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 "파면하라"..나향욱 "죽을 죄를 지었다" 울먹

배문규 기자 2016. 7. 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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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민중은 개·돼지” 발언 청문회 된 국회 교문위

초췌 최근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바로 쓰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공고화” 등의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47)이 11일 “죽을 죄를 지었다”며 사죄했다. 그러나 문제 발언에 대해선 “과음과 과로로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했다.

■여야 호출에 오후 지각출석

이날 오후 4시30분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선 일제히 카메라 셔터가 터지고 웅성대는 소리가 커졌다. 나 기획관은 안경을 내려쓰고 머리가 헝클어진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는 당초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문화재청의 2015년 결산을 위해 열렸다. 하지만 나 기획관의 막말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으면서 사실상 ‘나향욱 청문회’가 됐다. 여야 의원들은 오전 회의부터 나 기획관의 출석을 한목소리로 요구했지만, 대기발령 상태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나 기획관이 심신 상태가 물리적으로 출석하기 어려운 상태라 고향인 마산에 내려가 요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나 기획관이 충격이 커서 집에서 쉬고 있다는데 개·돼지 취급받은 국민들의 심정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도 “나 기획관 문제가 한 사람의 일탈이나 망언으로 규정돼선 안된다”며 “관료체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기획관의 출석과 의사진행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오전 회의는 시작 40분 만에 정회됐다.

■‘신분 고착화 인정’ 또 문제 발언

지각 출석한 나 기획관은 질의 내내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떨궜다.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말을 해서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드리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나 기획관의 목소리가 잠겼다. “지난 며칠간 못 자면서 여러 기사 댓글을 보고 제가 정말 잘못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울먹이던 그는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나 기획관이 ‘본심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이날 내놓은 해명조차 그의 세계관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 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사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내부자들>) 생각이 나면서 ‘언론이 조종한다’는 대사가 생각 나 인용을 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완전히 평등한 사회는 없기 때문에 신분사회가 고착화되니까 이를 인정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더민주 조승래 의원은 “여론이 바뀌는 걸 보며 <내부자들> 생각이 났다는 부분과 신분의 고착화를 인정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는 발언에서 나 기획관의 평소 생각이 드러난다”면서 “이런 기본적 사고 때문에 그런 대화가 가능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제 식구 감싸기’

이준식 부총리는 이날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고,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면서 “조사결과에 따라 파면을 포함한 중징계까지 엄중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사과했다. 더민주 도종환 의원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지적도 있다는 말에 “그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교육부에서 경위 조사를 한다면서 직접 조사하지 않고, 고향에 내려가도록 방치했다”며 징계 의지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나 기획관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했다. 나 기획관은 사퇴 문의를 했으나 “(대기발령 상태라) 사표를 내도 수리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오는 14일까지 조사를 마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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