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금연화 하자"..조재호의 당구계 향한 쓴소리

2016. 7. 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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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 당구 3쿠션 간판 선수 조재호(36, 서울시청)가 당구계에 뼈있는 조언을 했다.

조재호는 당구계에서 '슈퍼맨'으로 통한다. 세계 최정상급 기량과 함께 시원시원한 경기 스타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조재호는 지난 2014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3쿠션 당구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고(故) 김경률, 최성원, 강동궁에 이어 한국인으로서 4번째로 월드컵 우승자다.

조재호는 지난달 잔카세이프티배 아시아 3쿠션 오픈 당구대회가 끝난 후 당구계 전반적인 현안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재호는 17년 동안 활동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당구계에 꼭 필요할 것 같은 쓴소리를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 "당구 칠 명분을 만들어 달라"

조재호는 당구계에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대회 상금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호는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회가 많아지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대회 수가 많아지는 것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대회 상금 규모다. 소수의 실업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당구계에서 소위 먹고 살 수 걱정이 없는 선수는 일부에 불과하다. 실업팀에 소속돼 있거나 정상급 기량을 가진 일부 선수들 외에는 다들 직업이 따로 있다. 전국 대회가 열려도 상금규모가 크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현재의 일손을 놓고 당구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말할 명분을 가질 수 없다.

당구대회는 우승과 준우승의 상금 격차가 상당히 크다. 잔카세이프티배 아시아 3쿠션 오픈 당구대회만 하더라도 우승상금이 3000만 원이지만 준우승은 800만 원이다. 또 상금범위가 크지 않다. 조재호는 매 대회에 자비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선수들을 위해 최소 64강 50만 원, 32강 100만 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대회 총상금 규모와 대회 수가 커지고 많아져야 할 문제다. 이는 단순히 당구연맹이나 일부 선수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구계를 위해 좀더 헌신적이고 기업체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또 선수들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조재호는 "선수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부분이 바로 일정이다. 매년 초가 되면 한 해 대회 일정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 데 전혀 알 수가 없다. 연맹 역시 스폰서의 말한마디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답답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정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정을 알려주면 선수들이 각자 일정을 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국제 대회 일정을 짜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 "프로 소리 들으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라"

조재호는 자신을 포함한 선수들도 자기반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재호는 "보통 당구 고수들에게 '프로님'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아직 당구는 프로화가 되지 않았다. 프로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솔직히 프로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프로 소리를 듣고 있다면 최소 '프로 마인드'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선수들이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당구를 잘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행동거지를 잘못하면 '당구는 역시 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반인들은 아직도 당구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담배를 물고 불량스런 자세로 당구를 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대표적이다. 

조재호는 "나 역시 흡연자다. 솔직히 당구장에 가면 담배를 피라고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구장 안에서는 절대 피지 않는다. 피고 싶을 때는 밖으로 나가서 핀다. 벌써 2년째 그러고 있다. 그런 작은 행동 하나가 모여 당구 선수들의 이미지를 바꿔 놓으리라 생각한다. 김행직(24, 전남) 같은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내랭킹 1위 김행직은 지난해말 LG유플러스와 3년간 후원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 "당구장 전면 금연 반드시 필요하다"

계속해서 조재호는 "업주분들이 싫어하겠지만 당구계 발전을 위해서는 당구장 금연화는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재호는 "금연을 하면 현재 살아나고 있는 당구장 분위기가 다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당구장은 다시 호황세를 이루고 있다. 50~70대들이 당구장을 다시 찾으면서 젊은층과 함께 아저씨 손님층이 두터워졌다.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며 당구를 치는 옛날 구습도 이어지고 있다. 당구장은 아직 금연 공간이 아니다. 업주들의 반대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흡연을 금하면 손님들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재호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장기적으로 오히려 손해다. 어린 아이들이 많이 찾아야 당구계가 살 수 있다"는 조재호는 "담배나 술을 마실 수 있는 당구장에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들 딸을 보내주겠나. 당장은 수입이 될지 모르지만 점점 가족 단위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가 국제대회에 나가는 이유는..."

조재호는 최근 경기장에서 한 학부모와 당구를 시작한지 5개월째 되는 아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어준 적이 있다. 종종 있는 일이다. 그렇게 조재호는 당구를 하는 이들에게는 '조재호처럼 돼야지' 하는 일종의 닮고 싶어 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것이 조재호가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재호는 "내가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국제대회에 우승해도 상금이 10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어떨 땐 경비가 더 많이 들기도 한다. 결국 세계랭킹 순위를 높여 유소년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조재호는 4일 현재 세계랭킹 11위다. 한국선수로는 강동궁(10위)에 이은 두 번째다. 

조재호는 "종종 '얼마 버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래서는 누구도 당구를 시키려 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당구도 프로를 향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노력해야 한다. 당구계에서 한국 위상을 드높여 당구도 유소년들이 관심을 가지는 종목으로 만들고 싶다. '나도 당구선수다'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조재호는 현재 국제사이버대학 레저스포츠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기도 하다. 학사는 물론 석사, 박사까지 취득해 후배양성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선수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후배들을 위해 쓰고 싶어한다.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앞으로 쌓아올릴 스펙이 당구계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꼭 그럴 날이 오리라 믿는다"라고 말하며 조재호는 솔직하면서 담백한 인터뷰를 마쳤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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