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언리포트]절반의 성공을 주고 싶은 험난했던 복귀전

조회수 2016. 7. 8. 15: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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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이하 한국시간) 경기가 시작될 무렵 LA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 스타디움의 기온은 섭씨 22도였습니다.

바람도 우측으로 시속 13km 정도로 불어 여름으로 접어드는 서던 캘리포니아의 저녁 치고는 선선했고, 특히 그리피스 공원 안에 위치한 곳이기에 과거 수없이 드나들던 그 곳의 경험을 되살리면 구슬땀을 흘릴 정도의 날씨는 분명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낮밤의 기온차도 심한 곳이기에.

그러나 640일 만에 정규 시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이 친구는 1회초 마운드에 올랐을 때 이미 꽤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고 해도 약간 굳은 얼굴까지,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초구.

경쾌한 동작으로 뿌린 공은 패스트볼. 약간 빠지며 볼이 됐지만 145km를 찍었습니다. 구속도 괜찮았지만 투구 동작은 아무런 불편함이나 무리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일단 안심이 되는 시작. 당연히 진땀 흘릴 정도로 긴장은 되겠지만 역시 배짱 있게 시작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공격적인 자세였고, 팔이 넘어오는 동작이나 전체적인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아마도 그의 성격상 더 강하게 속구로 밀어붙이려고 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류현진의 640일만의 정규 시즌 복귀 경기는 아쉬운 패전을 끝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어깨 수술을 받고 처음 빅리그에 돌아온 류현진(29)은 4⅔이닝을 던지고 교체됐습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8안타를 맞았고 6점을 내줬는데 전부 자책점이었습니다. 고의 볼넷 하나를 포함해 2개의 볼넷이 있었고 삼진은 4개를 빼앗았습니다. 최고 구속은 92마일, 148km가 몇 차례 나왔습니다. 130km대 초반의 특유의 체인지업과 110km대 중후반의 낙차 큰 커브, 그리고 130km대 중반의 슬라이더도 섞어 던졌습니다. 수비의 도움을 크게 받지는 못한 경기였고, 타선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좌완 드루 포머랜츠에 막혀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한 점도 뽑지 못했습니다.

 

이닝별로 류현진의 복귀전을 살펴봅니다.

 

▶1회초

1번 타자 멜빈 업턴은 최근에 종종 1번에 기용되기는 하지만 보통 5번 정도 중심에 배치되는 타자입니다.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7타수 1안타니까 강점이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지난 주말 시즌 3번째 끝내기 홈런을 치는 등 꽤 뜨거웠습니다. 파드리스 팀 사상 한 시즌에 끝내기 홈런을 3개나 친 것은 처음이고, 빅리그에서도 전반기에 3개의 끝내기 홈런을 친 것은 2007년 미네소타의 저스틴 모노 이후 처음입니다.

업턴을 상대로 류현진은 5구까지 볼카운트 2-2로 팽팽한 대결을 펼쳤습니다. 4개 연속 속구를 던진 후 5구째 138km 슬라이더를 던진 게 다시 파울이 되자 류현진은 강속구를 선택했습니다. 이날 가장 빠른 148km의 속구는 업턴의 몸에 붙은 무릎 높이로 잘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헛스윙이 절반이던 B.J. 업턴이 아니었습니다. 멜빈으로 이름을 다시 바꾼 업턴은 힘찬 인사이드 아웃 스윙으로 정확히 때렸고, 공은 중간 담장을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업턴의 시즌 두 번째이나 통산 11번째 선두 타자 홈런. 실투가 아니라 정말 잘 친 공이었습니다. 

그렇게 선취점을 내준 류현진은 가장 위험하게 여겨지던 2번 윌 마이어스를 116km 폭포수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땀을 쓸어냈습니다. 올해 완전히 살아난 마이어스는 6월에만 26경기에서 11홈런(파드리스 6월 최다 홈런기록) 2루타 10개, 19볼넷, 5도루에 33타점, 25득점을 올리며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고, 올스타전에서 파드리스를 대표해 출전합니다. 이어서 전 동료이던 맷 켐프를 146.5km 속구로 땅볼을 솎아 직접 잡아 아웃을 잡은 후 4번 소라르테를 우익수 뜬공을 처리하고 첫 이닝을 마쳤습니다.


 

▶2회초

2회는 좀 아쉬웠습니다. 선두 5번 포수 노리스에게 볼카운트 1-1에서 속구 3개가 연속 볼이 되며 걸어 내보낸 후 6번 디커슨은 1루 땅볼로 선행 주자를 잡아냈습니다. 1사 후에 유격수 알렉세이 라미레스에게 2구째133km 체인지업을 정타로 맞고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8번 좌타자 쉼프를 113km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날 기회를 잡았습니다. 6월 중순 마이너 생활 9년 만에 빅리그에 데뷔한 쉼프는 전날 애리조나전에서 홈런 2개를 치며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지만, 속구-슬라이더-속구-속구에 이은 예리한 커브에 허공을 갈랐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더 이상 피해 없이 이닝을 마칠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상대 투수 포머랜츠는 올해 1개를 포함해 통산 홈런 2개가 있지만 올 시즌 1할3푼3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볼카운트를 1-2로 유리하게 몰고 간 류현진은 113km 커브를 던졌습니다. 이날 커브가 전반적으로 아주 예리했는데 유독 이 커브만 스트라이크존 정중앙에 걸치고 말았습니다. 포머랜츠는 절묘한 코스로 중앙을 뚫는 적시타를 치며 다저스는 0-2로 뒤지고 말았습니다. (포머랜츠의 외증조부 할아버지 갤런드 벅아이는 는1920년대 빅리그에서 뛴 투수였는데 108경기에서 2할3푼에 5홈런을 쳤을 정도로 타격 소질이 있었습니다.)


