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도 지나쳐도 위험한 '수면 시간'

취재/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16. 7. 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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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tory] 수면과 건강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전 세계적으로 적은 편이다.

2014년 OECD 18개 국가의 수면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7시간 49분으로 가장 적었다. 수면 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는 프랑스 8시간 50분으로, 한국인보다 1시간이나 많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너무 오래 자는 사람에게 우울증·심장병 등이 더 많다는 연구들이 있다.

적절한 수면은 건강을 지키는 데 기본이 된다. 그래서 최근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서는 전 세계 적정 수면 시간에 대한 연구를 종합해, 연령별 권장 수면 시간을 발표했다.

결과는 ▲생후 3개월까지 14~17시간 ▲생후 4~11개월 12~15시간 ▲만 1~ 2세 11~14시간 ▲만 3~5세 10~13시간 ▲만 6~13세 9~11시간 ▲만 14~17세 8~ 10시간 ▲만 18~25세 7~9시간 ▲만 26세 이상은 7~8시간을 권장했다〈표〉. 대한수면의학회 소민아 홍보이사(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전 세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취하는 수면 시간을 권장한 것"이라며 "권장 수면 시간 보다 1~2시간 이상 적거나 많으면 비만·심뇌혈관질환·치매·당뇨병 등 온갖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수면의 가장 큰 건강효과는 '회복'에 있다. 대한수면의학회 이상학 이사장(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수면은 낮 동안 긴장돼 있던 근육, 혈관 등을 이완시키고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7시간 보다 덜 자면 당뇨병,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도 많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진영 교수팀이 19세 이상 남녀 1만49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시간 미만으로 잔 남성의 20.9%가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상태였다. 하루 7~8시간 자는 남성과 8시간 이상 자는 남성의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각각 15.4%, 14%였다. 연구팀은 "적절한 수면 시간은 당 대사, 식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해 비만, 당뇨병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연구에서는 7시간 미만 자는 사람이 7시간 자는 사람보다 협심증·심근경색 발병을 예측하는 지표인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가 34~50% 높았다. 9시간 이상 자는 사람 역시 7시간 자는 사람보다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가 70% 높게 측정됐다.

이상학 이사장은 "수면을 충분히 잘 취하는 것은 가장 쉽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며 "수면욕을 식욕 등과 같이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 권리로 인식하고 무시하거나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실에선 시계 치우고, 쉽게 잠 못 들면 침실 밖으로

불면증 완화하는 법

건강을 위해 하루 7시간 이상 푹 자야 하는 것은 알지만, 쉽게 잠이 들지 못하거나 자는 도중 자주 깨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 건강한 수면 습관〈표 참조〉을 실천하면 쉽게 완화되는데, 그래도 잠을 못 자는 증상이 계속돼 만성화되면 '인지행동치료'를 해봐야 한다. 지난 5월 미국내과학회는 기존의 다양한 연구를 분석하고, 18세 이상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치료 결과 등을 분석해 만성 불면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수면제가 아닌 인지행동치료를 1차 치료법으로 권고했다.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을 유발·악화하는 나쁜 수면 습관, 침실 환경, 잠과 불면에 대한 인식 등을 교정하는 치료다. 크게 수면위생 개선, 자극조절치료, 이완훈련, 수면제한 등으로 나뉘며 1~4개씩 섞어 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내과학회에 의하면, 인지행동치료를 하면 자다가 깨는 증상, 수면의 질이 효과적으로 개선된다. 인지행동치료를 한 달간 했는데도 좋아지지 않으면 수면제 등을 함께 써야 한다.

