난 요즘 올림픽 테니스에는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한다.

1988년 올림픽 출전을 고사했던 존 매켄로(미국)는 훗날 "그때는 프로 선수가 올림픽에 왜 나가느냐는 생각이었다"면서 "이제는 올림픽이 메이저대회나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9일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해 메이저대회 최다승 타이(22승)기록을 세운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집에 불이 나서 딱 한 가지만 챙겨 나와야 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을 선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골프계 인사들은 테니스의 연착륙 사례를 자주 언급하는 까닭은 골프가 테니스처럼 올림픽에서 자리를 잡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IGF 보토 부회장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테니스는 올림픽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면서 "올림픽을 외면했던 테니스 선수들은 지금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슨 회장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정상급 선수들이 빠짐없이 출전할 것"이라며 "올림픽도 살고 골프도 사는 상생이 기대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골프가 올림픽에서 야구의 길을 걸을지, 테니스의 성공 사례를 닮을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얼마나 많은 최정상급 선수가 참가하느냐에 달렸다는 진단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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