 

▶3회초

가장 깔끔했던 이닝. 상위 타순을 상대로 이날 유일하게 삼자범퇴를 잡았습니다.

2번 마이너스는 2구째 움직이는 체인지업을 건드려 힘없는 좌익수 뜬공으로 잡혔고, 3번 켐프는 역시 2구째 체인지업에 유격수 땅볼, 그리고 4번 소라르테는 5구째 약간 높은 137km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따라 나오면 삼진. 흘리던 땀도 잦아들고 과거에 보았던 류현진의 모습이 다시 나온 쾌조의 이닝. 투구수는 10개였습니다.


 

▶4회초

선두 노리스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예리한 유격수 땅볼 타구. 홈런 11개를 치며 개인 최고 20홈런을 노리는 노리스는 148km 속구를 잘 받아쳤지만 유격수 코리 시거가 몸을 날리며 잘 잡았습니다. 그런데 타자가 상대 포수인 것을 잊었는지 성급히 1루에 던진 것이 땅볼이 됐고, 평소 땅볼 처리의 달인인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이를 뒤로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포수 엘리스의 백업도 약간 늦으며 공을 더그아웃으로. 내야 안타에 실책이 기록되며 무사에 주자는 2루까지 진루했습니다. (시거는 이날 4타수 무안타로 19경기 연속 안타에서 기록이 중단돼 다저스 루키 최고 기록인 토미 데이비스의 20경기 연속 안타 도전이 무산됐습니다.)

결국 1사 후에 라미레스에게 다시 큼직한 중월 2루타를 맞고 3점째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류현진 팬의 입장에서는 수비가 뛰어난 적 피더슨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을 법 했습니다. 현재 피더슨은 DL.


 

▶5회초

아쉬움 가득한 이닝.

당초 로버츠 감독은 투구수에 연연하지 않고 구속이나 구위를 봐가며 교체하겠다고 했습니다. 4회까지 투구수는 69개였고 마지막 재활 등판에서 80개를 넘게 던졌습니다. 그러나 정말 오랜만의 등판이었고, 4이닝 중에 3이닝에서 주자가 나가고 실점을 했으니 아주 면밀히 상태를 살펴야하는 이닝. 특히 4회 투구수는 24개. 

선두 타자 멜빈이 투수를 도와주는 초구 번트를 댔고 류현진이 매끈한 수비로 아웃을 잡아냈습니다. 그러나 첫 두 번의 대결에서 공 6개만으로 연속 아웃 처리했던 마이어스와의 대결은 쉽지 않았습니다. 연신 파울을 치며 버티던 마이어스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29km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뺐고 좌익수 뜬공 아웃을 잡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타석에서 속구 구속은 140km까지 떨어졌습니다. 공의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5회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긴 류현진은 계속 마운드를 지켰고 켐프에게 초구 132km의 ‘지친 체인지업’을 던져 좌중간을 뚫은 2루타를 맞았고, 소라르테에게 140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타구는 총알같이 좌측 선상을 향했습니다.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0-4로 점차가 벌어진 가운데 허니컷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교체가 아니라 노리스의 고의 볼넷 작전이 나왔습니다. 슬라이더보다는 체인지업이 좋은 류현진이기에 특별히 왼손 타자에 강점이 있는 투수는 아닙니다. 벤치는 류현진에게 좌타자 디커슨까지 맡길 심산이었습니다. 디커슨의 타석에서 속구는 137km가 찍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볼카운트 3-1까지 몰리며 던진 140km 속구가 디커슨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고,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우익수 푸이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습니다. 아주 잘 맞은 타구는 분명했지만 순간 판단 착오로 앞으로 첫 발을 디딘 푸이그가 만회할 사이도 없이 머리 위로 공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기록은 실책이 아닌 주자 일소 3루타.


결국 류현진의 정말 오랜만의 ‘메이저리그 마운드 외출’은 다소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4⅔이닝 6실점, 다저스의 0-6 완패로 패전 투수라는 경기 결과는 분명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 등판을 기대해볼 만한 모습도 꽤 보여주었습니다.

초반에는 작심한 듯 빠른 구속을 보여주었고, 변화구는 모두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다해도 거의 2년만이 등판이라 다소 몰리는 실투성 공이 나오기도 했고, 5회에는 경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도 나왔습니다. 중간 중간에 약간 녹슨 제구력이나 체력 저하는 앞으로 등판을 거듭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분명히 있습니다.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148km가 나왔고 슬러우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도 무리없이 구사하는 등 희망도 준 등판이었습니다


이제 내일과 모레 어깨 상태가 문제없다는 소식만 전해준다면 이날 2016시즌 첫 등판은 절반의 성공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음 주 초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다음 등판까지는 1주일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다음 주말에 벌어지는 애리조나와의 3연전 중 한 경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류현진이 두 번째 경기에서는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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