◇수면위생 개선=습관·침실 환경 교정

숙면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 규칙을 '수면위생'이라 한다. 수면위생은 크게 수면 습관과 침실 환경을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매일 똑같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난다

▲낮잠 자지 않고, 극도로 졸리면 10~15분 짧게 잔다

▲매일 아침 또는 낮에 햇빛을 쐬며 같은 시간에 40분 정도 운동한다(잠자리에 들기 5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쳐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이내에 따뜻한 물로 30분간 목욕해서 체온을 올린다

▲수면을 방해하는 커피·홍차 등 카페인 음료, 담배, 술을 피한다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이내에는 과식하지 않는다

▲시계는 잠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자는 중에 깼더라도 시계를 보지 않는다

▲잠자기 1시간 전에는 백열등 같은 간접조명을 사용해 침실을 어둡게 하고, 자는 중에는 커튼을 쳐서 빛을 완전히 차단한다

▲침실은 늘 조용하게 유지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선풍기 등 냉방 기구를 이용해 침실 온도를 24~25℃로 낮추고, 호흡기가 마르지 않도록 습도를 50% 정도로 유지한다

▲잠자리에서는 잠만 자고, 책을 읽거나 사색하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할 수 있는 시간(최소 1시간)을 만든다.

◇자극조절치료=잠자리 인식 개선

잠자리·취침 시간·잠자리에 대한 인식·잠자리에서의 행동 등을 교정해, 침실과 수면에 대한 인식을 짝짓는 방법이다. 다음 5단계로 이뤄진다. ①졸린 게 아니라 잠이 쏟아질 때 잠자리에 든다 ②잠자리에 누웠는데 15~20분 만에 잠들지 않으면 아예 침실 밖으로 나와서 독서·음악 청취 같은 편안한 활동을 하고, 잠이 올 때 다시 침실로 들어간다 ③잠이 들 때까지 2번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④늦게 자더라도 아침에는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⑤밤에 잠을 못 잤더라도 낮잠을 가급적 자지 않는다.

◇이완훈련=불면 받아들여 마음 이완

스트레스, 긴장, 불안 등을 조절하면 불면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완훈련은 마음을 안정시켜 잠이 드는 것을 돕거나, 잠자는 도중 깨는 횟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완훈련은 마음챙김치료, 복식호흡, 간단한 스트레칭 등으로 이뤄진다. 이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방법은 마음챙김치료다. 마음챙김치료는 명상을 하면서 자신이 불면에 대해 불안해하고 걱정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뒤 수용하는 방법이다. 불면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거나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이 불안해하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수면제한요법=잠 효율 높이기

잠을 잘 못 자면 어떻게든 더 자보려고 오래 누워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불면증 완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저녁 9시부터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해도, 뒤척이다 새벽 2시가 돼서야 잠을 자면 다음 날 피곤한 것은 같다.

수면제한요법은 눕자마자 잠을 잘 수 있도록 ‘잠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우선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실제 잠을 자는 시간으로 나누어 잠 효율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 누워 있는 총 시간은 8시간이지만 실제로는 5.5시간만 잠을 자는 사람의 경우, 잠 효율은 68.7%(8분의 5.5×100)다. 이처럼 잠 효율이 85% 이하면, 일단 잠자리에 누워 있는 총 시간을 실제 자는 시간 만큼(5.5시간)으로 줄인다.

이후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매일 잠자리에 누운 시각, 불 끄고 잠드는 데까지 걸린 시간, 밤에 자다가 깬 횟수·시각, 기상 시각, 커피·홍차를 마신 횟수 등을 기록한 수면일기를 분석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눕는 시각과 기상 시각 등을 조정해가며 잠 효율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일주일 평균 잠 효율이 90% 이상으로 늘었다면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15분씩 점점 늘린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불면을 완화한다.도움말=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밤에 자고도 운전·대화 힘들만큼 졸리면 '기면증' 의심

밤에 오래 자는데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면 단순 게으름이 아니라 수면장애의 일종인 '기면증'일 수 있다. 고등학생 이모(17·부산 사하구)양은 2년 전부터 평일 7시간씩, 주말·휴일에 9~10시간씩 자는데도 낮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에는 물론이고 대화·식사 중에도 졸았다. 너무 졸려서 낮잠을 짧게 자도, 30분도 안 돼 또다시 잠이 쏟아졌다. 이양은 학교에서 따돌림 등에 시달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가, 기면증을 진단받았다.

