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즈만 세리머니까지 멋있어 보여

김정용 기자 입력 2016. 7. 8. 06:48 수정 2016. 7. 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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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유럽에서 가장 멋진 영화제, '유로 2016'이 개막했다. 축구는 승부만 중요한 스포츠가 아니다. 무승부라도 '명화'가 될 수 있고,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도 '범작'이 될 수 있다. '풋볼리스트'는 즐거운 '유로 2016' 관람을 위해 평점과 날카로운 평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독일 0-2 프랑스> 경기 기록

대회명: 유로 2016

경기 정보: 8일(한국시간), 스타드 벨로드롬(프랑스 마르세유), 4강

프랑스 득점: 앙투안 그리즈만 '45+2, '72

#20자평: 그리즈만 세리머니까지 멋있어 보여 (★★★★)

앙투안 그리즈만은 골을 넣고 양손의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만 편 채 두둠칫 두둠칫 리듬을 탔다. 축구팬 눈엔 호나우지뉴를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드레이크의 `Hotline Bling` 뮤직비디오에 나온 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멋 없는데 묘한 중독성으로 전세계를 강타한 기묘한 댄스의 늪에 그리즈만도 빠졌다.

그러나 그리즈만은 같은 춤을 춰도 어딘지 멋있어 보인다. 얼굴도 점점 잘생겨지는 것 같다. 축구를 잘하기 때문이다. 그리즈만은 유로 준결승에서 두 번이나 `최고의 플레이`를 했다. 전반 추가시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핸드볼 덕분에 얻은 페널티킥을 그리즈만이 가볍게 성공시켰다. 바로 전 경기에서 승부차기 선방의 달인임을 보여준 마누엘 노이어가 있었지만 그리즈만은 방향을 완전히 속였다.

후반 27분, 이번엔 폴 포그바의 크로스를 노이어가 제대로 쳐내지 못한 공이 그리즈만 앞에 떨어졌다. 쉬워 보이는 상황이지만 혼전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이 지나길 수 있는 길을 빠르게 파악해야 득점할 수 있었다. 그리즈만은 당구의 고수 같은 눈으로 노이어의 가랑이 사이가 유일한 득점 코스임을 간파하곤 발 아무 부위나 써서 그냥 툭 밀어 넣었다. 공은 통통거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고, 그리즈만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드레이크 댄스를 시작했다.

그리즈만의 유무가 이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될 정도로 팽팽했고, 오히려 독일이 앞선 시간도 꽤 길었던 경기였다. 특히 전반전은 추가시간으로 돌입하기 전까지 독일 특유의 점유율 축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독일은 핸드볼 파울이라는 돌발 변수에 한 번 꺾였고, 후반전 초반에 핵심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부상으로 빠지며 두 번째 꺾였다. 그때마다 변수를 골로 치환한 존재가 그리즈만이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의 경기 준비는 나쁘지 않았다.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와 미드필더 자미 케디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드필더만 두 명 투입해 포진을 바꿨다. 어차피 혼자 힘으로 토니 크로스의 짝이 될 만한 미드필더가 없으니 슈바인슈타이거는 지능을, 엠레 찬은 에너지를 각각 담당하게 했다.

문제는 괜찮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골을 넣을 선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안 그래도 유로에서 부진한 토마스 뮐러는 원래 위치인 2선이 아니라 최전방에 배치되자 경기력이 더 떨어졌다. 뢰브의 패착이다. 결국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5골씩 넣고 돌아오는 뮐러는 유로에 두 번 참가해 모두 무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경기가 안 풀리자 뢰브는 슈바인슈타이거와 찬을 빼고 공격 자원들을 투입했다. 이번 경기에 야심차게 투입한 두 선수 모두 실망만 남기고 그라운드를 일찍 떠났다.

반면 프랑스는 완벽하지 않은 준비 상태에도 불구하고 승부처마다 야금야금 승리의 기운을 가져갔다. 앞선 경기들에서 불안한 플레이를 했던 레프트백 파트리스 에브라는 이날 공격이 안 풀리자 노련한 오버래핑으로 활로를 뚫어주며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경기 내내 그리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않던 프랑스가 두 번째 골 직전 기습적인 전진으로 독일 센터백들을 당황시키고 공을 따낸 건 승패를 가른 결정적 디테일이었다.

프랑스는 후반전에 은골로 캉테, 앙드레피에르 지냑, 요앙 카바예를 차례로 투입하며 독일이 공략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씩 지워 나갔다. 독일이 기어코 최후의 슈팅을 날리면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초인적인 선방으로 막아냈다.

축구에 판정승은 없다. 동료들이 조금씩 승리 포인트를 따내면, 그리즈만이 그걸 골로 바꿔주는 환전소 노릇을 했다. 그리즈만은 현재까지 6골을 넣었다. 1984년 9골을 넣은 대선배 미셸 플라티니에 이어 역대 단일대회 득점 2위다. 플라티니처럼 득점왕과 팀 우승을 동시에 차지할 수 있는 기회다. 통산 득점 순위에서도 4위에 올랐다.

그리즈만이 여느 득점 선두들보다 멋있는 건 토너먼트로 갈수록 오히려 강해지는 특징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단 1골에 그쳤던 그리즈만은 16강전에서 2골, 8강전에서 1골, 4강전에서 2골을 넣으며 뒤로 갈수록 펄펄 날고 있다. 얼굴도 점점 잘생겨 보이고, 춤도 점점 멋있어 보인다. 교체된 뒤 벤치 앞에 앉아 팀의 승리를 기다리는 그 미소 봤나?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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