기면증은 15~35세 청소년·성인에게 흔하며, 성인의 0.02~0.16%가 앓는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면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3433명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기면증은 진단·치료율이 매우 낮은 병"이라며 "증상을 단순 게으름 등으로 치부해 병원을 찾지 않는 탓에, 병에 걸린 후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면증은 단순 의지 부족 같은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뇌의 신경물질 작용이 제대로 안 돼 생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하이포크레틴'이라는 물질이 줄어들며 각성·수면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이 물질이 왜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기면증 환자 중 70%는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 외에 ▲갑자기 근육에 힘이 빠지고 ▲잠이 들고 깰 때 가위에 눌리는 것처럼 마비 증상이 오거나 ▲비몽사몽 중 헛것이 보이는 증상도 겪는다. 낮에 심하게 졸린 반면, 밤에는 오래 자더라도 자주 깨고 깊이 못 잔다. 이헌정 교수는 "시간·장소에 관계없이 의지와 무관하게 갑자기 잠에 빠지기 때문에 질환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2010년 경상대 의대 박기수 교수팀이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92.7%가 사회 생활·경제적 어려움, 자괴감, 건강 악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무기력하고 잠이 쏟아져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수면다원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 완치는 어렵지만, 약물 치료 등을 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밤새 호흡 멈춰 산소 부족 상태… 뇌·심장에 치명적

질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낮동안 정신이 맑지 않아 일의 능률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뇌·심장에 직격탄

수면무호흡증의 문제는 호흡이 제대로 안되면서 우리 몸의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심혈관질환, 뇌졸중, 당뇨병 같은 온갖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산소에 민감한 장기인 심장과 뇌가 가장 위험하다. 미네소타대학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 1552명을 대상으로 18년간 관찰한 결과, 수면무호흡증이 심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10년 까지는 큰 차이가 없다가 10년이 지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에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 대한수면의학회 이상학 이사장(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자다가 심근경색·뇌졸중으로 돌연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혈액과 혈관을 노화시킨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팀이 수면무호흡증 환자 20명과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20명을 대상으로 혈액 2㎖를 뽑고 혈액 세포의 노화도를 측정한 결과, 수면무호흡증 그룹이 정상 그룹에 비해 혈액 세포의 노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에서도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난다. 학계에 따르면 유병률은 1~4% 정도이다. 서울일리노이치과 김명립 원장은 "소아가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절반 미만에서 얼굴이 길어지고 입천장이 좁아지는 얼굴형의 변화도 생긴다"고 말했다.

◇경증이면 수술·고주파, 중증엔 양압기

수면무호흡증은 자가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자는 동안 온몸에 센서를 붙여 뇌파·근전도·심전도·호흡·혈액 내 산소 포화도 등을 확인, 자는 동안 호흡이 얼마나 자주 끊기는지, 얕은 수면·깊은 수면·꿈꾸는 수면 등이 적절히 잘 이뤄지는지 알아보는 검사다. 검사비가 60만~100만원으로 비싸지만, 현재 정부에서는 수면다원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에 관해 논의 중이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 진단이 되면 목젖을 잘라 기도를 넓히는 수술을 하거나 수술없이 고주파로 혀 등 점막을 지져 조직을 축소, 공기 통로를 넓혀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는 턱 교정 장치를 쓰거나 혀·입술 근육운동을 한다. 김명립 원장은 "혀·입술 운동을 해서 근육의 힘이 길러지면, 혀뿌리가 뒤로 밀려 들어가 기도를 막을 위험이 줄어 수면무호흡증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중등도 이상이면 양압기를 쓴다. 양압기는 잘 때마다 코에 착용해 코와 목구멍에 공기를 주입, 숨길을 열어 호흡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하는 기기이다. 이상학 이사장은 "양압기 역시 150만~40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쓰면 바로 주간 졸림증 개선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체중 10% 늘면 수면무호흡증 위험 6배

수면무호흡증은 예방과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살이 찌면 기도 주변과 혀에 지방 조직이 증가해 기도가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체중이 10% 증가하면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6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도 좋지 않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점막이 부으면서 기도가 좁아지고 중추신경계에서 호흡 중추를 억제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진다. 하루 평균 한 잔의 술을 마시면 수면무호흡증 위험도가 25% 증가한다. 니코틴 역시 기도 근육을 약화시켜 기도를 좁게 만들어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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